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학교랑 유치원 보낼려고 챙기느라 한참 바쁜 시간에 엄마가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에 뭔가를 한아름 안고 오셨다. "엄마, 그거 뭐꽝? 오늘 일 안 가멘?" 했더니 '사슴제골'  이라신다. 웬 거냐고 물었더니 며칠전에 이모님을 만났는데 이말저말 하다 봄이라 그런지 영~ 기운이 없다고 하자 이모님도 그래서 아는 사람 소개로 '사슴제골'을 해다 먹었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셔서 엄마도 부탁을 했었단다.

그래서, 그 '사슴제골'이 토요일날 왔는데 아무래도 목에 넘어가지 않아서 가지고 왔단다. 요새, 살이 쭉쭉 빠져보이는 임서방이랑 나랑---난 덤이란다--- 나눠 먹으라면서 자기도 다음달 쯤에 다시 해 먹을려고 생각중이라시면서 단서를 붙이였다. "공짜, 아니여이. 20만원 주라" 하신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에이, 돈도 없어 죽겠는데!" 하고 툭 내뱉어 버렸다. 그러자 엄마가 "무사, 고기 주문 어시냐"  하셔서 "그냥, 며칠에 한번씩 와" 했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시며 "게매, 경허난 무사 너까지 직장은 그만뒁 이모냥이냐. 애들은 쑥쑥 커강 돈도 하영 들건디. 아무튼 니네만 보민 속상핸 못 살켜. 둘 다 그냥 직장을 다니라. 달믄 얼마라도 고정으로 나 오는게 이서사주. 이게 뭐니?  나 가켜!" 하시면서 그냥 나가 버리셨다. "엄마, 커피라도 마셩가" 했더니 "일 갑쪄" 하시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신다.

에구구, 정말 내 입이 방정이다. 그리고, 갑자기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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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4-0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조금 있다 어머니께 전화하세요.

무스탕 2007-04-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도 속상하셔서 한 소리 하신거니까 크게 맘상해 하지 마세요.
같이 목욕탕에서 만나셔서 서로 등밀어 드리면 언제 그랬냐 하실거에요 ^^

프레이야 2007-04-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엄마랑은 한번씩 부딪히게 되는 일이 잦죠. 그게 다 마음이 살가워서
그런거에요.^^ 속상하시더라도 기운내시고 어머님은 벌써 잊으셨을거에요.
근데 님, 제주방언이 재미나요. "일 갑쪄"..

비로그인 2007-04-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투리는 제주도인가요?
내용은 일상적인데 문장체가 아주 독특하네요.

어머니와 딸의 대화가 다 그렇죠.
어머니는 화내시는것 같아도 결국 자식 걱정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니까요.
어머니께 전화드려 보세요,언제 그런 얘기했냐는 듯 다시 얘기시작될걸요.
그래도 행복해보이십니다.

소나무집 2007-04-0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시어머니랑 형님이 얘기하는 것 같네요.
전화해서 오늘 주문 많이 들어왔다고 말씀 드리면 기분 금방 좋아지실 거예요.

울보 2007-04-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조금 있다 전화하세요,
하루종일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마음이 아프실거예요,,홍수맘님도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거잖아요

홍수맘 2007-04-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울보님>네. 점심시간 지나서 "밥 먹어수광" 라고 시작해서 전화해 봐야겠어요.
무스탕님>네, 조만간 비 오는날 또 목욕탕팅을 해야겠죠?
배혜경님>승연님> 사실, 엄마랑 저랑 좀 더 심하게 사용하긴 하는데요 그걸 표현할 재주가 없어 살짝 완화시킨 거랍니다. ㅋㅋㅋ
소나무집님>님에게 정말 그렇겠네요. 네 얼렁 주문전화가 와 나중에 엄마랑 통화할 때는 좀 더 밝게 얘기가 오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07-04-09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0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그런 얘기까지 해 주시다니.... 넘 감사드려요. 네 많은 위로가 됬어요. 알라딘 서재의 매력 중 하나, 이런 위로받음도 있지않나 싶어요.

미설 2007-04-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딸이, 엄마가 그런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입이 방정은 맞죠^^

홍수맘 2007-04-0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그쵸? 일단 제 입이 방정입니다. ㅋㅋㅋ

향기로운 2007-04-0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기운내세요. 엄마마음, 부모마음은 다 같을거에요. 홍수맘님이 이해하시고.. 속상한것도 푸세요^^ 보아하니, 다 풀으신모양입니다^^;; 아, 난 맨날 늦는구나..^^;;

마노아 2007-04-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아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저녁 때엔 또 호호홋 전화할 거죠? ^^

홍수맘 2007-04-0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안 늦었어요. ^ ^.
마노아님> 벌써 통화했어요. 일단 아침사건 관련이야기 빼구요, 백수 여동생 시집이나 보내볼까 역적모의를 좀 했다는 ㅋㅋㅋ

향기로운 2007-04-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새 풀어지신 홍수맘님.. 그 마음이 바다같이 넓군요^^;;

홍수맘 2007-04-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 과찬이십니다.

2007-04-10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