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사피엔스 - 우주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진화
존 핸즈 지음, 김상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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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방 안의 코끼리처럼 명백하지만 다루기 어려워 금기시되는 주제다. 그러나 이는 물질의 기원을 다루는 우주론의 정통 이론이 반드시 답해야 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도대체 만물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우주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우주 탄생 때 생겨났던 초고밀도 물질 - 만약 우주가 특이점에서부터 시작했다면 무한히 높은 밀도였던 물질 - 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인력을 상쇄하고 이 우주를 현재의 크기로 팽창시킨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p.99

 

이 책은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해 인간의 진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무려 984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과 무게로 인해 웬만한 사전 못지 않은 묵직함을 자랑하는데, 수록된 내용들도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니 읽는 데 꽤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책이다.

 

코스모스(cosmos)와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인 '코스모사피엔스'라는 제목에서부터 저자인 존 핸즈가 이 책에서 다루려고 하는 학문적 폭과 깊이가 느껴진다. 사실 우주를 다루는 책들도,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책들도 읽어 봤고, 그밖에 다양한 과학서 들을 읽어 왔지만, 이렇게 우주론과 현대 물리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과학계 전반을 한꺼번에 통틀어 다루는 책은 처음이다. 존 핸즈는 10년 이상 우주의 기원부터 현재 인류의 진화에 이르는 과학 이론들을 분석해 왔다고 하는데, 그걸 바탕으로 과학계의 주장과 원리들을 조목조목 검토하면서, 정설로 받아들이거나 이미 정론으로 굳어져 버린 내용에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론 물리학계의 수없이 많은 명석한 이들을 매혹시켜 온 끈 이론의 문제점을 짚어 내고, 통상적인 과학 방법론과 달리 관측에서부터 도출되지 않았던 빅뱅 이론의 이론적 토대를 살펴본다. 그리고 특이점과 암흑 물질과 오메가, 암흑 에너지, 우주론적 변수, 무로부터의 창조 등 정통 과학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계가 설명하고 제시해 온 모든 ‘사실’의 진짜 실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은 앞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겪어야 한다... 최근 15년 간 매우 다양한 종들의 전체 게놈 서열이 빠르게 확인되면서 나타난 뚜렷한 증거로 인해, 이러한 증거나 새로운 생각, 그 증거와 부합하면서도 지금까지 무시되거나 거부되었던 새로운 시각을 좀 더 잘 반영하는 모델들이 여럿 만들어졌다. 나는 이러한 사태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의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되면 신다윈주의 모델이나 그 모델의 일부는 특수하거나 한정적인 케이스에 불과하다고 간주될 것이다.        p.634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우주는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지구에는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존재하는가?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1부 물질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태초의 카오스,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해 20세기 전반의 우주론들을 다루면서, 현대 우주론의 또 다른 추정 가설들과 우주론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생명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생명체가 출현하여 진화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조건들을 시작으로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력, 신다윈주의, 분자생물학 등을 거쳐 생물학적 진화에 대해 말한다. 3부 인류의 출현과 진화에서는 인류의 선조,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과정을 살펴보고, 4부 우주적인 과정에서는 과학이라는 영역의 한계에 대해서 짚어보며 우주적 과정으로서 인간 진화에 관한 결론을 내린다.

 

'더 많이 배울수록 나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 깨달았다'는 책 속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름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꽤 많이 읽어 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내가 관심이 있는 특정 분야에 치우친 좁은 지식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애초에 과학이라는 분야가 점점 세분화될 수록 각각의 분야에서 깊이는 있어 지는 반면에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찰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는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존 핸즈는 이 책을 통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는 과학 분야의 전문가 60명과의 방대한 서신 왕래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찰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우주론, 생명론, 진화론 등 현대 과학의 모든 분야를 섭렵해 단 한 권으로 끝내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놀라운 여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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