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느와르 M 케이스북 - OCN 드라마
이유진 극본, 실종느와르 M 드라마팀.이한명 엮음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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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무도 없는 시간 쪼개어 가며 책을 읽어야 하는 처지라 드라마 관람은 물 건너 간지 오래다. 하지만 그런 나도 범죄, 미스터리에 관련된 드라마는 방영 시간 이후에라도 찾아서 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미 BBC 드라마 <셜록>을 통해서 드라마가 얼마나 완성도 있는 미스터리 물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만큼 스릴러 분야가 독보적 이진 못해서,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올 초에 방영됐던 <실종느와르 M>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이 컸던 드라마였다. 케이스북의 띠지에 새겨진 문구 "이제 우리도 이런 드라마를 가질 수 있다!"와 같은 심정이랄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수사 물을 기대하기도 했고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8분에 한 명꼴로 사람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단순 가출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대부분은 심각한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밝혀진 이들은 대부분 사체로 발견되곤 한다. 그렇게 도처에 널려있는 '실종'이라는 테마로 모든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재미있게도 개인적인 원한이나 복수가 아니라 사회적인 범죄를 다루고 있다. 정리해고 노동자, 내부 고발자 은폐, 가출, 권력형 비리 등등 우리가 숱하게 뉴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런 일들 말이다.

 

<실종 느와르 M>은 누군가의 사라짐으로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기 위해 그들의 삶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가 진정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범죄'라는 것은 소중한 것을 잃을 때 발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범죄'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 없으며 개인의 고통이 고스란히 사회적 그을음으로 남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요.

                                                                                   -작가 이유진

 

특히나 이 드라마가 흥미로웠던 것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의 살인 방식이었다. 첫 회였던 '감옥에서 온 퍼즐'에서 등장했던 폐쇄된 정신 병원에서 온 몸에 링거를 꽂은 기괴한 모습의 남자부터 아기의 유괴에서 비롯된 이중 납치, 사체만 숨기면 정황증거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의 아이러니를 이용한 범죄도 있었고 말이다. 물론 공소시효, 심신상실자 처벌 불가능, 무죄추정 원칙 등 법의 허점으로 인해 구현되지 못한 정의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 동안도 숱하게 만들어졌지만, 이 작품은 조금 더 세련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에피소드 자체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공감이 되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렇게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두 명의 주인공이 단단히 한 몫을 했는데,  IQ 187의 전직 FBI 요원 길수현 역의 김강우 배우분과 실종 수사만 7년인 베테랑 토종 형사 오대영 역의 박희순 배우 분의 케미는 너무도 놀라웠다. 다만 연기가 매우 리얼하고 좋긴 했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 만큼의 독특한 색깔이 부족해 더 화제가 되지는 못한 게 아닐까 싶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말이다. 차갑고 이성적인 길수현은 자신만의 정의와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고, 오대영은 감정적이고 수사 시에도 편법을 쓰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조화는 예상외의 재미를 주면서 극을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특히나 이 케이스북은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들에게는 특별 선물 같은 행복함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일곱 개의 각각 에피소드에 맞춰 스토리와 대본 스크립트, 주요 장면, 추리 과정과 단서들에 대해 자세히 수록되어 있어 드라마를 보지 못했더라도 스토리를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기도 하고, 이미 드라마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덧붙여진 제작노트를 통해서 드라마의 뒷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촬영장의 뒷모습과 세트장 스틸, 그리고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자 [실종느와르 M] 미술 팀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길수현의 집' '부검실'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어 드라마가 끝나 아쉬웠던 이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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