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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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미지의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믿음을 바탕으로 빛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가들 역시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에 관심을 두고 사물의 본질을 그려내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다. 특히 폴 세잔은 빛에 의해 시시각각 바뀌는 자연의 모습에서 받은 인상을 캔버스 위에 재현하고자 했던 인상주의에 의문을 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되는 '사과'가 뉴턴의 사과라면, 미술사에서는 세잔의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p.100

 

우리가 뭔가를 보기 위해서는 빛이 있어야 한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우리는 빛이 부리는 마법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빛이 본격적으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시작에는 색채가 있었고, 과학자들이 실험과 수식을 이용해 빛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빛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직관적으로 수용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이들은 바로 미술가들이다.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서민아 교수는 이 책에서 물리학과 미술을 통해 빛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테라헤르츠광학'과 '나노과학'을 주로 연구하고, 휴일에는 그림을 그린다. 실험물리학자로서 그에게 물리학과 미술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의 궤를 같이해온 '데칼코마니'같은 존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과 미술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과학에서의 빛과 미술에서의 빛을 함께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광학에서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에 이르는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터너와 모네, 피카소 등 빛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하고자 한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미술 책이기도 하고, 과학 책이기도 하다. 명화들과 물리학 수식들이 매 페이지마다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과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을 반복했다. 빛을 탐구하고 욕망하며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얻고 보폭을 맞춰왔던 미술가들 역시 더 낮은 차원의 단순한 세계로 들어가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고 그것을 화폭에 옮겼다. 과학자들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과 미술가들의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만나 자연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탐구로 수렴되었다.        p.196

 

빛과 색채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없었다면 고흐가 즐겨 사용한 강렬한 색의 대비와 점묘법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광학이 밝혀낸 시각 작용과 색채 원리에 화가들의 열정적인 탐구심이 더해져 위대한 미술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반복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이유는 새로운 현상과 원리를 발견해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술가들이 가졌던 목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자들의 새로운 발견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작업이 과학자들에게 신선한 화두를 던지고 시야를 넓혀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와 미술가들은 빛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빛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우주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에게 빛은 가장 중요한 탐험 도구가 되어왔고, 미술가들은 빛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영감을 얻어 작품에 숨을 불어넣었다.

 

과학과 예술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이어온 새로운 발견과 상상력의 합주를 통해 빛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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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2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 갖고 있었는데.. 저자가 재능이 많네요. 휴일에는 미술도 그리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