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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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더라도 우선 나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상식 밖의 자연현상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우선 우리의 무심함부터 돌아볼 일이다. 가을에 장미와 벚꽃을 마주해 놀랐다는 충격만큼, 키보드로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쓰는 걱정만큼, 과연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외 다른 생물종을 위해 쏟아낸 말들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고 있을까. 실상 말과 행동이 같지 않다면, 우리가 어떤 기념일마다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혜적인 자기만족일 뿐이다.              p.34


<식물 산책>, <식물의 책>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식물세밀화가? 원예학 연구자 이소영 저자의 신작이다. 16년간 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시간 동안 맞닥뜨린 식물에 관한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모았다. 식물은 뿌리를 땅에 고정하고 있기에 스스로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식물이 살아 있는 생물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들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며, 땅에 고정되어 있을 뿐 빠르게 형태를 변화시키고, 번식을 위해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약하고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격적이기까지 한 생물이 바로 식물인 것이다. 




길을 걷다가 깨진 보도블록이나 갈라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틈새, 건물 벽돌 사이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서 자라는 틈새 식물들은 누군가 심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게 된 것일 텐데 볼 때마다 신기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며 새삼 식물의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반면 같은 것을 보고 누군가는 그들을 가엽게 여기거나, 아무데서나 자라는 잡초라고 나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식물이 틈새 공간에 살게 된 것은 흙 위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부은 인간들 때문이다. 


도시 적응력이 높은 식물들이 계속 틈새를 선택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은 그들에게 최선의 삶의 형태였던 것이다. 서양민들레, 괭이밥, 제비꽃, 꽃마리, 쇄별꽃 등 틈새의 식물들은 인간의 손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뿌리를 내려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스팔트를 딛고 사는 우리에게 틈새는 균열의 결과물이자 고쳐야 할 오점이지만, 사실 균열로 드러난 틈새야말로 인간을 제외한 생물들이 필요로 했던, 진작 드러났어야 했던 공간인 것이다. 덕분에 이제 틈새 식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식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진달래는 먹어도 괜찮지만 진달래와 비슷한 철죽은 먹어선 안 된다.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먹지 못하는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허가된 장소에서만 나물을 채취하며, 멸종 위기식물과 특산신물, 희귀식물 등 특정 식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물은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물을 채취할 때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사람의 욕망이니 말이다. 더 많이 캐고자 하는 욕망, 더 귀한 종을 얻고자 하는 욕망. 욕심에 취해 숲속 더 깊이 들어갈수록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될 뿐이다.               p.287


나팔꽃, 무궁화, 닭의장풀 등 한여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잇는 여름 꽃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꽃을 보려면 오전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전에 꽃잎을 열고 오후에는 꽃잎을 다시 닫는다. 보통 꽃들이 한 번 열리면 내내 피어 있다가 며칠이 흘러 꽃이 지는데 반해, 이들은 하루 단위로 오전, 오후 꽃을 여닫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매일 꽃잎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꽃을 피워야 수분할 시간을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식물이 꽃잎을 열고 닫는 방식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흥미로웠다. 자연은 늘 우리의 예상 밖에 있구나,를 새삼 깨닫기도 했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점점 식물이 느리거나 정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들의 생태에 관해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착각과 오해, 편견을 되짚어 보면서 식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 때문에 자주 정체성을 오해 받는 보리수나무, 과일로 먹을 수 없는 모과의 가치, 꽃을 피우지 않는 무화과의 꽃, 원래 주황색이 아니었던 당근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다. 특히나 매 장마다 수록된 아름답고 정밀한 식물세밀화가 인상적인데, 내용의 이해를 돕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너무 근사한 작품이라 책 전체가 하나의 화집처럼 느껴지기도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그 어느 때보다도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졌고, 식물 애호가들도 늘어난 요즘이다. 하지만  '식물 소비량이 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며, 정원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 식물 문화가 발달한 것일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더 이상 식물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통하지 않기를, 보다 정확한 식물 정보를 통해 누구나 식물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기를, 식물을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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