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탓이다. 어찌된 일인고 하니,

지난주부터 홍이 혼자 학교에서 가게로 걸어온다. 어제도 이제나 저제나 가게앞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 홍이가 신나게 신발주머니를 돌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기특한 맘에 홍이가 좋아하는 커피우유도 사주고 해서 가게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이녀석 오자마자 컴 앞에 앉는다. 어차피 매일 1시간정도는 살짝 눈감아 주기로 한 이상 컴게임 하라고 컴을 양보했다.

홍이는 신이나서 컴게임하고, 우리 부부는 멍~ 하니 지켜볼려니 하품만 나와 ,옆지기를 살살 꼬셔 함께 찬거리도 사고, 수도 데리고 오자고 했다. 그리고 홍이한테 "홍아, 엄마아빠 장보고, 수 데리고 올테니까 컴게임하고 있어~" 했더니, 이녀석 벌써 게임에 빠져 고개만 살짝 끄덕인다.

그래서 함께 밑반찬 거리도 사고, 홍/수가 좋아라 하는 호떡도 사고, 거기서 어묵도 먹고 하면서 시장을 돌아다닌후, 수를 데리고 가게로 가는데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아이 소리가 들렸다. "에고, 또 어느집 아이가 정 울엄시니?" 하면서 가게문을 열었는데 홍이가 가게 한 가운데서 아주 서럽게 울고 있다. 얼렁 달려가 홍이를 껴안고 달래면서 "홍아, 왜 울어? 모르는 사람 왔었어? 누가 뭐라고 했어?  왜? " 하면서 계속 물었더니, 이녀석 꺼이꺼이 울면서 "엄마가 안 오잖아~. 오래오래 있었는데도 엄마가 안와"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에궁, 너무나 미안해서 나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계속 껴안고 "미안해, 미안해"라고만 말을 했다.

그리고는 옆지기한테 말해 홍/수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홍이가 "엄마 나 머리가 너무 아파" 한다. 놀래서 그런거려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맘에 소아과에 데리고 갔더니 단순 두통같다고 하시면서 애한테 스트레스 주지 말고 약 먹이고 푹~ 재우라신다. --- 에궁, 찔려라.

홍이한테 미안해 병원 옆건물에 있는 "31 아이스크림"가게에서 홍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평상시였으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었을 아이스크림을 반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서는 인형을 껴안고 그냥 잠들어 버렸다. 잠들어 있는 홍이를 보고 있자니 왜이리 미안하고, 미안한지......

시간 정도 자고 홍이가 일어났는데 다시 기운을 되찾았는지 열심히 축구공을 가지고 뻥뻥차며 놀기 시작했다. "홍아, 이제 안 아파? 괜찮아?" 했더니 "응" 하면서 다시 예전 모습대로 돌아간 듯 했다. 휴~. 정말다행이다.

평사시에도 많이 느끼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 느꼈다. 우리집 사건사고의 중심에는 내가 있으며, 우리집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을.....

'내가 왜 가만있는 옆지기를 꼬셔 함께 나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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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6-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홍이가 엄마를 기다리다 지쳤나보군요.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니 다행이어요.

홍수맘 2007-06-26 11:14   좋아요 0 | URL
네. 저의 생각없음이 원인인가 봐요. 그냥 컴게임 하는 동안 거기에 푹~ 빠져 엄마를 안 찾겠거니 생각했던 ㅠ.ㅠ

무스탕 2007-06-2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가 금방 돌아올줄 알았는데 기다려도 기다려 안 돌아오니 어린 가슴이 놀랐군요..
다 큰거 같으면서도 애들이라니까요..
다음부턴 꼭 홍이랑 눈 마주치고 이야기 전하고 나가셔야 겠어요 ^^

홍수맘 2007-06-26 12:12   좋아요 0 | URL
네. 꼭 눈 맞추고 얘기 할께요.

연두부 2007-06-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죠...ㅎㅎ

홍수맘 2007-06-26 12:12   좋아요 0 | URL
아마, 이 일도 홍이한테 하나의 큰 경험이 되겠죠?

울보 2007-06-2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이가 많이 놀랐군요,
아직 아이는 아이네요 님도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이제는 괜찮으니 다행입니다,

홍수맘 2007-06-26 12:13   좋아요 0 | URL
자고나서 제모습을 찾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게도 홍이에게도 큰 경험이었지 않나 싶어요.

소나무집 2007-06-2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이런 일 가끔 있었어요.
아이들한테 혼자 있는 한 시간은 엄~청 길게 느껴지나 보더라고요.

홍수맘 2007-06-27 09: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함께 있을땐 1시간 동안 꼼짝도 안하더니... ^^;;;

비로그인 2007-06-2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잠자고 일어나서 엄마없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불안감을 느꼈나봐요.. 아이가

홍수맘님 아이들 이야기속에는 유머와 따뜻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는 .. @.@
이번엔 홍이가 많이 놀랬었나봐요.. ^ ^ ~~

홍수맘 2007-06-27 09:46   좋아요 0 | URL
유머와 따뜻함?
너무 과찬이세요.

fallin 2007-06-2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아이의 눈에 맞추고 이해하는 건 정말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필요한 거 같네요..근데 사건사고라고 하니깐 은근히 재미나요 ^^

홍수맘 2007-06-27 09:47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세심함이 많이 부족해요. ㅜ.ㅜ

전호인 2007-06-2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활기를 찾았다니 다행입니다.
아마도 놀란 것이 원인인 듯 합니다.
가히 컴터게임과의 전쟁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만 컴터 게임을 허용합니다.
요즘은 컴터가 아니면 숙제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숙제를 위한 것은 허용하되
게임만은 토.일요일이 아님 절대 불가랍니다.

홍수맘 2007-06-27 09:4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불만인게 학교숙제 중에 컴으로 해야하는 숙제들이 종종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보니 컴을 멀리하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되요. 정말 이래저래 걸리는게 많아요.

icaru 2007-06-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의사 소통에서 오해가 있었던거쥬.
엄마는 분명 시장간다고 말했구, 홍이는 엄마가 뭐라뭐라 하시니까, 일단 고개는 끄덕 하고~ 하던 작업(ㅋㅋ) 계속 했던거구욧!!
제 어릴 적 생각나요. 엄마가 뭐라 말씀하시고 나가시면, 일단 "알았어!" 하는데,,, 뭐라 말씀하시는 건지 내용은 생각이 안 나고요 호호..

홍수맘 2007-06-27 18:5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무래도 님의 말이 정답인 듯, 생각해보면 옛날에 저도 그랬으면서 그건 왜 기억 못하는지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