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책, 2011년판이다. 이건 절판이고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작가를 좋아한다고 여겨서 나온 책은 다 읽은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 책도 읽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정말정말 처음 보는 글이었다. 내가 예전에 읽고 잊은 건 절대 아니다. 이러다가 어딘가에서 리뷰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지? 뭐, 또 받아들여야겠지.)
여주인공 재화와 남주인공 용기가 등장한다. 작가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재화 편에서는 짧게나마 또 다른 이야기를 포함시켜 놓았다. 소설 속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재화가 쓴 소설이라면서. 한 권의 소설 안에 이야기가 몇 편이나 들어 있는 거야? 감탄하며 즐기면서 읽었다.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 될 수도 있겠는데 이걸 모두 모아 놓았으니 더 많이 읽고 싶은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살짝 아쉽기도 하고. 작가로서는 초반에 발표한 장편소설인데 참신한 구성이었다고 느꼈다.
소설, 귀엽고 애틋하고 천진난만하고 발랄하고 어둡고 모호하고 섬뜩하다. 청춘은 대체로 이러한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이런 시기를 거치지 않는 청춘은 없는 건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렇게 청춘을 겪는 것인가. 아니다, 따져 보니 청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청춘을 지나고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늘 이런 식인 것 같다.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그럼에도 사이사이 설레고 믿고 원망하고 고마워하는, 삶이라는 게 온통.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장르 소설이나 SF 소설에 지금만큼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만큼 만족했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괴상망측하게 상상하고 있느냐며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 그런 대목이, 내가 퍽이나 싫어하는 끔찍한 대목이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걸 가볍게, 지독할 정도로 발랄하게 그려내고 있어 이제는 수월하게 읽는다. 그러니 지금 보아서 다행이다.
개정판에서는 수정하고 보완했다는데, 비교하면서 읽을 마음은 없다. 이 책으로 되었다. (y에서 옮김202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