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브라이스 박사는 1980년 이래 특수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100명 중 한 명 꼴로 태어났다고 추산했다. 이런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통계적인 정상 범위에 속했다. 영리하거나 그렇지 않기도 하고, 사교적이거나 그렇지 않기도 했다.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없기도 했다. , 경이로운 능력만 제외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이전 세대의 인류와 완벽하게 똑같았다.

가끔 드물게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난 아이들은 대체로 어떤 식으로든 장애가 있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해서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 소통 능력이 낮으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의 장애가 있으나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 등 특정한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브릴리언트'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80년을 기점으로 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류 '브릴리언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30여 년 후, 그들이 각계에서 두각을 보이며 결국 그들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조금 못 미치는 숫자가 브릴리언트로 태어난다. 대다수는 4급에서 5급의 능력으로 달려 외우기나 속독, 사진 같은 기억력, 높은 자시 숫자의 암산 등 재주이지만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적었지만, 그러다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명백하게 볼 수 있는 1급들이 나타났고, 결국 그 한 명으로 인해 정부가 뉴욕 증권 거래소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대부 업체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회사들은 도산하게 되자 보통 인류인 노멀들이 브릴리언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한때는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하던 존재가 이제는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미래를 막을 수 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을 고르는 것뿐이야."

그렇게 평범한 인간인 '노멀'과 돌연변이인 '브릴리언트'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어쩌면 우리의 근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만큼 마커스 세이키는 리얼하게 이야기를 구축해서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쿠퍼 또한 브릴리언트로 공정국의 분석대응부서, DAR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막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존 스미스와 일하는 알렉스 바스케즈를 쫓고 있다. 그의 능력은 보디랭귀지에 최적화되어 있는 패턴 인식이다. 아흐레 째 만에 겨우 바스케즈를 만나지만 대척 상황에서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 깊숙이 넣은 채 옥상에서 머리부터 뛰어내린다. 잡혀가 집중 심문을 받기보다는 입을 다물겠다는 이야기이다. 시작하자마자 매우 강렬한 장면을 보여 주며 시선을 잡아 끈다. 영화로 만들어지더라도 관객들을 단 한방에 주목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매력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니 혹시라도 당신이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된다면, 당신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멋진 오프닝이다.

  

 

쿠퍼와 DAR의 절대적인 목표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존 스미스이다. 그가 저지른 모노클 학살은 상원의원을 포함해 73명을 살해한 전무후무한 테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여기저기서 발생한 폭탄 테러 역시 그의 수하들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기에 그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공정국은 번번히 그를 놓치고, 그의 계획에 당하고 만다. "놈은 소시오 패스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체스의 마스터야. 전략에 있어서는 아인슈타인이나 마찬가지지." 존 스미스는 1급 브릴리언트였고, 전략에 능한 리더였다. 쿠퍼의 능력은 패턴 인식이다. 상대방이 지금 어디로 펀치를 날리려고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의도를 읽어내어 개인적인 움직임과 패턴을 파악해내는 것이다. 게다가 쿠퍼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의 최정예 요원이었다. 막대한 가용 자원과 비밀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고, 전화를 감청하거나 경찰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 일단 어떤 돌연변이가 타깃으로 지정되면, 쿠퍼는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사살할 권한이 있었고 실제로 열세 차례나 그렇게 했다. 한마디로 쿠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인 존 스미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

"그래, 그 친구의 어린 시절은 끔찍했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살짜리 여자아이를 쏴도 되는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지. 내 말이 틀렸나?"

다른 브릴리언트들은 쿠퍼 또한 능력자이면서 왜 DAR을 위해 일하는지 의아해한다. DAR은 브릴리언트에 대한 실험과 관찰, 연구를 수행하는 부서로 그들 돌연변이의 절대 적이었으니 말이다. 쿠퍼는 자신의 아이들이 돌연변이와 정상인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순간 몇 년 전에 케이트가 3.1킬로그램을 갓 넘는 무력한 모습으로 태어났던 날을, 크리스마스 불빛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 못 이루던 밤을 생각했다. 그 모든 날들. 그 모든 시간. 아버지가 된다는 일의 그 모든 고통과 기쁨.

..........결국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했던 일조차, 나탈리를 만나기도 전에 했던 일조차도. 그것은 쿠퍼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고, 부모가 된 이후로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진실이었다.

쿠퍼에게는 전처인 나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아홉 살 난 아들 토드와 네 살인 딸 케이트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케이트에게 이상한 징후가 발견된다. 인형을 알파벳 순으로 나란히 놓고, 동화책 표지를 스펙트럼에 따라 색깔 별로 꽂는 것이다. 쿠퍼는 딸아이가 돌연변이, 그것도 1급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아카데미에서는 능력자들이 서로 단결하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서로 신뢰하지 못하게 가르친다. 그러니까 케이트가 테스트를 받게 되어 1급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래서 아카데미에 가게 되면 다시는 가족들을 만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쿠퍼는 아카데미가 실제로 어떤 곳인지, 개인에게 도청 장치를 심고, 불신과 두려움을 유도하는 곳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케이트가 테스트를 받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말이다.

마커스 세이키의 데뷔작인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 입힌다>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를 읽었을 때만 해도 SF 스릴러로 돌아올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매우 궁금했던 작품이다. 게다가 표지 이미지가 압도적이었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류를 암시하는, 역동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멋지다. 원서의 표지들은 다소 밋밋한데, 국내 버전 표지는 굉장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가 얼마나 멋진지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구상하고 있는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며,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를 만든 블록버스터 전문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으면서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이 없었고, 모든 상황마다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생생하게 재연되었으니 영화사에서 판권을 노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돌연변이라는 신 인류에 대한 설정부터 그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어떻게 부딪치는지, 그 속에서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쿠퍼를 비롯해 일명 벽을 통과해 걷는 여자 섀넌, 그리고 DAR의 동료 바비 퀸, 전처인 나탈리, 국장 드루 피터스, 라이벌 로저 디킨슨..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도 영화화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게다가 이런 캐릭터들을 가지고 시리즈라니,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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