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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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경감에게 점점 더 빠져든다. 이 인물, 예사롭지 않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몰랐는데 책을 거듭할수록 매력적이다. 사건 수사에 임하는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든다. 문제는 남편으로서의 자질. 여기에도 자질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있다고 여기는 쪽이지만, 남편의 자질 아내의 자질, 그래서 결혼이라는 형식에 잘 녹아드는 사람(콜베리처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어쩌면 수사는 잘하는데 가정 생활에는 미숙한 태도가 이 인물을 더 가깝게 여기도록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시리즈가 나온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어서 글의 시작이 당황스러웠다. 마르틴 베크가 가슴에 총을 맞고 1년 반을 쉬었다가 나온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니 현장 사건에는 참여하지 말고 못 풀어낸 사사로운 사건 하나를 해결해 보라고 마치 베풀어주는 듯이 사건 하나를 맡긴다. 이 사건이 자살 사건이다.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 있는 방 안에서 자살한 사람. 총을 맞았는데 총도 탄피도 없고. 


그리고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앞서 읽은 책에서 익히 알고 있는 경찰들은 모조리 은행 사건에 매달리고 있고 밀실의 사건은 베크 경감 혼자서 추적해 나간다. 추적 과정은 느리고 암담하기만 한데 이 과정을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크고 좋다. 스톡홀름, 그 낯선 거리를, 가 본 적도 없는 그 동네를 줄곧 따라다니는 느낌을 생생히 얻는다. 죽은 사람의 자취를 따라가는 과정, 이렇게 보고만 있기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 된다. 어떤 한 사람의 처음과 끝을 모두 들여다보게 된다고나 할까. 잘 죽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1960년대의 스웨덴. 누구나 알고 있는 복지국가 스웨덴. 그곳의 경찰. 경찰이라는 직업의 위험도와 그에 상반되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비호감과 무시. 그 나라만의 일도 그 시절만의 일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네 형편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이건 참 서글픈 일이다. 마르틴 경감과 같이 뛰어난 경찰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아니 안 하려는 정치적 현실까지도. 스웨덴이 이러할진대 우리나라에서는......  


밀실 사건의 비밀은 다소 황당했으나 이후의 전개와 결말은 더없이 놀라웠다. 마르틴 경감이 그리 실망하지 않았으리라는 데에 위로를 얻는다. 세상은 여전히 가진 자의 것이고,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용을 쓸 것이고, 가진 자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모자라게 보일 테니. 이 역시 다 알고 살면 '함정에 빠진 게 아니라 대결에 임하는 태도'와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되는 것일지. 아닌가, 이 또한 약한 자의 비겁한 변명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이제까지 빌려 보았는데 최근에 나온 9권은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y에서 옮김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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