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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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지'처럼. 이메일이 나오기 전, 핸드폰이 나오기 전. 한 마음이 다른 마음에게 가 닿기까지의 시간을 지켜 냈던 시절. 이 소설은 읽는 이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그래서 많이, 오래 슬펐다.

와조라는 눈이 먼 늙은 개와 집을 떠나 여행자로 살고 있는 화자. 화자는 만난 사람들에게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준다. 자신이 붙인 번호로 사람을 기억하는 능력이 아주 대단해 보였는데 그 또한 삶의 한 방식이었던 것. 우리는 누구나 제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니까. 

여행지에서 만난, 번호를 붙인 이들에게 화자는 편지를 쓴다. 답장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면서. 답장이 오나 안 오나, 누군가 나를 불러 주나 안 부르나. 와조와 함께 하는 여행은 편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지만 안 할 수가 없다. 화자에게는 삶이 딱 이만큼의 공간만 허락하고 있었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서글프네. 떠돌아야 했던 배경이, 그렇게 배경을 설정해야 했던 작가의 안간힘이.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 몸과 마음에 각각 입은 상처는 어느 선에서 나누어지는 것일까. 점이나 선이 아니라 아마도 입체적 공간이겠지. 그 어딘가에 다들 어느 정도는 물린 채 살고 있는 것이겠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일 텐데. 나의 오만과 자만과 비겁과 허영을 먼저 헤아릴 일이다. 다른 이를 나무라거나 함부로 동정하기 전에.

이 작가의 글, 이번에도 내게 큰 감동을 준다. 기쁘다, 계속 읽을 글을 주는 것이니.  (y에서 옮김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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