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청춘이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고 있거나 지나갈 예정이다. 흔히,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청춘은 봄"이라고 노래 부르는 그 청춘. 젊음의 순간. 푸픈 봄이라서 청춘이라 은유했던가 싶다. 그런데 지금의 청춘은 과연 봄처럼 푸르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간혹 꼰대들이 하는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청춘에 비해 요즘의 청춘을 비교하며, 자신의 청춘이 지금의 청춘보다 한결 더 힘들었고 어려웠으며 고난의 과정을 뚫고 오늘날의 토대가 되었음을 자랑하는 것도 한때의 "나 때가 말하는 그 청춘"일 것이다. 나도 50을 넘어가는 나이지만, 그 어떤 청춘을 대하면서 한사코, 절대, 무조건적으로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게 있다면, "나 때는 말이야, 어쩌고저쩌고~"를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한다. 반대로 나보다 선배급인 사람에게서 "나 때는 말이야"라고 떠들면 다신 뵙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 어떤 청춘이든 그 시대가 안고 있는 각자마다의 고유한 현실적 시대상의 십자가는 다 있기 마련이다. 그게 저마다의 차이에 있어서 경중을 논해서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 것들 어쩌고"하는 것만큼 못나 보이는 것도 없다. 그래서 그때의 청춘으로 지금의 결과는 어떤가 되물어야 할 시기이지, 한때의 청춘을 비참에 떨어뜨리거나 자랑삼아 "나 때는 말이야"라고 주장할 일은 아니라는 거다.
간혹 그런 상상을 한다. 오래된 빛 바랜 낡은 서류 상자에서 나오는 각종 문서들, 혹은 아버지가 남긴 것 같은 그런 상자에서 나오는 각종 증명서나 임명장, 혹은 발령장이나 졸업한 학교에서 받은 상장이나, 다니던 회사에서 수령은 월급 명세서 봉투, 은행의 거래 기록과 일상을 기록한 일기장 등등등. 혹은 어디 무슨 학교 입학 허가서라든가 기사 자격증 등 무슨 시험을 치고받은 합격증. 아니면 어느 기능사 1급, 2급 자격증이나 좀 더 나아가 무슨 면허증. 아니면 국가고시 응시 원서, 수험표. 그래 다들 그렇게 청춘을 준비했던 모든 이력과 경력들이 모인 그 상자가, 바로 그 사람의 과거의 "한때 내가 말이야"를 대신 말해준다. 사람의 입은 때로는 진실보다 가공적 허풍이나 비약이 늘 숨어 있는 것에 능하다. 따라서 그런 각종 증명서와 협격증이나 응시원서나 연구 성과물인 학위증이나 혹은 무슨 과정의 논문이나 저서. 낡은 사진 첩에서 만나는 과거의 행위들이 객관적으로 나 때를 더 증명하는 사실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서를 생산하고 글을 지어내고 자격의 증명이 있음을 문서화 시켜낸다. 고작 주민등록증 하나만으로 "나 때는 말이야"를 증명하려면 얼마나 많은 구라를 쳐야 할지는 자신만이 알 것이 뻔하지 않을까 한다. 무슨 운전기능사를 딸려고 경력을 쌓고 기능을 익혀 어디서 합격증으로 받았던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편에 오히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서류가 말해주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타자가 증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무슨 증명서이기 때문이다. 소주 한 잔만 걸치면 울분에 차서 "한때 내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왕년의 자신의 레퍼토리는 어찌 그리 수준이 형편없는 것인지에 대한 자기변명이거나 혹은 자기 자랑의 오지랖은 늘 비슷하다. 그래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꼰대스러움에 대한 반응은 "지겹다~(좀! 그만해)"로 강조되는 결과적인 이유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저작물이나 증명서를 대신해서 사진이라도 몇 장 보여주시라. 그러면 "지겹다가 오히려 흥미롭다"로 바뀐다. 열사의 사막에 도로를 내고 댐을 지으면서 중장비 앞에서 근사한 포즈로 "V"자를 그렸을 아버지는 얼마나 고생하셨을까라는 반응하는 건 감동이 직결 스위치처럼 나오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시절에 읽었던 인상 깊은 책은 어떠했을까? 역시 기록으로 독후감을 남기듯 글을 쓴 리뷰가 바로 독서의 증명서일 것이다.
"그래서 그 때 청춘에 가장 인상 깊었던 지침이 되는 책이라도 한 권 권해 주세요? "나 때는 말이야. 이 책 정도 안 읽으면 청춘이 아니었어."라며 그 시대의 청춘 필독서는 무엇이었는지를, 시대의 지성과 지식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 다!~. 그래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고민이 담긴 책을 보게 되는 이유도 된다. 무슨 책을 인상 깊게 읽었고 그렇게 다가온 생각들을 글로 풀어낸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 유시민이 한때 젊은 시절의 고뇌를 모은 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서처럼 쓴 글이다. "한때 내가 이 책을 읽었는데 말이야" 시작하다 보면 그 청춘의 시기에 겪은 삶이 증명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 한때 내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와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현학의 추구와 고민에 대한 시대상의 충돌이 그래서 더 납득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의 삶은 과거에 살았던 삶의 결과적 책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의 증명서와도 같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언급한 책(아래에 적어 두겠다. 참조 바람)의 리뷰의 성격을 포함하였다. 저자 유시민의 개인적 감상문 내지 독후감으로서, 감상의 논지와 견해를 피력한 책이기도 하다. 보통은 책을 읽기만 하고 리뷰를 쓰지 않는 것도 많았으나 다행히 알라딘 온라인 서재 블로그는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책에 대한 리뷰나 페이퍼 글을 생산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이기에 읽은 후기에 적합하고, 읽은 책으로 사유하고 문장으로 나타냄으로써 개인적인 생각을 통해 피력한다는 점에서 청춘의 독서라는 책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그간 책을 읽고서 쓴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읽기와 쓰기도 나름의 자기 증명 방식중 하나라는 것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의미가 제일 크다.
일반적인 수준으로 웬만큼 책을 읽었으나, 나는 유시민 저자가 다루고 언급한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다. 사실 다 읽기도 벅차기도 하다. 특별히 읽을 계기도 없었거니와 책을 읽을 동기나 책을 읽을만한 영향력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유시민은 부친이 학교 선생님이었던 탓에 책을 자주 접했고 책에 대한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나는 주변에 책의 동기나 욕구를 자극할 만한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게 된 동기나 혹은 영향은 없이 대부분 자발적이었다. 마치 내가 사진을 찍고 사진에 대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발적이었다. 분명 어디엔가 내재된 그 어떤 것이 책과 사진을 좋아하게 될 줄은 나도 나를 모른다.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존재적 증명처럼 사진을 찍었고 책을 가까이하는 원인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내가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생각과 감상으로 내가 읽은 듯하게 핵심을 짚어내고 요약하여 축약시켜 책의 속을 설명해준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다. 단점은 읽지 않아도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굳이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하고자 하는 맥락을 설명하고 저자의 핵심 생각을 알아 가는 것도 다 읽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시간 절약에는 장점이기도 하다. 언제 그 책을 다 읽겠나. 시간도 빠듯하게 사는 처지에서는 유시민의 책은 그래서 더 유익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나는 어떤 책이든 문장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를 매우 중시하는 편이라서 유시민의 문장체는 아주 편안하게 읽힌다. 싫어하는 책이라면 대부분 번역서들이다. 번역서는 외국어를 우리나라 글로 번역한 책인데 나는 번역서의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읽기에 너무 불편하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아마도 외국어의 문장은 우리나라 국어 문장하고는 언어의 본질적인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번역체의 문장이 나오기는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번역서라도 유시민 스타일의 번역서라면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을 텐데 많은 번역서들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려다 보니 문장이 이상하게 읽히지 않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기야 국내에서 나오는 책조차 다 못 읽을 판에 외국서적의 번역서까지 읽기란 참 난감하다. 차라리 요약본이나 해설본으로 설명한 유시민의 리뷰 성격의 책이 나에겐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어난다.
청춘시절에 읽은 책들은 그 사람의 관념의 뼈대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읽은 책의 영향으로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흔히 청춘시절에 유행하며 들었던 노래나 음악이 평생토록 즐기는 그 사람의 시간적 스펙트럼을 이루는 경우와 비슷하다. 책은 그래서 위대한 저작물인 까닭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사고의 방향을 결정하는 원인이자 동기가 되기도 한다. 과연 나는 청춘 시절에 무슨 책을 읽었던가 한번쯤 글을 쓰며 반추해보고 그런 생각으로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물어도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
-참고. 청춘의 독서에서 다루었던 리뷰 책 리스트.
1.표토르 토스트옙스키, 죄와벌
2.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3.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4. 토머스 멜서스, 인구론
5.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6. 맹자, 맹자
7. 최인훈, 광장
8. 사마천, 사기
9.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1.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핸지 조지, 진보와 빈곤
13.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비린 명예
14.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