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ㅣ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 1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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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책, 2011년판이다. 이건 절판이고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작가를 좋아한다고 여겨서 나온 책은 다 읽은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 책도 읽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정말정말 처음 보는 글이었다. 내가 예전에 읽고 잊은 건 절대 아니다. 이러다가 어딘가에서 리뷰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지? 뭐, 또 받아들여야겠지.)

 

여주인공 재화와 남주인공 용기가 등장한다. 작가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재화 편에서는 짧게나마 또 다른 이야기를 포함시켜 놓았다. 소설 속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재화가 쓴 소설이라면서. 한 권의 소설 안에 이야기가 몇 편이나 들어 있는 거야? 감탄하며 즐기면서 읽었다.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 될 수도 있겠는데 이걸 모두 모아 놓았으니 더 많이 읽고 싶은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살짝 아쉽기도 하고. 작가로서는 초반에 발표한 장편소설인데 참신한 구성이었다고 느꼈다.

 

소설, 귀엽고 애틋하고 천진난만하고 발랄하고 어둡고 모호하고 섬뜩하다. 청춘은 대체로 이러한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이런 시기를 거치지 않는 청춘은 없는 건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렇게 청춘을 겪는 것인가. 아니다, 따져 보니 청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청춘을 지나고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늘 이런 식인 것 같다.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그럼에도 사이사이 설레고 믿고 원망하고 고마워하는, 삶이라는 게 온통.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장르 소설이나 SF 소설에 지금만큼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만큼 만족했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괴상망측하게 상상하고 있느냐며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 그런 대목이, 내가 퍽이나 싫어하는 끔찍한 대목이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걸 가볍게, 지독할 정도로 발랄하게 그려내고 있어 이제는 수월하게 읽는다. 그러니 지금 보아서 다행이다.  

 

개정판에서는 수정하고 보완했다는데, 비교하면서 읽을 마음은 없다. 이 책으로 되었다. (y에서 옮김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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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3 세트 - 전3권 - 5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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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부분이다. 그 중에 1권. 세 권을 다 읽고 리뷰를 올린다면 더 좋았겠지만. 하나라도 마칠 때마다 적어 두는 거지.


로마 역사를 처음 읽는 것은 아니고,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나 로마제국쇠망사 등으로 몇 차례 봤음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없었다. 내 기억력이 아주 하찮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우니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민망하다고 해야 할지.


술라도 마리우스도 죽었고 이제는 삼두체제로 이어지면서 세 사람이 나오기는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꾸만 카이사르 편에 서서 글을 읽게 된다. 폼페이우스나 크라수스는 카이사르를 돋보이게 하는 사람으로만 보이고,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카이사르가 위험에 처하거나 곤란한 경우에 놓이지나 않을까,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는 걸까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거다. 내가 왜 이러지? 카이사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제 고작 1권인데? 갈리아에서 로마로 돌아오지도 않고 있는데?


너무 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읽어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다. 로마 시대는 진정 엄청난 스토리를 품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별로 그러지 않는 편인데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걸 좀 많이 부러워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나 이야기를 전하는 능력이나 하다못해 이야기 그 자체로도. 이 책은 이런 내 부러움을 한껏 받아주고 있는 셈이다.


전쟁이나 정치나 전략이 어떤 시대 어떤 사람들에게는 곧바로 생을 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 말란다고 해서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전쟁이나 싸움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옹호한다거나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사람은 참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만 거듭 묻게 된다.


내 편 네 편이 없는 세상인가 보다. 아내도 딸도 쉽게쉽게 팔아넘기는 남자 권력자들이라니. 그러면서 벗이라는 둥 동지라는 둥 오히려 여자들이 질투로 일을 벌이는 것보다 더 교활하다 싶었다. 남자의 질투가 또 얼마나 지독한지. 로마 시대의 여자와 남자 간의 관계 속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도 그때랑 비슷한 현상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니 그것도 참......   

    

카이사르가 없는 로마에서 폼페이우스가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나 보다. 이제 2권을 읽어야지.  (y에서 옮김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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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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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부터 우리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나이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외국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러지 않는데 우리 소설에만. 내가 왜 이러나, 이참에 잠시 나를 따져 본다. 뭔지 고리타분한 듯한 깨달음이 온다. 내가 나이를 따진다는 게 썩 유쾌하지 않다. 변명으로 포장을 하고 싶기는 한데, 나이와 우리 사회를 보는 눈과의 연관성을 알아보겠다는 의도? 또는 이 나이에는 어떤 식으로 세상을 보나, 어떤 글을 쓰고 있나 확인하겠다는 의도? 어쨌든 고분고분하게 읽게 되지는 않는데 한편으로는 우리 소설가들에 대한 나의 기대감이 어긋났던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 작가는 1984년생이라고 하고, 우리 나이로는 35살인 셈인데, 35살은 한 사람의 생에서 어느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릴 때의 나는 35살이라면 세상에 대해 다 알고 있을 어른인 줄 알았고, 35살을 지날 무렵의 나는 35살에 눈을 돌릴 틈이 없을 만큼 날마다 살아 있어야 하는 것에 벅찼고, 이제 35살을 저만치 내려다 보는 지점에 두고 생각해 보니, 젊은 나이다. 젊은데 고단한 나이다.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돌아볼 틈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의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고 있는 나이, 그런데도 막상 어제는 무얼 했는지 오늘은 무얼 했는지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한 나이, 그럼에도 또 내일을 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나이. 


역시 그렇다. 작가의 나이를 머리에 담아 놓고 이 책을 읽으니 한결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라면 제 나이를 초월한 작품을 써야지 어쩌고 하는 말에 유혹되지 않겠다. 그런 책은 또 그런 책대로 있을 테고,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는 작가의 나이를 떠올리는 게 꽤 도움이 되었다. 나는 슬프고 안쓰러웠고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있어서 좋았다. 유머나 풍자를 잃지 않고 있다면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는 쪽이니까.      


모두 9편의 소설. 기괴하다고 말할 수 있을 소재와 배경을 그린 작품도 있고, 암담한 현실에 고달파하는 청춘의 이야기도 있고, 끝내 살아남지 못하고 떠나는 가여운 영혼을 다룬 이야기도 있다. 모두 지금 우리 현실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심지어 환상까지도. 이것만 있었다면 내 취향이 아닌 소설이었을 텐데 이 작가는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유머와 풍자를 적절하게 담아 놓은 것이다. 답답하던 마음을 탁 튀워 주는 문구나 나로서는 감히 하지 못할 상상으로 주인공을 살게 하는 방법들, 소설 읽는 마음을 섭섭하지 않게 해 준다. 


25살만이 아니라 35살의 청춘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해 주어야만 하는 시대라는 게, 이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내 나이가 쓸쓸하고 미안하다. 계속 더 읽어 주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y에서 옮김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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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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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경감에게 점점 더 빠져든다. 이 인물, 예사롭지 않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몰랐는데 책을 거듭할수록 매력적이다. 사건 수사에 임하는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든다. 문제는 남편으로서의 자질. 여기에도 자질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있다고 여기는 쪽이지만, 남편의 자질 아내의 자질, 그래서 결혼이라는 형식에 잘 녹아드는 사람(콜베리처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어쩌면 수사는 잘하는데 가정 생활에는 미숙한 태도가 이 인물을 더 가깝게 여기도록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시리즈가 나온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어서 글의 시작이 당황스러웠다. 마르틴 베크가 가슴에 총을 맞고 1년 반을 쉬었다가 나온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니 현장 사건에는 참여하지 말고 못 풀어낸 사사로운 사건 하나를 해결해 보라고 마치 베풀어주는 듯이 사건 하나를 맡긴다. 이 사건이 자살 사건이다.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 있는 방 안에서 자살한 사람. 총을 맞았는데 총도 탄피도 없고. 


그리고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앞서 읽은 책에서 익히 알고 있는 경찰들은 모조리 은행 사건에 매달리고 있고 밀실의 사건은 베크 경감 혼자서 추적해 나간다. 추적 과정은 느리고 암담하기만 한데 이 과정을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크고 좋다. 스톡홀름, 그 낯선 거리를, 가 본 적도 없는 그 동네를 줄곧 따라다니는 느낌을 생생히 얻는다. 죽은 사람의 자취를 따라가는 과정, 이렇게 보고만 있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 된다. 어떤 한 사람의 처음과 끝을 모두 들여다보게 된다고나 할까. 잘 죽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1960년대의 스웨덴. 누구나 알고 있는 복지국가 스웨덴. 그곳의 경찰. 경찰이라는 직업의 위험도와 그에 상반되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비호감과 무시. 그 나라만의 일도 그 시절만의 일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네 형편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이건 참 서글픈 일이다. 마르틴 경감과 같이 뛰어난 경찰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아니 안 하려는 정치적 현실까지도. 스웨덴이 이러할진대 우리나라에서는......  


밀실 사건의 비밀은 다소 황당했으나 이후의 전개와 결말은 더없이 놀라웠다. 마르틴 경감이 그리 실망하지 않았으리라는 데에 위로를 얻는다. 세상은 여전히 가진 자의 것이고,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용을 쓸 것이고, 가진 자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모자라게 보일 테니. 이 역시 다 알고 살면 '함정에 빠진 게 아니라 대결에 임하는 태도'와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되는 것일지. 아닌가, 이 또한 약한 자의 비겁한 변명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이제까지 빌려 보았는데 최근에 나온 9권은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y에서 옮김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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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ㅣ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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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이름을 알고 시인의 얼굴을 알고 시인의 목소리를 알고 시인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어본 상태에서 읽는 시집, 시도 사람도 한결 가깝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좋은 징조다.(알아서 오히려 좋지 않았던 경험도 분명히 있지만) 


올 여름은 길고 뜨거웠지만, 지금도 여전히 여름 안에 있지만, 이 시집은 이미 지난 여름에 나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시인이 몇 해 전에 붙잡아 놓은 여름 언덕에서 이제야 조금 배운다. 배우면서 즐거워한다. 이제라도 다행이다. 앞으로도 다행일 것 같다. 


한 편의 온전한 시를 옮기거나 외우는 게 아니어서 번번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시를 읽다가 고르고 고른 대목을 옮긴다. 옮기면서 읊는데 홀로 울리는 내 목소리가 내 마음에 든다. 내 목소리인 듯 시인의 목소리인 듯 겹쳐 들리는 것까지 고마워진다. 나는 아직 시를 좋아하고 있구나.  


어떤 쓸쓸함은 매혹적이다. 갖고 싶어진다. 이 시인이 여름 언덕에서 보여 주는 쓸쓸함 같은 것들. 집을 잃은 개라든가 홀로 피는 잡풀이라든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라든가 반으로 접히는 호수의 풍경이라든가.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려 본 곳에 쓸쓸하기 그지없는 여름 언덕 한 곳쯤 발견한다면, 발견할 수 있다면, 여름이 저마다에게 언덕 하나 정도는 선물해 주고 간다면, 우리는 또 이럭저럭 견디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신 나서 산다면 아주 좋겠지만.  


이 여름의 언덕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다시 빛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

해와 달이 애틋하게 서로를 배웅하고
울타리 너머 잡풀이 자라고
떠돌이 개가 제 영혼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 P11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얼굴은 빗금투성이가 되겠지
돌이켜보면 주저앉는 것도 지겨워서 - P15

보기에 좋아야 한단다 아가야, 허물 수 없다면 세계가 아니란다 - P18

낮게 나는 새들이 있고 그보다 낮을 수 없는 마음이 있고 - P27

어떤 날엔 세상 전체가 호수로 보일 때도 있었다 슬픔이 혹독해질수록 그랬다 - P35

미로는 헤맬 줄 아는 마음에게만 열리는 시간이다 - P38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 P46

에프트의 포플러나무는 에프테에만 있다는 사실
오늘의 포플러나무는 오늘의 색으로 빛나고
유예된 죽음만이 내게 하루치의 물감을 허락하는 것이기에 - P72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도 찰나의 힘으로 떠돌겠지 - P91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 P95

내 마음이 던진 공을
내가 받으며 노는 시간

그래도 가끔은
지평선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다 - P107

자꾸 잊어, 너도 누군가의 푸른 열매였다는 거
세상 그 어떤 눈도 그냥 캄캄해지는 법은 없다는 거 - P119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흘러간 것과 보낸 것은 다르지만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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