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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ㅣ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숲토리한테 숲은 더없이 안전한 곳이야. 사나운 짐승도, 독 있는 벌레도 숲토리만큼은 해치지 않아. 그런데 도깨비 숲은 달라. 초도리 같은 초보 숲토리쯤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도깨비가 수두룩하다는 거야.
"진짜 도깨비 숲이면 어떡하지?" p.23
숲토리 골짝에는 어린 숲토리들이 모여 산다. 그들은 나무에서 싹이 트듯 흙에서 쏙 돋아나는 존재이다. 숲토리는 배우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저절로 알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저절로 똑똑해져서 자연스럽게 세상의 일들을 깨우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린 숲토리들은 걱정 없이 먹고, 자고, 열심히 놀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여기 걱정 많은 숲토리가 있다. 머리꼭지가 초록색이라 '초도리'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곧 아홉 살이 되어 이 골짝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숲토리는 아홉 살이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면 먼 숲으로 가서 혼자 일을 해야 한다. 숲토리들은 숲을 돌보는 일을 한다. 이 숲 저 숲으로 흩어져 갖가지 식물을 키우는데, 식물들이 잘 자라면서 동물들이 모이게 되고, 결국 북적북적 근사한 숲을 이루는 것이다.
다음 날, 초도리는 늪을 지나고, 모래땅을 지나, 들판을 지나간다. 그렇게 꼬박 열흘 동안 민들레 씨앗들을 통해 지치지도 않고 날아가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어춤침침한 숲이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엉켜 있고, 동물들은 코끝도 보이지 않는 으스스한 숲에서 과연 초도리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다시 깨었어. 그 사이 숲은 빗소리로 가득 차 있었어. 찰푸딱찰푸딱 출출출, 빗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 폭탁폭탁, 굴참나무잎에 떨어지는 소리. 토끼풀 위에는 가볍게 툭툭, 애기똥풀 꽃밭에는 투다닥투다닥, 넙데데한 연잎에 고인 빗물이 떨어질 때는 쪼릅, 조금 있다 쪼릅. p.84
새로운 숲의 새집에서 임무를 시작하는 첫 날, 초도리를 찾아온 것은 엄청나게 커다란 버섯이었다. 빨간 버섯갓에 하얗고 볼록한 점이 톡톡 박힌 광대버섯은 크기가 거의 호박만 했다. 사실 그 버섯을 들고 온 것은 콩나물 콩처럼 털애 샛노랗고 크기가 작은 다람쥐 콩쥐였다. 거대한 버섯은 새 굴뚝으로 쓰라고 선물로 가져온 거였다. 콩쥐의 의뢰는 집 근처에 참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참나무 씨앗이 도토리라서 도토리를 심으면 되는데, 이상하게 심어봤는데도 잘 안됐다는 콩쥐의 말에 초도리는 함께 도토리부터 주우러 가기로 한다.
그렇게 초록빛 가득 별난 도깨비 숲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의뢰를 해결하는 초도리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은 나무도 많고, 자라는 식물도 여느 숲과는 다르고, 공기도 다른 '도깨비 숲'에서 벌어지는 초도리의 모험은 밤코 화가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보린 작가의 아기자기한 말맛이 묻어나는 글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특히나 초도리는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캐릭터라 더 귀여운데, 다람쥐 콩쥐, 달팽이 몰랑코, 나뭇잎 병정들, 능굴빼미 등 도깨비 숲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된다.
곳곳에 숲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예쁘지만 독이 있는 광대버섯, 모자처럼 생긴 도토리받침이 붙어 있는 도토리,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인 졸참나무이프, 우산으로 쓰기 좋은 연잎, 자르면 노란 액체가 나오는 애기똥풀, 토끼 꼬리를 닮은 토끼풀 까지... 마지막 페이지에 숲 관찰 수첩으로 정리되어 있어 보기도 좋다. 숲 해결사 초도리와 떠나는 친환경 모험이 이제 시작되었으니,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동물 친구들과 식물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