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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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생명과 관련되는 기술이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 생명의 변형이나 더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의 합성까지, 이를 가능하게 하고 계속 더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을 우리는 그냥 바꿀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이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왜 이렇게 과학은 우리를 우리의 지혜로 분별하기 어려운 질문을 향해 걸어가도록 몰아가는 것일까?            p.150


영화나 SF소설에서 등장하는 소재인 복제 인간, 범죄 수사극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용도로 언급되는 DNA, 그리고 팬데믹 시기에 늘 화제였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명 과학에 대래 알고 있는 거란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과학 관련 서적을 꽤 읽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생명 과학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만나게 된 것은 생명 과학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차근차근 기초부터 짚어주는 교과서같은 책이다. 


연세 대학교 생명 시스템 대학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도 생명 과학을 가르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연세 대학교 인문 사회 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인기리에 진행되어 온 교양 수업 ‘생명 과학이란 무엇인가’의 핵심을 엮어 만들어진 이 책은 2014년에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버전의 개정판이다. 지난 10년간 변화된 부분과 내용을 수정하고 새로운 장을 추가했다. 기존 책이 절판되어 아쉬웠던 이들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나온 버전으로 꼭 만나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가 되어 있고, 생명 과학의 이모저모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생명 과학의 최전선을 다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생명 과학에 대한 공부는 결국 나에게 항상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의 질문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하며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다면 우리는 더 인간답게 되는가? 인간은 결국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기에 인간이 아닌가? 가슴 아프지만 어떤 형태로든 생래적으로 부가되는 결핍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에 진정한 인간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또 인간을 생로병사를 갖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받아들이고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음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p.364


이 책은 생명 과학의 핵심 질문 1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유전 정보 해독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생명체는 왜 늙어 갈까,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공포의 대상인가, 생명은 어떻게 환경 변화에 대해 최적 상태를 유지하는가, 생명 과학은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 등 누구나 호기심을 느낄 만한 질문으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입문서라 접근성과 가독성이 뛰어나다. 최근 10년간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생명 과학이 아주 빠른 속도로 정보 과학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 성문에 대한 지도책과 인간의 다양한 암세포 전체에 대한 지도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현재까지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던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새로운 예방과 치료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생명 과학 기술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되는데, 인간 유전체 정보, 맞춤 아기, 유전자 가위, 줄기 세포, 합성 생물학, 장기 이식 등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또한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 생명의 변형이나 더 나아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의 합성까지 가능하게 하고 계속 더 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을 그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면 또 수많은 문제가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면, 생명 과학에 대한 공부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최선의 대답을 내어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어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 정보를 임의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는데, 그 마음 한켠으로는 그렇게 마음대로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바꿀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명이란 것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기준 내려야 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의 탄생으로 악용되어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 왔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한 윤리적인 갈등 속에서도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거라는 사실이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생명과학의 기초부터 핵심 내용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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