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사피엔스 - 우주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진화
존 핸즈 지음, 김상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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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방 안의 코끼리처럼 명백하지만 다루기 어려워 금기시되는 주제다. 그러나 이는 물질의 기원을 다루는 우주론의 정통 이론이 반드시 답해야 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도대체 만물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우주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우주 탄생 때 생겨났던 초고밀도 물질 - 만약 우주가 특이점에서부터 시작했다면 무한히 높은 밀도였던 물질 - 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인력을 상쇄하고 이 우주를 현재의 크기로 팽창시킨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p.99

 

이 책은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해 인간의 진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무려 984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과 무게로 인해 웬만한 사전 못지 않은 묵직함을 자랑하는데, 수록된 내용들도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읽는 데 꽤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책이다.

 

코스모스(cosmos)와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인 '코스모사피엔스'라는 제목에서부터 저자인 존 핸즈가 이 책에서 다루려고 하는 학문적 폭과 깊이가 느껴진다. 사실 우주를 다루는 책들도,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책들도 읽어 봤고, 그밖에 다양한 과학서 들을 읽어 왔지만, 이렇게 우주론과 현대 물리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과학계 전반을 한꺼번에 통틀어 다루는 책은 처음이다. 존 핸즈는 10년 이상 우주의 기원부터 현재 인류의 진화에 이르는 과학 이론들을 분석해 왔다고 하는데, 그걸 바탕으로 과학계의 주장과 원리들을 조목조목 검토하면서, 정설로 받아들이거나 이미 정론으로 굳어져 버린 내용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론 물리학계의 수없이 많은 명석한 이들을 매혹시켜 온 끈 이론의 문제점을 짚어 내고, 통상적인 과학 방법론과 달리 관측에서부터 도출되지 않았던 빅뱅 이론의 이론적 토대를 살펴본다. 그리고 특이점과 암흑 물질과 오메가, 암흑 에너지, 우주론적 변수, 무로부터의 창조 등 정통 과학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계가 설명하고 제시해 온 모든 ‘사실’의 진짜 실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은 앞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겪어야 한다... 최근 15년 간 매우 다양한 종들의 전체 게놈 서열이 빠르게 확인되면서 나타난 뚜렷한 증거로 인해, 이러한 증거나 새로운 생각, 그 증거와 부합하면서도 지금까지 무시되거나 거부되었던 새로운 시각을 좀 더 잘 반영하는 모델들이 여럿 만들어졌다. 나는 이러한 사태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의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되면 신다윈주의 모델이나 그 모델의 일부는 특수하거나 한정적인 케이스에 불과하다고 간주될 것이다.        p.634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우주는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지구에는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존재하는가?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1부 물질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태초의 카오스,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해 20세기 전반의 우주론들을 다루면서, 현대 우주론의 또 다른 추정 가설들과 우주론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생명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생명체가 출현하여 진화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조건들을 시작으로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력, 신다윈주의, 분자생물학 등을 거쳐 생물학적 진화에 대해 말한다. 3부 인류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인류의 선조,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과정을 살펴보고, 4부 우주적인 과정에서는 과학이라는 영역의 한계에 대해서 짚어보며 우주적 과정으로서 인간 진화에 관한 결론을 내린다.

 

'더 많이 배울수록 나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 깨달았다'는 책 속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름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꽤 많이 읽어 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내가 관심이 있는 특정 분야에 치우친 좁은 지식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애초에 과학이라는 분야가 점점 세분화될 수록 각각의 분야에서 깊이는 있어 지는 반면에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찰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는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존 핸즈는 이 책을 통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는 과학 분야의 전문가 60명과의 방대한 서신 왕래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찰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우주론, 생명론, 진화론 등 현대 과학의 모든 분야를 섭렵해 단 한 권으로 끝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놀라운 여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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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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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미지의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믿음을 바탕으로 빛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가들 역시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에 관심을 두고 사물의 본질을 그려내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다. 특히 폴 세잔은 빛에 의해 시시각각 바뀌는 자연의 모습에서 받은 인상을 캔버스 위에 재현하고자 했던 인상주의에 의문을 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되는 '사과'가 뉴턴의 사과라면, 미술사에서는 세잔의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p.100

 

우리가 뭔가를 보기 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한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우리는 빛이 부리는 마법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빛이 본격적으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시작에는 색채가 있었고, 과학자들이 실험과 수식을 이용해 빛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빛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직관적으로 수용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이들은 바로 미술가들이다.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서민아 교수는 이 책에서 물리학과 미술을 통해 빛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테라헤르츠광학'과 '나노과학'을 주로 연구하고, 휴일에는 그림을 그린다. 실험물리학자로서 그에게 물리학과 미술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의 궤를 같이해온 '데칼코마니'같은 존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과 미술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과학에서의 빛과 미술에서의 빛을 함께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광학에서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에 이르는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터너와 모네, 피카소 등 빛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하고자 한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미술 책이기도 하고, 과학 책이기도 하다. 명화들과 물리학 수식들이 매 페이지마다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과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했다. 빛을 탐구하고 욕망하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얻고 보폭을 맞춰왔던 미술가들 역시 더 낮은 차원의 단순한 세계로 들어가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고 그것을 화폭에 옮겼다. 과학자들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        p.196

 

빛과 색채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없었다면 고흐가 즐겨 사용한 강렬한 색의 대비와 점묘법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위대한 미술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반복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이유는 새로운 현상과 원리를 발견해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술가들이 가졌던 목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작업이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화두를 던지고 시야를 넓혀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와 미술가들은 빛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빛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우주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에게 빛은 가장 중요한 탐험 도구가 되어왔고, 미술가들은 빛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영감을 얻어 작품에 숨을 불어넣었다.

 

과학과 예술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이어온 새로운 발견과 상상력의 합주를 통해 빛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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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2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 갖고 있었는데.. 저자가 재능이 많네요. 휴일에는 미술도 그리시다니!!!!
 
기초부터 하나씩 아이패드 캘리그라피
김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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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로 할 수 있는 디지털 캘리그라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기초부터 시작해 엽서와 포스터 등을 거쳐 캘리그라피 굿즈 제작까지 해볼 수 있는 실전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우선 프로크리에이트와 친해져야 하기 때문에, 툴을 살펴보며 기능을 익히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조금 익숙해지면 인터페이스와 제스처 제어를 설정하고, 본격적으로 글씨를 쓰는 도구, 브러시에 대해서 알려 준다.

 

 

함께 제공하는 체본으로 선 긋기 연습부터 다양한 글씨체 연습까지 직접 글씨를 써 보며 캘리그라피를 익힐 수 있다.

 

선 긋기 연습, 필압 연습, 글씨체와 변형 연습 등으로 캘리그라피와 친해졌다면, 프로크리에이트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캘리그라피에 색을 활용하거나, 사진을 넣고,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는 등 손글씨를 조금 더 예쁘게 만들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익힐 수 있다.

 

 

실전 파트에 들어가면 엽서, 달력, 스티커 등 나만의 감성 손글씨가 들어간 굿즈를 제작해 볼 수 있다. 엽서와 포스터, 폴라로이드 사진을 만들어 보고, 휴대폰 배경화면, 그리고 영상에 캘리그라피를 입힐 수도 있다.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굿즈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용돈봉투, 액자, 달력, 메모지, 스티커, 손거울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다.

 

 

캘리그라피를 하기 위해선 붓펜, 지그펜 등 다양한 펜과 종이가 필요히다. 하지만 디지털 캘리그라피는 수많은 종이와 펜들이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여러 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꺼내어 쓸 필요 없이, 아이패드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글씨를 쓰고 나서 여러 번 사진을 찍을 필요 없이 이미지 파일로 간단히 아이패드에 저장하면 되니 절차도 간소하다. 디지털이라 잘못 썼을 때 수정도 가능하고 말이다.

 

 

캘리그라피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 도전하지 못했다면, 이 책과 함께 디지털 캘리그라피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여러 도구를 준비할 필요 없이 아이패드 하나만 있다면 어디서든 캘리그라피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예제 파일과 브러시, 팔레트, 체본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디지털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아이패드 캘리그라피! 기초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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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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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목욕을 하겠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려다가 무심코 유키코와 나오코를 돌아봤는데 그 순간 문득 휴일 저녁의 평화로운 광경에서 거짓을 감지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함께 노는 동안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본 내 시선은 그 방에 넘치는 행복이 그저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그 행복이 오로지 나의 인내로만 버텨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인내가 절벽을 떠도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을. 나는 문을 반쯤 연 채 갑작스러운 증오를 무거운 짐처럼 가슴에 안고 우두커니 서버렸습니다.       p.118~119

 

평범한 가정집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네 살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소녀의 엄마는 문화센터에 강의를 들으러 가면서 언니에게 딸을 잠깐 맡겼고, 소녀의 이모는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오느라 잠깐 시아버지와 소녀를 집 안에 남겨두고 외출한 상태였다. 치매 증세가 있는 시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일은 불가능했지만, 다음 날 집에 젊은 남자가 드나드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난다. 하지만 범인을 찾아 내는 일은 경찰에게도,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결코 쉽지가 않다. 아이를 언니네 집에 맡겨놓고 젊은 남자와 호텔에 있었던 엄마, 아내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려던 아빠를 비롯해서 이모와 이모부 등 각자가 감추어오던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들 각자의 시선으로 교차 진행되는데, 한 명씩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진실을 고백할 때마다 범인이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대체 범인이 누구라는 건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거듭되는 반전을 거쳐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달려 간다. 주위에서는 사이 좋은 자매인 줄 알았지만, 사실 매사에 마음이 맞지 않아 날마다 은근한 다툼이 많았던 언니와 동생, 치매인 시아버지를 모시고,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만, 사실 그런 일상이 지긋지긋했던 여자, 거리낌없이 불륜을 저지르며 남편과 가족들을 배신하는 여자,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에게 자신의 부정을 고백하는 아내, 수십 년 전 전쟁 때 남태평양에서 저지른 살인의 기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등... 보통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들의 가면을 샅샅이 들춰내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겉으로는 별다른 평지풍파가 없더라도 누구나 내면에는 욕망과 질투, 배신과 복수심, 심지어 살의를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자꾸 꽃 넝쿨로 목을 매려다가 나동그라져 죽지 못하고 웃음소리를 올리는 노인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나오코의 죽음까지 그리 슬픈 사건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었다. 지난 이 년 동안 노인의 괴상한 말과 행동을 혼자 감당하면서 사토코는 신경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도무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껴왔지만 왠지 이 순간, 사토코는 처음으로 이 노인네는 미친 게 아니라고 느껴졌다. 오히려 이 노인네만 정상이고, 미친 건 우리 쪽이다. 나를 포함해 죽음을 잔혹하고 슬픈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미친 것이다.... 그렇게 느껴질 만큼 그때 정원 안에는 낙원처럼 아름답고 선하고 온화한 것이 있었다.     p.186

 

이 작품은 국내에 2011년에 출간되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 입고 개정판이 나왔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작품에 대해 “충격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렌조 미키히코표 미스터리의 걸작”이라고 했고, 다나카 요시키는 “이런 작가가 있는데 어떻게 미스터리를 쓸 수 있겠는가!”라는 평을 했을 정도로 작가들로부터 경탄을 받았다. 이 작품은 치밀한 서술트릭과 거듭되는 반전도 뛰어 나지만, 무엇보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대담한 설정에서부터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휘둘리는 자신의 마음에 당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고, 장르적인 재미도 가득한 작품이니 말이다. 과연 이들 중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소녀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이야기는 완전히 마지막에 도달할 때까지 긴장감을 틀어 쥐고 놓지 않는다. 

 

소설 백광은 반전이 백미인 추리소설인 만큼 출판사에서 "범인의 정체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드립니다" 환불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작품에 자신있다는 말일 것이다.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스튜디오 오드리 공식 계정 (@studiood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강렬한 색감의 표지 이미지만큼이나 독자들을 홀리게 만드는 마성의 추리 소설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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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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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엌, 그 창문, 그 안뜰. 그것은 엄마가 뿌리를 내린 대기였고 엄마가 서 있던 배경이었다. 이곳에서 엄마는 똑똑하고, 웃기고, 활기 넘쳤고, 권위와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는 당신을 둘러싼 환경을 경멸했다... 엄마는 여기 아닌 다른 세상, 진짜 세상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가끔은 당신이 그 세상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열렬하고 절실하게. 엄마는 집안일에 열중하다가도 갑자기 모든 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몇 분 동안 싱크대를, 바닥을, 스토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세상이 어디 있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데? 그게 대체 뭔데?      p.25

 

버지니아 울프에 비견되는 문학비평, 특히 회고록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될 만큼 자전적 글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 작가, 비비언 고닉의 작품이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정말 궁금했던 작가였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한 책이었다. 온갖 찬사를 갖다 붙여도 부족할 만큼 좋았다. 중년의 작가가 노년의 어머니와 뉴욕 거리를 거닐며 담소하고, 회상하고, 언쟁하는 이야기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삶에 대한 통찰력과 뛰어난 문장들로 인해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비비언 고닉은 뉴욕 브롱크스의 다세대주택에서 여섯 살 때부터 스물한 살 때까지 살았다. 스무 채의 빌라가 있는 4층 건물에 살고 있는 여자들은 모두 상스럽거나 외고집이었고, 행동만 보면 세상사를 다 꿰고 있는 듯했다. '약삭빠르고, 즉흥적이고, 무식하고,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이었다고, 그녀는 당시를 기억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시기는 잠시였고, 자주 충격적이고 야만스러운 사건들이 터지곤 했던, 노동자 계층, 대도시의 한구석에서 북적대서 살아가던 일상들이 페이지마다 가득 펼쳐진다. 엄마는 능숙한 요리사였고, 맹렬한 청소부였으며, 악령들린 세탁부로 살림을 쉽게 척척 해냈지만, 그것들을 지긋지긋해하며 딸에게는 집안일을 조금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웃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끊임없이 평가하며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공허함'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아마도 비비언 고닉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타협하지 않는 글쓰기는 그녀의 엄마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정한 모녀는 결코 아니었다.

 

 

 

“인생이 연기처럼 사라지네.”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저미는 듯해 그 고통을 감히 느낄 수조차 없을 것 같다. “정말 그렇네.” 나는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대로 살지도 않았는데. 세월만 가버려.” 엄마의 부드러운 얼굴이 결심이라도 선 듯 확고하고 단단해진다. 나를 보더니 강철 같은 목소리로, 이디시어로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네가 다 써봐라. 처음부터 끝까지, 잃어버린 걸 다 써야 해.”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다. 우리는 끈끈하게 얽힌 혈육이 아니다. 살면서 놓친 그 모든 것과 연기 같은 인생을 그저 바라보는 두 여자다.          p.300~301

 

남편의 요구로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 왔던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평생 가지고 누려본 거라곤 남편의 사랑뿐이라고 믿었기에, 그의 죽음 이후 작정하고 헤어날 수 없는 슬픔 안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삶을 살 권리가 있지'만, 엄마의 삶은 필연적으로 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비언 고닉은 '나는 엄마로 뒤덮여 있었다. 엄마는 어디에나 있다. 내 위아래에 있고 내 바깥에 있고 나를 뒤집어봐도 있다'고 말하며 '엄마의 존재감, 엄마라는 실체, 숨통을 틀어쥐는 고통받는 여성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어디에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비언 고닉의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희미하게 짐작했던 것들을 구체화시켜서 바로 눈 앞에 들이미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고, 어떤 미화도 없이 적나라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내는데, 매 순간 심금을 울린다. 놀랍도록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독창성으로 기어코 보편성을 이끌어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자전적 글쓰기의 전범이자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글항아리에서 비비언 고닉 선집으로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도 곧 나올 예정이니 이 엄청난 작가를 만나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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