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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아케이드
오가와 요코 (지은이) | 권영주 (옮긴이) | 현대문학 | 2015-02-28 

 

'상실로 인한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이 오가는 아케이드에서 일어나는 열 가지 이야기가 수록된 연작 소설집'이라는 소설 리스트의 소개 글을 읽자마자 궁금했던 책!

 

상실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끌어안고 헤매다 작은 아케이드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죽은 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사고 따뜻한 어둠에 슬픔을 풀어놓는다.

 

 

 

 

 

프로테우스- 토벨라의 심장
디온 메이어 (지은이) | 이승재 (옮긴이) | arte(아르테) | 2015-02-25

 

아프리칸스어라는 소수 언어의 한계를 딛고 전 세계 28개국에 번역 출간된 디온 메이어의 대표작이자, TV 시리즈로 각색되어 최고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걸작 스릴러이다

 

“정말 대단한 작가다. 첫 페이지부터 곧장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라고 마이클 코넬리가 극찬하는, 무려 아프리카 작가의 스릴러 책이라니, 너무 궁금하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 이) | 재인 | 2015년 2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언제나 옳다. 즉, 언제나 재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는 뜻.

 

이번 신작은 연작 시트콤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니, 나미야 잡화점처럼 따뜻하고 인간미넘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리버의 재구성 ㅣ 매드 픽션 클럽  
리즈 뉴전트 (지은이), 김혜림 (옮긴이) | 은행나무 | 2015년 2월

 

매드 픽션 클럽 시리즈 또한 거의 실패 확률이 제로인, 괜찮은 작품들이 주로 나왔었다.

 

예기치 못한 잔인한 가정폭력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사건의 배후와 사건을 일으킨 한 인물의 과거를 되짚어가며 그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 퍼즐 맞추기를 하듯 풀어가는 심리 스릴러..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재료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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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예수
고진하 지음 / 비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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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윌리엄 데이비스 <가던 길 멈춰 서서> 중에서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 같은 독자라면 '예수'가 시를 읽어준다고? 하며 반감부터 가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책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서른여섯 편의 시와 산문들 각각에 시인의 해석이 에세이처럼 덧붙여져 있는데, 컨셉이 예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일 뿐이지 시 자체가 종교적인 내용을 설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 덕분에 참으로 오랜만에 ''를 읽게 되었는데, 복잡한 플롯과 긴 서사를 사랑하기에 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대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는 뭐랄까, 마음의 쉼표를 잠시 찍어주는 것 같은 여유로움을 안겨 주었다.

사실 하루 하루 너무 바쁘게 보내다 보니, 뒤를 돌아볼 여유도, 내 곁을 지나는 바람도 느낄 겨를이 없이 올해를 맞이했고, 어느새 2월도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새해가 시작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나 지나버리고 나니, 그저 두 달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 마저 들었다. 윌리엄 데이비스의 <가던 길 멈춰 서서>라는 시에서는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렇다면 그 인생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가던 길 멈춰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그저 바라볼 틈마저 없다면 대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일까. 어쩐지 요즘의 내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 같아서 뜨끔하기도 하면서, 서글퍼진다. 저자는 이 시에서 ''에 주목한다. 생명이 싹을 튀우는 곳도, 사랑이 자라나는 곳도 바로 틈이라고. 감옥의 독방에 갇혀 절망한 어느 시인이 우연히 창살 사이로 갈라진 시멘트 틈을 비집고 나온 작은 풀꽃을 보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고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주만물은 틈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나의 일상에도 바로 이런 ''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그대가 정말 불행할 때

세상에서 그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믿어라

그대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한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 <행복의 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고,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헬렌 켈러의 시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내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헬렌 켈러의 강인한 정신력과 긍정적인 마음을 본받고 싶다. 사실 같은 상황도 마음 먹기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마음'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게 제어가 되지 않아서 문제이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을 수만 있다면 뭐든 극복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눈도 캄캄, 귀도 캄캄, 목소리도 캄캄하게 닫힌 이의 눈물겨운 고백에 가슴이 아리고 먹먹해진다고 쓰고 있다. 고통의 뒷맛이 없으면 진정한 삶의 기쁨이나 행복은 맛볼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몸이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모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은 그것은 소중함을 모른 체 허투루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우리는 상실을 경험해봐야 그것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 그저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럴 수록 이런 시가 필요한 것 같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변명하지도 않고, 단어 몇 개 만으로도 심금을 울릴 수 있으니까.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예수의 가르침이 드러난 글을 읽어본 적도 없기에,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저자의 의도대로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책은 독자의 오독에서 자유롭지 못한 운명 아닌가. 어떻게 읽든, 어떻게 해석하든 읽고, 느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나는 오랜만에 ''를 읽게 되어 괜히 들뜨고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 '시는 새로운 독자와의 만남으로 늘 완전해지려고 하는, 언제나 미완성인 작품이다'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말처럼 독자 여러분들이 이 글을 완성해달라는 저자의 말은 이런 나의 마음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어쩌면 종교를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예수는 시인이다. 은유의 천재다."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며 더욱 감탄할 지도 모르겠다. 암튼, 비종교인인 내가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었고, 종교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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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2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서가 멋진 은유로 이루어진 표현이 많아서 무교도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

피오나 2015-02-27 17:37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ㅎㅎ 저도 선물받아서 한 권 가지고 있긴 한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오키나와 홀리데이 (초대형 나하 일러스트 아트맵) - 내 생애 최고의 휴가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16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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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키나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생뚱 맞게도 '야구'때문이다. 매년 야구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떠나는 나라가 바로 오키나와이다. 겨울에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여 연습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따뜻한 나라로 가는데, 가장 많은 팀들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오키나와이다. 게다가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 가족 여행으로 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 돌에 맞춰 아이와 함께 가는 첫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태교 여행으로 괌과 제주도를 다녀왔었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따뜻한 휴양지이고, 비행 시간이 길지 않은 곳이 좋을 것 같아 오키나와가 일 순위가 되었다. 물론 아이와 함께 가려면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괌에 다녀오고 보니 안 갔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멋지고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게 되니 자꾸만 해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보통 항공료의 10%와 세금만 부담하면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다 호텔 숙박료, 식비도 따로 들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여행이 마냥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육아의 연장이 되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수 있고, 육아에 지친 나에게도 힐링이 될 것 같아 떠나보려고 한다.

오키나와는 비행 시간이 짧아서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섬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이 배어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곳이다. 너무도 맑아서 속이 다 보이는 하늘빛 바다를 통해 태평양 여기저기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너무 좋고,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18도일 정도로 따뜻한 것도 마음에 든다. 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말에 따르면 낮에는 관광지 이외의 지역에서는 사람을 마주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다고 하는데, 그런 느긋한 풍경 또한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 여행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숲 곳곳에 캠핑 장이 잘 되어 있는 것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오키나와 중심 도시 나하, 해안도로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남부, 미군정의 흔적과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는 중부, 아열대 숲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북부, 그리고 가장 오키나와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미야코지마 섬과 야에야마 제도까지 오키나와의 모든 곳이 샅샅이 분석되고, 소개되어 있다. 구경해야 할 것들, 직접 체험해야 할 것들, 맛있는 먹거리와 잘 곳, 쇼핑할 것 등에 이르기까지 여행에 필요한 모든 리스트가 총망라되어 있는데, 정보들이 단순히 진열만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잘 배치가 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오키나와에 가면 꼭 해봐야 할 것들의 리스트 중에는 스쿠버다이빙과 스노쿨링, 자전거 여행, 해안선을 따라 즐기는 드라이빙, 전통거리 탐방, 트레킹, 선탠, 맛집 투어 등이 있는데 어떤 사진을 보아도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라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들어 준다. 꼭 먹어야 할 리스트 중에는 오키나와 흑설탕을 뿌린 팥빙수와 거품 가득한 부쿠부쿠차, 그리고 자색고구마로 만든 베니이모 타르트와 이시가키 소고기가 눈길을 끈다. 역시 여행지에 가면 소문난 먹거리는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45일 가족 여행 일정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나중에 여행 일정을 짤 때 참고가 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 없이 45일 리조트 휴식 여행이나 알찬 일정으로 가득한 45일 싱글 여행 일정으로 떠나고 싶기도 했지만, 그런 욕심은 살짝 버려둬야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항공 스케줄과 오키나와 현지 교통 이용 방법, 섬 투어 프로그램까지 소개되어 있어 현지에 가서 들고 다니면서 찾아 보기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컴팩트 한 크기와 어디서도 눈에 뛸 만한 상큼한 표지 디자인도 가지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 배우 고형정씨가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와서 오키나와 여행 에세이를 책으로 내었는데, 슬쩍 보니 사람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왜 오키나와를 찾는지 짐작할 만 했다. 이상하게 일본임에도 일본의 정취가 가장 느껴지지 않는 곳이기도 한데, 오키나와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곳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한낮의 더위 속에서 차가운 오리온 맥주와 금방 튀겨낸 감자칩을 먹으면서 해변가를 거닐고, 날이 지면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졌다. 당장이라도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여행 가이드 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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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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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박사는 1980년 이래 특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100명 중 한 명 꼴로 태어났다고 추산했다. 이런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통계적인 정상 범위에 속했다. 영리하거나 그렇지 않기도 하고, 사교적이거나 그렇지 않기도 했다.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없기도 했다. , 경이로운 능력만 제외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이전 세대의 인류와 완벽하게 똑같았다.

가끔 드물게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난 아이들은 대체로 어떤 식으로든 장애가 있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해서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 소통 능력이 낮으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의 장애가 있으나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 등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브릴리언트'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80년을 기점으로 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류 '브릴리언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30여 년 후, 그들이 각계에서 두각을 보이며 결국 그들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조금 못 미치는 숫자가 브릴리언트로 태어난다. 대다수는 4급에서 5급의 능력으로 달려 외우기나 속독, 사진 같은 기억력, 높은 자시 숫자의 암산 등 재주이지만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적었지만, 그러다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명백하게 볼 수 있는 1급들이 나타났고, 결국 그 한 명으로 인해 정부가 뉴욕 증권 거래소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대부 업체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회사들은 도산하게 되자 보통 인류인 노멀들이 브릴리언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한때는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하던 존재가 이제는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미래를 막을 수 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을 고르는 것뿐이야."

그렇게 평범한 인간인 '노멀'과 돌연변이인 '브릴리언트'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어쩌면 우리의 근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만큼 마커스 세이키는 리얼하게 이야기를 구축해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쿠퍼 또한 브릴리언트로 공정국의 분석대응부서, DAR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막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존 스미스와 일하는 알렉스 바스케즈를 쫓고 있다. 그의 능력은 보디랭귀지에 최적화되어 있는 패턴 인식이다. 아흐레 째 만에 겨우 바스케즈를 만나지만 대척 상황에서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 깊숙이 넣은 채 옥상에서 머리부터 뛰어내린다. 잡혀가 집중 심문을 받기보다는 입을 다물겠다는 이야기이다. 시작하자마자 매우 강렬한 장면을 보여 주며 시선을 잡아 끈다. 영화로 만들어지더라도 관객들을 단 한방에 주목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매력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니 혹시라도 당신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된다면, 당신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멋진 오프닝이다.

  

 

쿠퍼와 DAR의 절대적인 목표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존 스미스이다. 그가 저지른 모노클 학살은 상원의원을 포함해 73명을 살해한 전무후무한 테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여기저기서 발생한 폭탄 테러 역시 그의 수하들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기에 그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공정국은 번번히 그를 놓치고, 그의 계획에 당하고 만다. "놈은 소시오 패스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체스의 마스터야. 전략에 있어서는 아인슈타인이나 마찬가지지." 존 스미스는 1급 브릴리언트였고, 전략에 능한 리더였다. 쿠퍼의 능력은 패턴 인식이다. 상대방이 지금 어디로 펀치를 날리려고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의도를 읽어내어 개인적인 움직임과 패턴을 파악해내는 것이다. 게다가 쿠퍼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의 최정예 요원이었다. 막대한 가용 자원과 비밀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고, 전화를 감청하거나 경찰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 일단 어떤 돌연변이가 타깃으로 지정되면, 쿠퍼는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사살할 권한이 있었고 실제로 열세 차례나 그렇게 했다. 한마디로 쿠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인 존 스미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

"그래, 그 친구의 어린 시절은 끔찍했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살짜리 여자아이를 쏴도 되는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지. 내 말이 틀렸나?"

다른 브릴리언트들은 쿠퍼 또한 능력자이면서 왜 DAR을 위해 일하는지 의아해한다. DAR은 브릴리언트에 대한 실험과 관찰, 연구를 수행하는 부서로 그들 돌연변이의 절대 적이었으니 말이다. 쿠퍼는 자신의 아이들이 돌연변이와 정상인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순간 몇 년 전에 케이트가 3.1킬로그램을 갓 넘는 무력한 모습으로 태어났던 날을, 크리스마스 불빛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 못 이루던 밤을 생각했다. 그 모든 날들. 그 모든 시간. 아버지가 된다는 일의 그 모든 고통과 기쁨.

..........결국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했던 일조차, 나탈리를 만나기도 전에 했던 일조차도. 그것은 쿠퍼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고, 부모가 된 이후로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진실이었다.

쿠퍼에게는 전처인 나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아홉 살 난 아들 토드와 네 살인 딸 케이트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케이트에게 이상한 징후가 발견된다. 인형을 알파벳 순으로 나란히 놓고, 동화책 표지를 스펙트럼에 따라 색깔 별로 꽂는 것이다. 쿠퍼는 딸아이가 돌연변이, 그것도 1급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아카데미에서는 능력자들이 서로 단결하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서로 신뢰하지 못하게 가르친다. 그러니까 케이트가 테스트를 받게 되어 1급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래서 아카데미에 가게 되면 다시는 가족들을 만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쿠퍼는 아카데미가 실제로 어떤 곳인지, 개인에게 도청 장치를 심고, 불신과 두려움을 유도하는 곳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케이트가 테스트를 받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말이다.

마커스 세이키의 데뷔작인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 입힌다>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를 읽었을 때만 해도 SF 스릴러로 돌아올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매우 궁금했던 작품이다. 게다가 표지 이미지가 압도적이었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류를 암시하는, 역동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멋지다. 원서의 표지들은 다소 밋밋한데, 국내 버전 표지는 굉장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가 얼마나 멋진지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구상하고 있는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며,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를 만든 블록버스터 전문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으면서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이 없었고, 모든 상황마다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생생하게 재연되었으니 영화사에서 판권을 노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돌연변이라는 신 인류에 대한 설정부터 그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어떻게 부딪치는지, 그 속에서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쿠퍼를 비롯해 일명 벽을 통과해 걷는 여자 섀넌, 그리고 DAR의 동료 바비 퀸, 전처인 나탈리, 국장 드루 피터스, 라이벌 로저 디킨슨..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도 영화화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게다가 이런 캐릭터들을 가지고 시리즈라니,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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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트리트 푸드 - 다채롭고 입맛 당기는 요리 이야기 스트리트 푸드 시리즈
톰 반덴베르게 & 재클린 구슨스 & 루크 시스 지음, 유연숙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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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스트리프 푸드를 꼭 먹어보곤 한다. 각 나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보다 길거리 음식에서 훨씬 더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뉴욕은 미국의 가장 큰 도시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걸로 유명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모두 만날 수 있으니 더할 것이다. 그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 먹던 음식을 그대로 들여와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음식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노점상들에서도 특색 있는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떠올려본다면, 이들은 그것보다 한 단계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가판대나 카트, 트럭들이 빠르게 위치를 이동하고 시기에 따라 영업장소가 아예 바뀌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는 푸드 트럭이 오늘 어디에서 음식을 파는지 알려주는 역할까지도 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 에서도 그런 스트리트 푸드의 매력이 돋보였었다. 영화 속에서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가 레스토랑 오너와의 다툼 후에 쿠바 샌드위치 푸드 트럭에 도전해서 어린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시간 트윗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미국에선 소셜 미디어가 푸드 트럭의 위치도 알려주는 구나 싶어 새삼 소셜미디어의 힘도 느껴지고 말이다.

뉴욕에서는 스트리트 푸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맨해튼에서 정장을 입고 푸드 트럭 앞에 줄을 선 사람들부터 퀸스나 브롱크스 지역의 남미 사람이 운영하는 가판대에서 음식을 사먹는 공장 근로자 그리고 흑인들의 전통 음식인 소울 푸드를 찾는 미식가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음식을 즐긴다.

 

뉴욕의 스트리트 푸드는 핫독, 케밥, 프레첼 등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 속에 실린 무려 60가지나 되는 음식들을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건 너무 한정적이었구나 싶었다.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의 레시피가 저자가 직접 밝혀낸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스트리트 푸드 노점상들이 생계와 직결된 조리법을 쉽게 공개할 리가 없지 않은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조리법이 노점상의 수입으로 직결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그들이 직접 찾아내어, 먹어보고, 요리를 해서 레시피를 알아낸 60가지 요리들은 집에서도 쉽게 따라해 볼 만한 것들이 많아 활용도도 높을 것 같았다. 해외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뉴욕이었다. 당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들의 로망이 뉴욕과 밀라노로 대부분 나뉘었는데, 나는 스타 벅스 컵을 들고 활기차게 출근하는 뉴욕 사람들의 당당함이 좋아 보이기도 했고, 다양한 인종들이 매끄럽게 섞여 있는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아직 뉴욕에 가보지는 못했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뉴욕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흠뻑 들었다.

 

뉴욕에서는 평일 정오 무렵마다 조직적인 혼돈 사태가 발생한다. 그 시각만 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음식이 필요해! 지금 당장!' 매일 대규모 군단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려고 준비 태세를 갖춘다. 최고급 레스토랑, 오래 전부터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작은 식당, 가지각색의 샐러드 바나 샌드위치 바, 유명한 노점상과 고급 푸드 트럭까지. 관광객과 이민자 그리고 나처럼 경험이 풍부한 뉴요커도 점심시간에 움직이는 군중의 규모와 그들의 신속한 움직임에 혀를 내두른다. 더불어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 선택의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점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 나라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과도 다르지 않는 뉴욕의 정오 무렵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더 대규모라는 점이고,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 뉴욕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는데 지쳐 뭐 좀 새로운 음식 없나 하고 점심시간 마다 동료들과 궁리를 해야 하는 우리네 직장인들에 비해선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넓은 것이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뉴욕 곳곳의 스트리트 푸드 중에서도 가장 탐나는 것은 레드훅 구장의 푸드 트럭 음식 축제이다. 5~6달러만 지불하면 하루 종일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게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식사를 한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레드훅 해안과 낡은 항구 시설, 그리고 19세기에 지은 창고를 따라 달리는 산책까지. 이어지는 반 브런트 거리에 있는 랍스터 파운드의 랍스터 롤과 키 라임 파이가 있는 디저트 가게들까지.. 완벽한 하루 일정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생각에 뉴욕에서 화창한 일요일을 보내기에 이보다 저 좋은 코스는 없다"는 저자의 의견처럼 언젠가 뉴욕에 가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푸드 투어이다.

특히나 뉴욕의 길거리 노점들은 수많은 레스토랑 업장 보다 오히려 더 깨끗하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면 요리사는 고객에게 그 사실을 감출 방법이 없는 것이 노점상이기도 하고, 가판대 내부 공간이 좁아서 보관할 자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가 신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중국인 노점상은 겨우 4시에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조리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흔히들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만든 스트리트 푸드는 위생적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길거리에서 음식을 많이 먹어본 뉴요커들은 노점상의 위생 상태가 얼마나 우수한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길거리 노점상들도 주차 금지 규정 덕분에 매일 고양이와 쥐처럼 경찰과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나라의 노점상들과 실상이 그다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도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위생뿐만 아니라 그 레시피에서도 탐나는 것들이 많아 어쩐지 뉴욕의 노점상들이 국내의 그것보다 멋져 보이긴 한다. 불고기, 김치, 파전까지.. 한국적인 색채가 섞인 음식들도 그렇고, 오코노미야키, 랍스터 롤, 키 라임 파이, 사천식 닭 볶음, 그리스 식 샐러드도 군침이 도는 메뉴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은 뉴욕의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이자, 맛집 투어 북이자 훌륭한 레시피 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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