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더라도 우선 나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상식 밖의 자연현상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가을에 장미와 벚꽃을 마주해 놀랐다는 충격만큼, 키보드로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쓰는 걱정만큼, 과연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외 다른 생물종을 위해 쏟아낸 말들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실상 말과 행동이 같지 않다면, 우리가 어떤 기념일마다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혜적인 자기만족일 뿐이다.              p.34


<식물 산책>, <식물의 책>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식물세밀화가? 원예학 연구자 이소영 저자의 신작이다. 16년간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시간 동안 맞닥뜨린 식물에 관한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모았다. 식물은 뿌리를 땅에 고정하고 있기에 스스로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식물이 살아 있는 생물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들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며, 땅에 고정되어 있을 뿐 빠르게 형태를 변화시키고, 번식을 위해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약하고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격적이기까지 한 생물이 바로 식물인 것이다. 




길을 걷다가 깨진 보도블록이나 갈라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틈새, 건물 벽돌 사이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서 자라는 틈새 식물들은 누군가 심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게 된 것일 텐데 볼 때마다 신기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며 새삼 식물의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반면 같은 것을 보고 누군가는 그들을 가엽게 여기거나, 아무데서나 자라는 잡초라고 나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식물이 틈새 공간에 살게 된 것은 흙 위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부은 인간들 때문이다. 


도시 적응력이 높은 식물들이 계속 틈새를 선택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최선의 삶의 형태였던 것이다. 서양민들레, 괭이밥, 제비꽃, 꽃마리, 쇄별꽃 등 틈새의 식물들은 인간의 손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뿌리를 내려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스팔트를 딛고 사는 우리에게 틈새는 균열의 결과물이자 고쳐야 할 오점이지만, 사실 균열로 드러난 틈새야말로 인간을 제외한 생물들이 필요로 했던, 진작 드러났어야 했던 공간인 것이다. 덕분에 이제 틈새 식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식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진달래는 먹어도 괜찮지만 진달래와 비슷한 철죽은 먹어선 안 된다.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먹지 못하는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허가된 장소에서만 나물을 채취하며, 멸종 위기식물과 특산신물, 희귀식물 등 특정 식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물은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물을 채취할 때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사람의 욕망이니 말이다. 더 많이 캐고자 하는 욕망, 더 귀한 종을 얻고자 하는 욕망. 욕심에 취해 숲속 더 깊이 들어갈수록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될 뿐이다.               p.287


나팔꽃, 무궁화, 닭의장풀 등 한여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잇는 여름 꽃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꽃을 보려면 오전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전에 꽃잎을 열고 오후에는 꽃잎을 다시 닫는다. 보통 꽃들이 한 번 열리면 내내 피어 있다가 며칠이 흘러 꽃이 지는데 반해, 이들은 하루 단위로 오전, 오후 꽃을 여닫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매일 꽃잎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꽃을 피워야 수분할 시간을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식물이 꽃잎을 열고 닫는 방식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흥미로웠다. 자연은 늘 우리의 예상 밖에 있구나,를 새삼 깨닫기도 했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점점 식물이 느리거나 정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들의 생태에 관해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착각과 오해, 편견을 되짚어 보면서 식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 때문에 자주 정체성을 오해 받는 보리수나무, 과일로 먹을 수 없는 모과의 가치, 꽃을 피우지 않는 무화과의 꽃,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던 당근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다. 특히나 매 장마다 수록된 아름답고 정밀한 식물세밀화가 인상적인데, 내용의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너무 근사한 작품이라 책 전체가 하나의 화집처럼 느껴지기도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그 어느 때보다도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졌고, 식물 애호가들도 늘어난 요즘이다. 하지만  '식물 소비량이 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며, 정원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 식물 문화가 발달한 것일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식물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통하지 않기를, 보다 정확한 식물 정보를 통해 누구나 식물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기를, 식물을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생명과 관련되는 기술이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 생명의 변형이나 더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의 합성까지, 이를 가능하게 하고 계속 더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을 우리는 그냥 바꿀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이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왜 이렇게 과학은 우리를 우리의 지혜로 분별하기 어려운 질문을 향해 걸어가도록 몰아가는 것일까?            p.150


영화나 SF소설에서 등장하는 소재인 복제 인간, 범죄 수사극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용도로 언급되는 DNA, 그리고 팬데믹 시기에 늘 화제였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명 과학에 대래 알고 있는 거란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과학 관련 서적을 꽤 읽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생명 과학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만나게 된 것은 생명 과학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차근차근 기초부터 짚어주는 교과서같은 책이다. 


연세 대학교 생명 시스템 대학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도 생명 과학을 가르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연세 대학교 인문 사회 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인기리에 진행되어 온 교양 수업 ‘생명 과학이란 무엇인가’의 핵심을 엮어 만들어진 이 책은 2014년에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버전의 개정판이다. 지난 10년간 변화된 부분과 내용을 수정하고 새로운 장을 추가했다. 기존 책이 절판되어 아쉬웠던 이들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나온 버전으로 꼭 만나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가 되어 있고, 생명 과학의 이모저모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생명 과학의 최전선을 다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생명 과학에 대한 공부는 결국 나에게 항상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의 질문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하며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다면 우리는 더 인간답게 되는가? 인간은 결국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기에 인간이 아닌가? 가슴 아프지만 어떤 형태로든 생래적으로 부가되는 결핍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에 진정한 인간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또 인간을 생로병사를 갖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받아들이고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음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p.364


이 책은 생명 과학의 핵심 질문 1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유전 정보 해독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생명체는 왜 늙어 갈까,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공포의 대상인가, 생명은 어떻게 환경 변화에 대해 최적 상태를 유지하는가, 생명 과학은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 등 누구나 호기심을 느낄 만한 질문으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입문서라 접근성과 가독성이 뛰어나다. 최근 10년간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생명 과학이 아주 빠른 속도로 정보 과학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 성문에 대한 지도책과 인간의 다양한 암세포 전체에 대한 지도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현재까지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던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새로운 예방과 치료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생명 과학 기술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되는데, 인간 유전체 정보, 맞춤 아기, 유전자 가위, 줄기 세포, 합성 생물학, 장기 이식 등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또한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 생명의 변형이나 더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의 합성까지 가능하게 하고 계속 더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을 그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면 또 수많은 문제가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면, 생명 과학에 대한 공부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최선의 대답을 내어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어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 정보를 임의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는데, 그 마음 한켠으로는 그렇게 마음대로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바꿀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명이란 것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기준 내려야 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의 탄생으로 악용되어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 왔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한 윤리적인 갈등 속에서도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거라는 사실이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생명과학의 기초부터 핵심 내용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토리한테 숲은 더없이 안전한 곳이야. 사나운 짐승도, 독 있는 벌레도 숲토리만큼은 해치지 않아. 그런데 도깨비 숲은 달라. 초도리 같은 초보 숲토리쯤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도깨비가 수두룩하다는 거야.

"진짜 도깨비 숲이면 어떡하지?"          p.23


숲토리 골짝에는 어린 숲토리들이 모여 산다. 그들은 나무에서 싹이 트듯 흙에서 쏙 돋아나는 존재이다. 숲토리는 배우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저절로 알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저절로 똑똑해져서 자연스럽게 세상의 일들을 깨우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린 숲토리들은 걱정 없이 먹고, 자고, 열심히 놀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여기 걱정 많은 숲토리가 있다. 머리꼭지가 초록색이라 '초도리'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곧 아홉 살이 되어 이 골짝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숲토리는 아홉 살이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먼 숲으로 가서 혼자 일을 해야 한다. 숲토리들은 숲을 돌보는 일을 한다. 이 숲 저 숲으로 흩어져 갖가지 식물을 키우는데, 식물들이 잘 자라면서 동물들이 모이게 되고, 결국 북적북적 근사한 숲을 이루는 것이다. 


다음 날, 초도리는 늪을 지나고, 모래땅을 지나, 들판을 지나간다. 그렇게 꼬박 열흘 동안 민들레 씨앗들을 통해 지치지도 않고 날아가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어춤침침한 숲이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엉켜 있고, 동물들은 코끝도 보이지 않는 으스스한 숲에서 과연 초도리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다시 깨었어. 그 사이 숲은 빗소리로 가득 차 있었어. 찰푸딱찰푸딱 출출출, 빗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 폭탁폭탁, 굴참나무잎에 떨어지는 소리. 토끼풀 위에는 가볍게 툭툭, 애기똥풀 꽃밭에는 투다닥투다닥, 넙데데한 연잎에 고인 빗물이 떨어질 때는 쪼릅, 조금 있다 쪼릅.               p.84


새로운 숲의 새집에서 임무를 시작하는 첫 날, 초도리를 찾아온 것은 엄청나게 커다란 버섯이었다. 빨간 버섯갓에 하얗고 볼록한 점이 톡톡 박힌 광대버섯은 크기가 거의 호박만 했다. 사실 그 버섯을 들고 온 것은 콩나물 콩처럼 털애 샛노랗고 크기가 작은 다람쥐 콩쥐였다. 거대한 버섯은 새 굴뚝으로 쓰라고 선물로 가져온 거였다. 콩쥐의 의뢰는 집 근처에 참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참나무 씨앗이 도토리라서 도토리를 심으면 되는데, 이상하게 심어봤는데도 잘 안됐다는 콩쥐의 말에 초도리는 함께 도토리부터 주우러 가기로 한다. 


그렇게 초록빛 가득 별난 도깨비 숲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의뢰를 해결하는 초도리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은 나무도 많고, 자라는 식물도 여느 숲과는 다르고, 공기도 다른 '도깨비 숲'에서 벌어지는 초도리의 모험은 밤코 화가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보린 작가의 아기자기한 말맛이 묻어나는 글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특히나 초도리는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캐릭터라 더 귀여운데, 다람쥐 콩쥐, 달팽이 몰랑코, 나뭇잎 병정들, 능굴빼미 등 도깨비 숲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된다. 


곳곳에 숲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예쁘지만 독이 있는 광대버섯, 모자처럼 생긴 도토리받침이 붙어 있는 도토리,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인 졸참나무이프, 우산으로 쓰기 좋은 연잎, 자르면 노란 액체가 나오는 애기똥풀, 토끼 꼬리를 닮은 토끼풀 까지... 마지막 페이지에 숲 관찰 수첩으로 정리되어 있어 보기도 좋다. 숲 해결사 초도리와 떠나는 친환경 모험이 이제 시작되었으니,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동물 친구들과 식물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마감일을 맞추려고 야근을 할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일하는 대신 침대에서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당신이 원치 않는 게시물을 마지못해 SNS에 올릴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다. 당신이 결정을 망설이고 저울질할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당신이 현재 우주에서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모든 결정을 경험하고 있다. 보편적 우주 파동함수는 계속해서 수많은 가능 세계로 미친 듯이 갈라지며 가지를 뻗는다. 우주 속 모든 입자가 겪을 수 있는 사건은 가능 세계에서 전부 일어날 수 있다.         P.160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무수히 많은 세계', 즉 다중 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취하거나 취하지 않은 모든 선택과 나에게 영향을 끼친 타인들의 행동 같은 요소가 여러 평행 세계에 사는 수많은 '나'를 만들어 냈다면 말이다. 다중우주, 혹은 평행우주라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우주에 지구만 생명체가 존재할 리 없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외에도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많은 SF 작품의 소재로 변주되어 왔다. 그런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평행하는 다양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즉 멀티버스의 가능성에 대해서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할까 늘 궁금했었다.


이 책을 쓴 세계적인 우주론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로라 머시니-호턴에 의하면 다중우주는 존재하며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주 놀라웠다. 사실 그 동안은 물리학계에서 다중우주론은 절대로 검증할 수 없는 사변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고,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중들조차 '멀티 유니버스'란 단순히 SF적인 상상력일 거라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게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학계 최초로 다중우주의 관측 근거를 찾아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대학교 시절부터 우주의 기원, 그리고 그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역사 깊은 질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우리우주의 경계 너머에 무엇이 존재할까,로 시작된 그 질문은 우리우주가 단 하나의 우주에 불과한지, 혹은 더 큰 우주, 다중우주의 구성원일 뿐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우주가 양자 다중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우리의 이론은 우리의 존재와 그 너머의 존재에 대해 일관되고 모순 없는 이론을 제공한다. 그리고 모든 관측이 뒷받침하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의 이론은 우리 기원에 관한 답이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양자얽힘을 통해 다중우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방법도 제안했다. 그런 연유로 나는 더 광대하고 복잡하며 아름다운 우주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우리우주는 거대한 다중우주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p.286~287


우주의 기원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질문은 고대부터 이어져왔다. 현재 그에 관한 가장 유력한 것은 '급팽창하는 우주' 또는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 물리는 이론이다. 초창기 원시 우주가 엄청난 폭발을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는 이론이다. 20세기 물리학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 놀랍고 훌륭한 이론 조차 이후 모순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고에너지이면서도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우리우주가 형성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이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폐기하는 것은 우주의 기원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모든 우주 관측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으니 말이다. 




저자인 로라 머시니-호턴은 대학원 과정을 마칠 무렵 이 문제에 특별히 매력을 느꼈고, 박사 과정 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그 문제에 매달린다. 그리고 우주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단일우주 가정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왜 계속 단일우주에 대한 가정을 고수하는 걸까? 그 가정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우주가 탄생하려면 양자 다중우주의 존재가 필연적이라는 계산을 도출하게 된다. 우리우주의 하늘에서 관측된 양자얽힘의 흔적을 다중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하며 학계 최초로 다중우주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보여준다. 이 책은 인플레이션 우주론부터 양자역학, 끈이론 등 다양한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양자우주론 등의 개념들을 풀어내고 있어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중우주론'이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동안 내내 아주 흥미진진했다. 검증할 수 없는 공상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던 다중우주론을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현실로 만들어 내는 놀라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블 영화에서나 만났던 '멀티 유니버스'가 단순히 공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를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로 데려가준다. 이 놀라운 경험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 놀면서 일하는 두 남자 삐까뚱씨, 내일의 목표보단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인생로그
브로디.노아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아는 맡은 일을 철저히 실행하면서도, 일과 개인적인 삶을 확실히 분리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 결과 언제나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이미지를 지킨다. 일을 대하는 자세 외에도 많은 부분 나와 다른 모습에 처음에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구나'하는 진리까지 깨닫고 있다.           p.51


성격도, 취향도, MBTI도 정반대인, 그야말로 징글징글하게 안 맞는 친구 사이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두 청년, 브로디와 노아의 첫 책이다. 두 사람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각자 본업을 하면서 '삐까뚱씨'라는 여행 유튜버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인터넷만 있으면 그곳이 사무실이 되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는 프리랜서, 노마드워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여행하며 일하는 삶이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로망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브로디와 노아,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취업도, 결혼도, 노후 대비에도 별 관심이 없는, 내일의 목표 같은 것들보다 오늘의 재미를 따라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 오면서 만들어낸 것이기에 누구보다 현재에 충실하다.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말이다. 국내 핫한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실력파들답게 직접 개발하고 그린 일러스트로 표지를 그렸고, 내지 곳곳에서도 귀여운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삐까뚱씨 캐릭터는 이 책을 집필하는 와중에 새로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두 사람의 성향과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라 아주 인상적이었다. 




같이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공통점을 제외한 모든 것이 안 맞는다는 사실을…. 처음에야 ‘우리는 잘 맞아!’ 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다소 강박적으로 배려를 하느라 실체가 가려져 있던 거였다. 일단 MBTI부터가 나는 ENFJ, 노아는 ISTP로 단 하나의 알파벳조차 맞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 생각하는 회로 자체가 아예 다르게 작용하다 보니 물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우리의 결론은 늘 이렇다. “그래, 너도 맞고 나도 맞다. 그렇지만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다.”          p.163~164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청춘들이 있을까 싶어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도 또래들이 겪는 고민과 숨기고픈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책에는 어디에서도 밝히지 않았던 진솔하면서도 내밀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었는데, 낭만 가득한 삶 이면의 현실이 오히려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피씨방에서 여행 블로그 콘텐츠를 구경하는 것이 낙이던 평범한 청년이 여러 시행 착오를 겪고 여행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게 되고,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든 첫 캐릭터로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게 되는 스토리는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 없이도, 지금의 재미와 현실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때그때 재미있는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기회가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서 지속적으로 재미있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있다는 이들의 상황이 모두에게 적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처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현실적인 울타리 안에서는 무조건 하고 본다'는 마음 가짐이야말로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많이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체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할 나이가 되기 전에, 그러니까 아직 젊을 때만 해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니 말이다. 


미래에 대해 무책임해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각자가 선택한 인생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책임감 있게 살고 있는 것이 브로디와 노아 두 사람일 것이다. '나는 재미있는 걸 택하며 살았지만, 허투루 하진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뜻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로만 꿈꿔왔던 삶을 실현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