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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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마루 상점과 마쓰모토 상점이 친선 야구 경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니시마루가 마쓰모토에 8 3으로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중에, 지고 있는 마쓰모토 상점의 응원석에서 환성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투수 마운드에 올라선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녀가 등장하자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힘찬 응원소리가 들린다. 웅성거리던 관중석은 그녀가 워밍업 차원에서 공을 두세 번 던지자 조용해지고 만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투수가 던진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차고 빠른 공을 던지며 타자 들을 삼진으로 물리치고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영화처럼 등장한 그녀의 이름은 바로 다케우치 시노부이다.

신도의 설명을 들으며 시노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었다. 이렇게 자극적인 일과 맞닥뜨리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의 일이다.

"그럼 범인은 요네오카 씨를 밀어서 떨어뜨린 후 우리가 그곳으로 가는 동안 도주했다는 거네요.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었을까요?"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히로인 시노부가 유학을 떠난 지 3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전작에서 가는 곳마다 사건과 엮이며 특유의 행동력으로 형사보다 먼저 사건을 풀어나가던 그녀였다. 파견 유학 형식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끝이 났었는데, 독자들의 열렬한 후속편 요청에 쓰여진 작품이 바로 이번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고 하니, 이 작품이 인기가 더 많아져야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은 시노부라는 전무후무한 말괄량이 캐릭터이다. 스물다섯의 초등학교 교사인 시노부 선생은 학창시절 소프트볼 팀의 투수 겸 4번 타자로 활약했을 정도로 손이 빠르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 호기심도 유별나고,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고, 모험을 위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사건에 뛰어 들고는 한다. 그녀는 어린이와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아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동차에 대해 알고,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고자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한다. 한마디로 의협심 강하고, 오지랖 넓은 시노부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인데, 운전 교습을 받으며 교관이 옆에서 계속 구박을 하며 잔소리를 하자 똑부러지게 할말 다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운전 연수를 하며 남편이든 학원에서든 잔소리를 한껏 들어봤던 여성들이라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에이. 시끄러워서 운전을 못하겠네."

시노부는 길 중간에 차를 세운 후 몸을 틀어 교관 쪽을 본다.

"그렇게 잔소리만 해 대면 어떻게 해요? 초보가 잘 못하는 게 당연하지. 그런 사람을 가르치는 게 그쪽 일 아니에요? 친절하게 대하면 어디가 덧나나. 아니, 그리고 공짜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배우는 거잖아요. , 나는 손님이다 이거예요. 그런데도 시시콜콜 잔소리만 하고 둔하다고 핀잔이나 주고. 내 참."

사나운 표정으로 성을 내자 마침내 대머리 교관도 멈칫한다. 지금까지 학생이 이렇게 호통을 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전작에서부터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말썽쟁이 제자들이 중학생으로 성장해 시노부 선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그녀를 쫓아다니는 신도 형사와 엘리트 회사원 혼다는 여전히 시노부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물론 그녀는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연작 단편처럼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각 사건마다 추리보다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우연찮게 사건에 엮이게 되고, 호기심이 발동한 시노부 선생과 그녀의 제자들이 수사에 나서게 되고, 좌충우돌 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을 풀 수 있는 중심에 가까이 가게 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쾌한 인물들과 톡톡 튀는 유머를 품고 있는 그들의 대사,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시선이 한데 모여 가벼운 시트콤을 보고 있는 기분도 든다.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히로인인 가가 형사나 구사나기 형사, 유가와 교수 등이 등장했던 작품에 비해 조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여교사와 그녀의 장난꾸러기 제자들이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 스토리는 뜻밖의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기도 한다. 진지한 미스터리 물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따분하고 무거운 작품을 읽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이 작품을 읽어보자. 책을 읽는 다는 것의 행위를 한다기 보다, 편안하게 누워서 한 편의 티비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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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그레이 1~2 세트 - 전2권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또 다른 이야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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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전작이 여주인공 아나스탸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남자주인공인 '그레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은 현재까지 전세계를 통틀어 총 판매량이 1 2,500만부를 넘어섰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었다. 오죽하면 로맨스 소설이라면 근처에도 가지 않는 나 같은 독자까지도 구매하게 만들었을까 말이다. 사실 전세계 출판계를 뒤흔든 기록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스릴러 매니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도 '여성' 독자였던 지라 이 작품을 그저 외면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너무도 뻔한 로맨스 공식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게 시작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남자 주인공 그레이 덕분에 전혀 평범하지 않게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로맨스 소설을 거의 처음 접했던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같은 장면이 인물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흥미롭다. 나는 그가 이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속으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나는 그 행동을 이렇게 해석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를 수도 있고 말이다. 로맨스 소설 계에서 시점을 바꾸는 형식의 진행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팬 서비스의 일환이라고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인 나로서는 책을 읽는 내내 설레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장면을 읽어 내는 아나와 그레이의 시선은 이렇게나 다르다.

 

먼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아나의 시선이다. 아나와 그레이가 처음 만나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인터뷰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레이 씨."

"나야말로 즐거웠어요."

그는 무척 정중하게 대답했다.

내가 일어서자 그도 같이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요, 스틸 양."

도전인지 협박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언제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다시 한 번 그와 악수하며 우리 사이에 흘렀던 그 이상한 전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아마 긴장햇던 탓이겠지.

"안녕히 계세요, 그레이 씨."

나는 그에게 목례했다. 유연한 운동선수 같은 우아한 동작으로 그는 물을 활짝 열어주었다.

"제대로 문을 나가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스틸 양"

이 장면이 이번 작품 <그레이>에서 그레이의 시선으로는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인터뷰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레이 씨."

"나야말로 즐거웠어요."

나는 대답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이처럼 매혹된 것은 오랜만이었다. 기분이 심란해졌다. 여자가 일어났고 나는 그녀를 만지고 싶은 마음에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요, 스틸 양."

여자가 작은 손을 내 손 안에 맡기자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래, 이 여자를 내 오락실에서 플로거로 재미있게 해주고 가져야겠어. 이 여자를 묶고 기다리게 해야지.....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들고, 신뢰하게 하고. 나는 침을 삼켰다. 그럴 일은 없어, 그레이

"안녕히 계세요, 그레이 씨."

여자는 목례를 하더니 손을 빨리 뺐다. 너무도 빨리.

이 여자를 이런 식으로 보낼 순 없었다. 이 여자가 떠나고 싶어서 필사적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사무실 문을 열 때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제대로 문을 나가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재미있지 않은가. 너무도 잘생긴 그레이 덕분에 정신이 산란했던 아나는 자신이 방에 들어오면서 넘어질 뻔 했던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기고 매혹이 된 그레이는 그녀의 실수 따위 중요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그녀를 조금이라도 붙잡아두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 순간만 해도 그런 그레이의 마음을 아나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처음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을 때, 너무도 평범한 아나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반한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가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로맨스 소설의 공식대로 이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곧 연인으로 발전하겠구나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부족할 것 없이 엄청난 부와 너무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레이의 성적 취향이 상상도 못했던 식으로 표출이 되기 시작할 때는 뜨악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거 뭐야. 무슨 삼류 로맨스 작품 아니야? 싶었을 정도로 당황스러웠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이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레이>는 이 시리즈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전체와 <50가지 그림자, 심연>의 초반 상황을 그레이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다. 특히 그레이가 거의 매일 밤 꾸는 악몽의 실체와 아나에 대한 그레이의 솔직한 속마음, 그리고 그레이가 하는 일에 대한 부분은 나도 전작을 읽으며 궁금했던 터라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작인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읽지 않았더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작품만 먼저 읽더라도 이들의 특별한 로맨스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그레이> 한국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숨겨진 표지이다. 겉 표지를 벗겨내면 극중 그레이가 사는 곳인 시애틀의 아름다운 야경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미국판이나 영국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선물이라고 하니 책을 읽게 되면 꼭 숨겨진 표지도 확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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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on 2015-09-2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책표지 뒷면에 이런것이..
앞으로 모든책의 뒷면도 확인을 해야 할듯 하네요.. 감사!
그레이의 시선으로 50가지 그림자라..
제겐 참 특별한 선물이랍니다.
2권이 얼추 끝나가는데 그러고나면 다시금 50가지 그림자가 손에 들려있을듯 하네요!
제가 아는 최고의 로맨스에 기쁨을 남겨봅니다!

피오나 2015-09-26 23:52   좋아요 1 | URL
요즘은 이렇게 책표지를 벗겨냈을때 숨겨진 표지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작인 50가지 그림자를 다시 들추게 되었어요ㅋㅋ

jjoon 2015-09-2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서 자꾸자꾸 책의 뒷표지에 눈이 가더라고요...
지금 다시 50가지 그림자에 손을 대고 있답니다..
네번째 인데도 쭈삣거릴만큼 기분이 새롭네요..
그레이가 묘사해 놓은 부분과 겹쳐 생각나는건 이제 제게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답니다!
이 심쿵거림을 어찌해야 할지.. ㅎㅎ
 
[민음인] 나만의 작은 사치!『1인분 프렌치 요리』서평단 모집!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특히 프랑스 요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블랑캣 드 포와 라따뚜이, 뵈프 부르기뇽, 코코뱅 정도는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뭐랄까.. 한식보다 더 입맛에 맞는다고 할까나. ㅎㅎ 플레이팅도 예쁘고, 조리 방법도 어렵지 않고 말이다.

이번에 출간된 1인분 프렌치 요리는 작은 냄비와 프라이팬 하나로 시작하는 프렌치 요리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많은 양을 시도해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1인분씩 적게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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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인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1인분 프렌치 요리>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프렌치토스트부터

송로버섯으로 향을 낸 크림소스 닭고기까지

작은 냄비와 프라이팬 하나로 시작하는 프렌치 요리의 모든 것!

일본의 인기 요리책 저자가 20년간의 노하우를 한 권에 담았다

 

세련되고 아름답지만 직접 만들기에는 까다로울 것 같은 프랑스 요리. 하지만 이것이 프렌치의 전부는 아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에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를 더해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프렌치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1인분 프렌치 요리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냄비와 프라이팬만으로도 평균 20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프랑스 요리를 근사하게 완성하도록 하는 레시피 44가지를 소개한다. 일본의 인기 요리책 르쿠르제 시리즈의 저자 히라노 유키코는 프랑스 요리 연구가인 동시에 일본 소믈리에 협회의 인증을 받은 와인 전문가로서, 2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들을 프랑스 요리의 매력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9월 18일 ~ 9월 25일

    당첨자 발표  :  9월 29일

    발송  :  9월 30일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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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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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삼시 세끼 정선편이 많은 화제를 남기며 종용이 됐다. 그저 한 장소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투닥거리며 하루 세끼를 지어 먹는 것이 전부인 이 프로그램은 시작할 때만 해도 그다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특별한 미션이나 설정도 없고 그저 주어진 메뉴에 따라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 그만인, 너무도 황당한 컨셉의 그 프로그램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시즌 4의 방송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화제였다. 사람들이 끼니를 만들어서 먹는 그 평범한 일이 소소하면서도 재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식재료를 가지고, 직접 무언가 먹을 거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행동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특별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남의 집 부부싸움 구경하듯이, 그것이 다른 사람이 좌충우돌 이리저리 부딪치며 해내는 일이라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만난 책은 무려 '화성'버전 삼시 세끼이다. 화성이라니, 지구와 가장 유사한 태양계 내의 행성이긴 하지만, 절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우주 방사선과 각종 유성우·운석 충돌 등우주적문제들은 차지하고 화성은 지구처럼 생명체 친화적이지 않다. 대기 중 산소 비율은 1% 미만(지구는 21%)에 불과한데 그 대기마저 희박하다. 게다가 극저온이다. 최저 기온은 영하 176, 평균 영하 62도다. 어떻게 보더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군가 살게 되었다. 그것도 혼자서.

 

대강의 상황은 이러하다. 나는 화성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헤르메스나 지구와 교신할 방법도 없다. 모두들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다. 내가 있는 이 거주용 막사는 31일간의 탐사 활동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면 질식사할 것이다. 물 환원기가 고장 나면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 이 막사가 파열되면 그냥 터져버릴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다. 나는 망했다.

 

아레스 3 탐사대의 일원으로 화성에 온 마크 와트니는 모래 폭풍의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대피를 하다가 막대형 안테나로 배에 펀치를 맞고는 홀로 일행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헤어지게 된 다른 대원들은 모두 그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무려 6화성일째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모래 폭풍이 사라지고, 모래에 거의 완전히 파묻힌 채 엎어져 있다 어렴풋이 의식이 돌아온 그는 상처에서 나온 엄청난 피가 공기의 흐름과 외부의 낮은 기압으로 인해 찌꺼기가 되어 찢어진 우주복의 구멍을 막으면서 살아남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에서 그가 '홀로' 살아남아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화성 표면 탐사 기간은 31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보급선은 전 대원이 넉넉하게 56일 동안 먹을 식량을 가져다 놓았다. 그런데 6일 만에 임무가 중단되었으므로 여섯 사람이 5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식량이 남았고, 그걸 마트가 혼자 먹는다면 300일을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한끼의 식사량을 최소화해서 줄인다면 400일까지는 버틸 수도 있다. 문제는 지구와 교신할 방법이 없다는 것. 통신만 되면 구조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 4년 후에 아레스 4 탐사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1년 치 식량으로 4년을 버텨야 한다니, 말이 되는 가 말이다. 그래서 그는 아레스 4 탐사대가 도착할 때까지 1,387화성일을 버틸 수 있는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계산해본다. 어차피 아레스 4 탐사대에게 구조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지금부터 그의 목표는 그만큼의 열량원, 즉 식량을 마련하는 것이 된다.

 

"마크 와트니는 아주 똑똑한 사람입니다. 물론 아레스 탐사대의 대원들 모두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크 와트니는 그중에서도 특히 임기웅변에 강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성격이 그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언제나 유쾌하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재치도 있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던 마크 와트니. 하지만 혼자 화성의 미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너무나도 긍정적이다.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그의 이력 또한 그의 무한 긍정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살기 위해서, 화성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식량을 키우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지구와의 교신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궤도 역학, 화성의 물리적 환경, 우주비행의 역사, 식물학 등 어마어마한 과학적 지식이 나열되지만,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마크 와트니가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지,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모험을 하는지, 감탄하면서 그의 여정을 따라갈 뿐이다. 이렇게나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설정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그려내다니, 이것이 실화가 아니라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독특한 것은 이 작품의 설정뿐만이 아니라 작품의 탄생 배경에도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작가 앤디 위어가 취미 삼아 개인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독자들의 요청으로 아마존 킨들 버전으로 자비 출판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정식 출판이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내용만 보자면 수많은 과학적 정보들이 난무하는 과학소설 같은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긴박감 넘치고, 유쾌한 모험 어드벤처 소설 같기도 하다. 배경이 화성과 항공우주국이니 SF소설이지만, 플롯은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이니 드라마로도 읽힌다. 그렇게 이 작품은 색다르고, 매혹적이다. 아마 당분간 이렇게 매력적인 화성 판 우주소설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다 읽어 과정과 결말을 이미 알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개봉하면 다시 보러 가고 싶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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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3~4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0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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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발달심리학자 장유경 박사의 아이 놀이 백과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0세부터 2세까지 아이들의 월령 별 발달 단계에 맞춘 놀이들이 소개되어 있어, 나 같은 초보 맘들에게는 너무도 유용한 팁이 되어 주었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주지 못했던 나에게 다양한 놀이 목록들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갓난아기부터 24개월까지 아이들의 놀이는 두뇌 자극 경험이라고 하니, 놀이를 통해서 부모와 친밀성 형성뿐만 아니라 시기 별로 아이에게 꼭 필요한 행동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유용했던 것 같다.

 

 

이번에 그 두 번째 이야기는 만3세에서 4세 아이들의 발달 영역별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아직우리 아이에게는 먼 그림 같지만, 사실 아이들이 자라는 건 눈깜짝할 사이라 미리 읽어두고 머릿속에 집어 넣어 두면 그 시기가 되었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사실 24개월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움직임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하고, 5세가 넘어가는 아이들은 유치원, 초등학교 등 취학 준비로 벌써 바빠질 테니 말이다. 그 사이의 아이들에게 놀이가 가장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이다.

 

 

이제 곧 돌이 되는 우리 아기는 엄마의 그림자처럼 어딜 가든 엄마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 아이도 이삼 년만 지나도 슬슬 자기 또래와 어울리려고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자시 스스로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둘 것이다. 미운 세 살, 네 살..이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지금도 가끔 떼를 쓰면서 울기 시작하면, 아이가 지르는 소리에 정신이 나갈 정도인데 말이다. 물론 그만큼 그 시기의 아이가 마음도, 몸도 성장하느라 그런 걸 테니, 그것을 마냥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가 정말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책은 네 가지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구분되어 있는 챕터의 제목 자체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감과 신체 발달을 위해 체험 놀이를 해야 하고, 소통을 위한 말문이 트이므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활용하고, 관찰하고 탐색하며 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그 생각을 발달시켜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므로 감성을 사회적으로 발달시켜 정서에 각인시키는 놀이가 필요하다.

 

 

2세만 되어도 구르고, 기고, 걷고, 뛰고, 점프하는 등의 다양한 이동 동작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만 3세경이 되면 그 움직임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져 달리기나 기어오르기 등의 대 근육 활동이 가능해지고, 4세가 되면 더 긴 시간 동안 활동적인 놀이와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 시기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스포츠 기술의 기초까지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기에 딱 좋은 시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림책 읽기 발달의 범주를 단계별로 나누어 놓은 부분이었다.

1단계:명명하기와 그림 설명하기

2단계: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행동 말하기

3단계:대화체로 이야기 말하기

4단계:독백 형식으로 이야기 말하기

5단계:읽기와 이야기 말하기가 혼합된 읽기

6단계:책의 내용과 비슷하게 읽기

7단계:단어나 구절을 암기하며 읽기

 

태교를 할 때도 그랬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그랬고, 가장 큰 관심사가 아이와 함께 책보기이다 보니 단계별 그림책 읽기에 관한 이 대목은 매우 관심을 끌었다. 아이가 책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문제는 아직까지 책을 넘겨서 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책만 보면 찢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라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그만큼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커진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겠냐만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의 결정 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반가운 것 같다.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고,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는 건 매우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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