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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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감일을 맞추려고 야근을 할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일하는 대신 침대에서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당신이 원치 않는 게시물을 마지못해 SNS에 올릴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다. 당신이 결정을 망설이고 저울질할 때마다, 평행우주 속 또 다른 당신은 당신이 현재 우주에서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모든 결정을 경험하고 있다. 보편적 우주 파동함수는 계속해서 수많은 가능 세계로 미친 듯이 갈라지며 가지를 뻗는다. 우주 속 모든 입자가 겪을 수 있는 사건은 가능 세계에서 전부 일어날 수 있다.         P.160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무수히 많은 세계', 즉 다중 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취하거나 취하지 않은 모든 선택과 나에게 영향을 끼친 타인들의 행동 같은 요소가 여러 평행 세계에 사는 수많은 '나'를 만들어 냈다면 말이다. 다중우주, 혹은 평행우주라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우주에 지구만 생명체가 존재할 리 없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외에도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많은 SF 작품의 소재로 변주되어 왔다. 그런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평행하는 다양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즉 멀티버스의 가능성에 대해서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할까 늘 궁금했었다.


이 책을 쓴 세계적인 우주론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로라 머시니-호턴에 의하면 다중우주는 존재하며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주 놀라웠다. 사실 그 동안은 물리학계에서 다중우주론은 절대로 검증할 수 없는 사변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고,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중들조차 '멀티 유니버스'란 단순히 SF적인 상상력일 거라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게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학계 최초로 다중우주의 관측 근거를 찾아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대학교 시절부터 우주의 기원, 그리고 그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역사 깊은 질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우리우주의 경계 너머에 무엇이 존재할까,로 시작된 그 질문은 우리우주가 단 하나의 우주에 불과한지, 혹은 더 큰 우주, 다중우주의 구성원일 뿐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우주가 양자 다중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우리의 이론은 우리의 존재와 그 너머의 존재에 대해 일관되고 모순 없는 이론을 제공한다. 그리고 모든 관측이 뒷받침하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의 이론은 우리 기원에 관한 답이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양자얽힘을 통해 다중우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방법도 제안했다. 그런 연유로 나는 더 광대하고 복잡하며 아름다운 우주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우리우주는 거대한 다중우주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p.286~287


우주의 기원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질문은 고대부터 이어져왔다. 현재 그에 관한 가장 유력한 것은 '급팽창하는 우주' 또는 ‘인플레이션 우주론’으로 물리는 이론이다. 초창기 원시 우주가 엄청난 폭발을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는 이론이다. 20세기 물리학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 놀랍고 훌륭한 이론 조차 이후 모순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고에너지이면서도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우리우주가 형성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이 계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폐기하는 것은 우주의 기원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모든 우주 관측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졌으니 말이다. 




저자인 로라 머시니-호턴은 대학원 과정을 마칠 무렵 이 문제에 특별히 매력을 느꼈고, 박사 과정 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그 문제에 매달린다. 그리고 우주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단일우주 가정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왜 계속 단일우주에 대한 가정을 고수하는 걸까? 그 가정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우주가 탄생하려면 양자 다중우주의 존재가 필연적이라는 계산을 도출하게 된다. 우리우주의 하늘에서 관측된 양자얽힘의 흔적을 다중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하며 학계 최초로 다중우주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보여준다. 이 책은 인플레이션 우주론부터 양자역학, 끈이론 등 다양한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양자우주론 등의 개념들을 풀어내고 있어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중우주론'이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동안 내내 아주 흥미진진했다. 검증할 수 없는 공상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던 다중우주론을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현실로 만들어 내는 놀라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블 영화에서나 만났던 '멀티 유니버스'가 단순히 공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를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로 데려가준다. 이 놀라운 경험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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