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누군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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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마다, 혹은 소설을 읽는 사람마다 얻게 되는 즐거움이 다르겠는데, 이 작가의 글에서는 딱 내가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을 얻는다. 깊은 생각이나 통찰에 잠겨들지 않아도 좋을 가벼움, 시간을 잊어도 좋을 부담 없음, 적절한 궁리로 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읽기의 보람, 영 낯선 것도 아니고 영 익숙한 것도 아닌 적당한 거리감.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가의 글을 많이 읽은 듯, 어떤 대목들은 겹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아서 괜찮다. 추리소설의 맛이라는 게 이런 것 아니겠는가. 읽은 것 같은데도 아는 것 같은데도 또 조금은 새로운 맛, 여전히 속으면서도 안 속아 보려고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맞게 되는 사소하나 의외의 반전. 


내가 가진 장점 아닌 장점(미국 범죄 드라마를 몇 번이나 봤음에도 범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의 한계와 같은)에 의해 이 독서는 계속 될 것 같다. 정녕 내게는 이 일이 오락인가 보다.  (y에서 옮김201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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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 ㅣ 띵 시리즈 3
한은형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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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미있다. 아주 마음에 든다. 내게는 참으로 맛있는 책이었다. 앞서 읽었던 작가의 다른 책 '먹는 기쁨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느꼈던 호감이 절로 떠올랐다. 


음식 이야기를 해도, 요리 이야기를 해도. 특별히 맛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한다. 이 작가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작가가 먹는 것에 대해 쓴 책이 몇 권 더 있다.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된다. 소설가인데 소설보다 먹는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나의 이 반응 상태는 소설을 쓰는 작가를 위해서는 마냥 좋은 게 아닌 것도 같지만.


허브를 유달리 좋아하고 하루라도 허브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허브를 이용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의 이야기다. 여러 모로 부럽기도 하고 칭송해 주고 싶어진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바람직한 식생활의 모습이라고 보이기도 해서. 무엇보다 먹는 일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내게 먹는 기쁨을 간접적으로 충분히 느끼도록 해 주어서.


띵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30권이 나와 있고 소개글을 보니 음식, 음식 재료, 먹는 일 등이 책의 소재다. 이 시리즈의 책들도 몽땅 덩달아 궁금해져서 읽겠다고 챙겨 둔다. 


이 작가는 술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술을 소재로 삼은 책도 나와 있는데 어떤 내용일지. 술과 집밥과 허브와 건강은 서로서로 어떻게 이어지려나? 나의 건강 상태는 이 작가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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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ㅣ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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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요가를 할 때마다 명상을 하는데 제대로 안 된다.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게 참으로 큰 수련을 요구하는 일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더 명상을 해야 할까, 과연 그런 날이 와 주기는 할까. 


작가의 삶은 특별하다. 뛰어나서 특별하다. 뛰어난 사람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저절로 일어난다. 게다가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삶의 자세에 대해 당부까지 해 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맞는 말이니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 주니까.


수월하게 읽힌다. 가볍게 읽으면서 무겁게 담는다. 내가 살아온 과정과 앞으로 살아갈 자세를 헤아려 보도록 해 주는 글이다. 부담없이 권할 수도 있다. 종교의 관점과는 크게 관련짓지 않아도 좋을 일이다.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의 원리는 다 통한다는 것을 믿는 쪽이라서 이렇게 말하게 된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지친 마음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마저 돌아보게 한다. 내가 먼저 나를 알아차려야 할 일, 진리든 지혜든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닐 것인데. (y에서 옮김20230617) 



93-95쪽에서

인간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존재를 성가시다고 여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편하게 여길 때 우리는 엄청난 기운을 소모하게 됩니다. 우리의 힘이 줄줄 흘러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면 기실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지요.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단지 남들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판단한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바뀐 사람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없는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남들을 판단하고 우리 뜻대로 바꾸려 합니다. 거의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집요함으로 그 방식을 고집하지요. 마치 세상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굳건하게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거나 폭발하고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 사람들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그럼 나 자신이라도 마구 괴롭힐 거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민감한 감지기가 있어서, 누군가가 자기를 경계하거나 거리끼는 마음이 있으면 금세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낌새를 감지한 사람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기분도 상합니다. 마음을 잘 열지 않게 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감지기는 누군가가 이렇게 생각할 때도 금세 감지할 수 있지요. “안녕! 널 진심으로 환영해. 넌 지금 모습 그대로 정말 사랑스러워.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하지 않아도 돼. 난 너의 특이하고 유별나고 엉뚱한 면을 다 받아줄 거야. 독특하게 행동해도 괜찮아. 난 너를 있는 그대로 격하게 환영해. 여기 너를 위한 자리가 있어.”  


누군가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맞아준다고 상상해봅시다. 당장 자신부터 더 열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리하여 모두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때 인생은 크게 달라집니다. 각자의 강점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기회를 서로 상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고 느끼면, 우리 또한 남들을 더 너그럽게 대하기 쉽습니다. 주변을 더 공감하는 자세로 관찰하고 또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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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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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로 머리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머리가 아팠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다 읽은 뒤에도 나는 범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록까지 읽었어도. 


먼저 정독하지 않은 것을 반성했다. 안내서의 설명대로 쪽수를 찾아 다시 읽었음에도 이해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내가 생각한 범인이 있었음에도 확신할 수가 없었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럴 것 같다는 정도로만 파악되었을 뿐. 


할 수 없어서 인터넷으로 답을 찾았다. 나같은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 웃음이 나왔다. 이거야, 작가와의 게임에서 이기지 못한 독자들이라는 말인가? 그런데 다들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려는 배려를 하는 것이었는지,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침내 답을 말해주는 댓글을 발견하고, 그의 설명을 보고 그런가 보다 하는 데에까지 이르기는 했는데,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던 것들이 막상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까 도리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내가 이 혼란스러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었구나, 이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것이구나 싶었다. 너무 쉽고 뻔하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10월 초 연휴를 가가 형사와 더불어 보낸 셈이 되었다. 7권 가운데 4권을 읽었고, 3권밖에 남지 않았다. 3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참 아쉽다. (y에서 옮김201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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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R 4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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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누가(특히 시를 쓴 시인들이) 그런 게 아니라고 나무란다고 해도 나는 이렇게 시를 읽으려고 한다. 읽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잘못 읽어서 해를 입히거나 끼치는 게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시가 혹은 시를 읽는 내가 예전만큼 만만치가 않다. 둘 중 한 쪽이 기울어 있는 듯하다. 시가 어렵거나 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다른 책에서 이 작가의 이름을 만났고 시집을 구했는데 되살아난 시집인 모양이다. 작가의 첫 시집으로서 다른 출판사에서 절판이 된 것을 이 출판사에서 새로운 기획으로 되살린. 독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못 만날 뻔한 인연을 만나게 해 주었으니. 시인이 작품 속에서 간절하게 노래하던 그 목소리가 울리어 닿았나 보다.

 

시들,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좀 괴기스러웠고 참혹하다 싶기도 했고 더러 마음아팠다. 다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인데 누구는 세상을 이렇게 아프게 바라보고 견디고 울고 있는 반면 누구는 대책없이 까불면서 착한 이웃을 울리고 있는 것인지. 생명을 받은 직후부터 주어진 사명감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의심이 든다. 이 또한 운명이고 본성인 것인지.

 

불편한 마음이 내내 흐르고 있는 사이로 빛을 내는 구절들을 주워 건졌다. 각 시의 주제와 큰 이어짐 없이 내 몫의 기쁨으로 맞이한 구절들이다. 한 편의 시를 통째로 얻는 기쁨도 있거니와 이 시집처럼 조각조각 얻는 기쁨도 내게는 중요한 만남이다. 이런 구절들이 은근히 살아서 내 일상을 일깨워주기를. 내가 바라는 게 바로 이것이니까.

 

주석으로 달아 놓은 온갖 자료들에 좀 휘둘렸다. 철학과 음악과 관련된 내용, 시와 희곡을 이어보고자 한 시인의 의도는 내 수준을 넘어 있어서 거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반감은 들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내가 이 시인의 정신을 많이 동경하게 되었나 보다. 최근에는 어떤 시를 보여 주고 있는지 또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설렌다. (y에서 옮김20200304)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 P14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생을 떠는 것 - P15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 P17

무명의 별에서 빛 한 채가 날아옵니다 그 빛의 세월이 내 눈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음악의 생은 또한 얼마나 고독해야 하는가요 - P22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 P26

내가 당신을 만나 놓친 고요라고 하겠다 - P28

나무들을 흔들고 물을 건너다가 휘파람은 이 세상에 없는 길로만 흘러가고 흘러온다 - P58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 P65

우리는 어디서 만나서 언제 이 정신으로 다시 죽을 수 있을까? - P68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해주는 것이다 - P98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 P100

꽃은 글썽이다가 한 계절을 다 보낸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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