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학교랑 유치원 보낼려고 챙기느라 한참 바쁜 시간에 엄마가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에 뭔가를 한아름 안고 오셨다. "엄마, 그거 뭐꽝? 오늘 일 안 가멘?" 했더니 '사슴제골' 이라신다. 웬 거냐고 물었더니 며칠전에 이모님을 만났는데 이말저말 하다 봄이라 그런지 영~ 기운이 없다고 하자 이모님도 그래서 아는 사람 소개로 '사슴제골'을 해다 먹었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셔서 엄마도 부탁을 했었단다.
그래서, 그 '사슴제골'이 토요일날 왔는데 아무래도 목에 넘어가지 않아서 가지고 왔단다. 요새, 살이 쭉쭉 빠져보이는 임서방이랑 나랑---난 덤이란다--- 나눠 먹으라면서 자기도 다음달 쯤에 다시 해 먹을려고 생각중이라시면서 단서를 붙이였다. "공짜, 아니여이. 20만원 주라" 하신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에이, 돈도 없어 죽겠는데!" 하고 툭 내뱉어 버렸다. 그러자 엄마가 "무사, 고기 주문 어시냐" 하셔서 "그냥, 며칠에 한번씩 와" 했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시며 "게매, 경허난 무사 너까지 직장은 그만뒁 이모냥이냐. 애들은 쑥쑥 커강 돈도 하영 들건디. 아무튼 니네만 보민 속상핸 못 살켜. 둘 다 그냥 직장을 다니라. 달믄 얼마라도 고정으로 나 오는게 이서사주. 이게 뭐니? 나 가켜!" 하시면서 그냥 나가 버리셨다. "엄마, 커피라도 마셩가" 했더니 "일 갑쪄" 하시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신다.
에구구, 정말 내 입이 방정이다. 그리고, 갑자기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