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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 놀면서 일하는 두 남자 삐까뚱씨, 내일의 목표보단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인생로그
브로디.노아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5월
평점 :
노아는 맡은 일을 철저히 실행하면서도, 일과 개인적인 삶을 확실히 분리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 결과 언제나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이미지를 지킨다. 일을 대하는 자세 외에도 많은 부분 나와 다른 모습에 처음에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구나'하는 진리까지 깨닫고 있다. p.51
성격도, 취향도, MBTI도 정반대인, 그야말로 징글징글하게 안 맞는 친구 사이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두 청년, 브로디와 노아의 첫 책이다. 두 사람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각자 본업을 하면서 '삐까뚱씨'라는 여행 유튜버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인터넷만 있으면 그곳이 사무실이 되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는 프리랜서, 노마드워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했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여행하며 일하는 삶이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로망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브로디와 노아,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취업도, 결혼도, 노후 대비에도 별 관심이 없는, 내일의 목표 같은 것들보다 오늘의 재미를 따라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 오면서 만들어낸 것이기에 누구보다 현재에 충실하다.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말이다. 국내 핫한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실력파들답게 직접 개발하고 그린 일러스트로 표지를 그렸고, 내지 곳곳에서도 귀여운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삐까뚱씨 캐릭터는 이 책을 집필하는 와중에 새로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데, 두 사람의 성향과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라 아주 인상적이었다.
같이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공통점을 제외한 모든 것이 안 맞는다는 사실을…. 처음에야 ‘우리는 잘 맞아!’ 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다소 강박적으로 배려를 하느라 실체가 가려져 있던 거였다. 일단 MBTI부터가 나는 ENFJ, 노아는 ISTP로 단 하나의 알파벳조차 맞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 생각하는 회로 자체가 아예 다르게 작용하다 보니 물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우리의 결론은 늘 이렇다. “그래, 너도 맞고 나도 맞다. 그렇지만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다.” p.163~164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청춘들이 있을까 싶어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도 또래들이 겪는 고민과 숨기고픈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책에는 어디에서도 밝히지 않았던 진솔하면서도 내밀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었는데, 낭만 가득한 삶 이면의 현실이 오히려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피씨방에서 여행 블로그 콘텐츠를 구경하는 것이 낙이던 평범한 청년이 여러 시행 착오를 겪고 여행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게 되고,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든 첫 캐릭터로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고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게 되는 스토리는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 없이도, 지금의 재미와 현실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때그때 재미있는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기회가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서 지속적으로 재미있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있다는 이들의 상황이 모두에게 적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처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현실적인 울타리 안에서는 무조건 하고 본다'는 마음 가짐이야말로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많이 생기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체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할 나이가 되기 전에, 그러니까 아직 젊을 때만 해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니 말이다.
미래에 대해 무책임해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각자가 선택한 인생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책임감 있게 살고 있는 것이 브로디와 노아 두 사람일 것이다. '나는 재미있는 걸 택하며 살았지만, 허투루 하진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뜻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로만 꿈꿔왔던 삶을 실현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