카피캣 식당
범유진 지음 / &(앤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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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작가의 짧은 글을 봤는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찾은 책. 제목만 봤을 때는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소설집, 표지 그림으로 봤을 때는 근사한 음식을 소재로 삼은 소설집, 둘이 만났으니 내 취향이겠구나 지레짐작하며 읽은 책이었는데 짐작과 같지는 않았다.  

카피캣. 모방하는 사람, 흉내쟁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게 아니었다. 흉내쟁이가 주인공이었다. 그것도 남의 삶을 가져다 자신의 것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 흉내쟁이보다 더 겁쟁이 같다. 세상에는 이렇게 바꾸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일까? 말도 안 되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그러고 싶은 이들. 나는? 나는 어떨까?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나?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보니 나는 정직하지 못하다.

등장인물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악마도 악마의 제안에 솔깃하는 의뢰인들도. 주동인물이든 반동인물이든 빠져 드는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못 찾았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만 내 취향이 아닌 것인지, 작가가 인물을 그려 내는 방식이 내 취향과 어긋나는 것인지 이것도 모르겠고. 작가의 글을 더 읽어 봐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망설여진다. 내가 작가에게는, 여기까지 온 셈이다. 더 읽을까 어쩔까.   

수상한 곳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현실이나 소설이나 관심도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구나. 수상하지 않은 시절, 수상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고 싶다. (y에서 옮김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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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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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다 보면 서늘하게 찔리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이 미냥 긍정적이기만 한 게 아닌 인물이 더러 있는데, 그럼에도 은근히 지지를 하다가 그만 뒤통수를 탁 맞는 기분이랄까? 지지를 할 때의 마음은 내 안에 숨겨 둔 이기심이나 욕심과 만나 동일시되었을 때이고, 당황스러워질 경우는 그 인물이 벌을 받게 되거나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다. 마치 내가 내 욕심에 발등 찍혀 난감해지기나 한 것처럼. 


이 책은 개정판인 모양이다. 앞서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아 좀 망설였는데 읽고 보니 안 읽었던 게 맞았다.(요즘 들어 이미 읽은 책을 모르고 또 읽는 실수가 잦아진 것 같아서 좀 따지게 되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 혼이 나거나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작가는 인간의 어떤 면을 드러내어 경고하고 싶어 했던 걸까 하는 추측까지 하게 된다.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또 마냥 착하거나 모범적이거나 반듯한 건 아닌 사람들의 삶.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슬쩍 죄도 짓고 양심의 가책을 무시하기도 하고 친절을 위장해서 속이기도 하고 또 그런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술수도 부리고 하는 사람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약하고 부족하고 어리석고 간사하고 때로 음흉하기도 한 사람들. 그리고 그럴 때도 있는 바로 내 모습.


그런가, 그래서 내가 이 작가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 건가? 인간 보편의 어두운 약점을 만나 확인하고 스스로 혼내고 경계하고 싶어서? 읽고 나면 시원해지는 게 아니라 좀 거북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면서 확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드문데도 계속 읽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걸까? (y에서 옮김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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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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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읽었던 이 작가의 산문집이 내게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겨 주었고, 그 책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구한 것이었는데, 이제 이 책은 이 작가가 쓴 다른 책까지 관심을 갖게 해 준다. 독서의 기쁨, 작가의 발견이다. 한동안 우리 소설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만나게 된 것 같아 참 고맙다.


    소설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지 않다. 그렇다고 어둡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어쨌든 가라앉아 있다. 사는 일에 희망도 별로 없어 보이고, 답답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늘 술을 마시고 있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 무엇 때문에 온통 암울해 보이는 분위기에도 나는 기꺼이 들어서는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읽고 있는 건가 따져 보고 싶게 해 준다.(보통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에 그다지 마음 두지 않는 스타일인데.)  


    좋은 문장 표현에 반했던 면도 있다. 줄거리만 따라 읽어 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해 놓은 게 좋아서 지나쳤다가도 다시 돌아와 읽었다. 이런 경험, 윤대녕의 소설을 읽으면서 해 봤던 건데. 내용도 주제도 문체도 차이가 아주 많은데 나는 비슷하게 읽고 있다. 비슷하게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또 생각해 봐도 좋다. 내가 좋아할 작가가, 내가 기뻐하며 읽을 책이 늘어났다는 것은. 


    학생들과의 독서 모임보다 어른들이 여는 독서 모임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보다 각 소설들을 읽은 후 자신이 생각한 것만 얘기해 보라고 해도 참여한 사람 수만큼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 작가의 소설의 장점이 이것이었구나, 읽는 사람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 어쩌면 이건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얻었던 유익한 경험이기도 한데. 


    끝까지 다행이다 하면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한 작가의 소설이 다시 그의 소설을 불러 내는 일은 좀처럼얻기 어려운 행운이기도 하니까. (y에서 옮김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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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노부 선생님, 안녕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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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이름값에 투자한 책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번역되어 나온 것일 뿐 실제로 이 작품이 나온 것은 20여 년 전인 셈이니, 밀도는 떨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고  사정을 다 알고 읽는다면, 허술한 듯 하지만 귀여운 맛도 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신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모르게 하는 것이 알게 하는 것보다 어떤 연유에서든 이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익이란, 그 이익을 지킨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는 할 텐데,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협적인 이익일 수도 있을 텐데, 인간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을 맞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소한 속임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이 전개된다. 주인공 여선생님은 나름 씩씩하고 추리도 잘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건강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고. 이 여선생님에게 두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고 있고.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면서 사건은 전개되었다가 꼬였다가 풀리고.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산뜻한 긴장을 유발하는 정도의 속임과 해결은 우리 삶에 있어도 좋겠다 싶은 생각도 해 본다. (y에서 옮김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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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외 10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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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가기 싫은데, 귀찮은데, 그런데 여행을 가고 싶다. 이 무슨 앞뒤 말도 안 되는 말인지. 안다, 그럼에도 이러하다, 가기 싫은데 가고 싶은 마음, 하기 싫은데 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간절하게. 여행의 안 좋은 점과 좋은 점이 한꺼번에 나를 사로잡아서 이런 듯하다. 나는 곧 여행을 떠나게 될까, 어쩔까?


    시인과 소설가들이 쓴 여행집이다. 10년도 지났구나, 코로나 19 상황 이전의 여행 이야기이니 이것도 읽으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었다. 이제는 그때와 도무지 같을 수 없을 것이니, 아무리 잘 준비해서 떠난다고 해도. 


    작가 10명. 이름을 알고 있었던 작가와 몰랐던 작가가 반반이다. 이들이 간 곳 중 내가 실제로 가 본 곳은 세 곳. 기억도 나지 않지만 비슷하게 젖어들어 보았다. 나도 그러하였겠지. 안 가 본 곳들 중에는 김경주 작가가 여행한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가장 이끌렸다. 예전 같았으면 직접 가 볼 궁리라도 해 볼 텐데, 지금은 그런 마음의 움직임만 짚고 끝낸다. 무엇보다 이제는 비행기를 타기 싫다고, 공항 들어가고 나오는 게 딱 싫다고.


    시인의 여행기와 소설가의 여행기와 여행작가의 여행기가 다르게 읽힌다. 당연한 현상이다. 직업에 따라 다르게 볼 테니까. 나 또한 다른 기분으로 읽는 재미가 좋아서 적절하게 골라 읽는다.  소설가는 여행지에서도 이야기를 꾸미고 시인은 여행지에서 시적 분위기를 생성하고 여행작가는 여행지를 샅샅이 훑는다. 같은 곳을 여행한 세 작가의 글을 한번에 읽는 것도 퍽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궁리는 바로 해 봐야지.


    여행지 사진은 작가의 글별로 흑백 한 장씩만 보이고 그것도 뚜렷하지 않다. 오래된 듯 시간의 흐름이 확연하게 보이는 책이다. 여행기도 시류를 타겠지? 아무렴, 세상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으니까 여행지도 달라지고 있겠지. 이 책의 효용이 날로 떨어질 것만 같은데. 


    편집 의도가 괜찮아 보이니 이런 여행기는 계속 이어져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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