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과 동시에 부여된 수감 번호는

죽어서 고기가 되고 나서 추적 번호가 된다.


소의 주민등록번호이자,

신분에 대한 생의 바코드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번호 또한 재적등본에

기록으로 남길뿐이겠지.


네 눈이 아무리 슬퍼 보여도

눈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 지갑에 가진 주민등록번호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눈물은 말라버리게 되지.


여기는 모든 생존에 대한 거대한

파놉티콘이었거든.


넌 죽어서 잡혀 먹고

난 살아서 잡혀 오염된 지폐 감옥에 있거든.


다 비슷하니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

다만 우리 절친하게 또한,

무심히 서로를 처연하게

바라 보고 있으면 그만일 테야. 그렇지?

 

짜슥, 우리 그저 이 한세상 쫄지나 말고 눈이나 껌뻑이자,

그것도 오토 매틱으로!


그런데, 피조적인 족쇄에 오들오들 떨리는 것이

너나 나나 어쩔 수가 없지만

오래지 않아 언젠가는 다 해방될 거야.

 

---------------------------

 

 

소와의 대화입니다.이미 이 소는 없어요. 소는 해방되었고 나는 아직 여전히....

 

그러게요? 가끔 지난 사진과 글을 봅니다.

 

이런 사진도 찍었구나, 여기는 어디였었지. 무슨 글이 붙었네? 우째 이런 느낌이 들었지?. 지금은 뭐가 달라졌나?라고 리플레이하듯 보고 잠깁니다.

 

그렇지? 아직 해방되지 않았구나.라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7-12-13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의 아련한 눈망울을 볼 때마다 소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요. 물론, 소고기를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소고기를 먹으면 이상하게 죄책감이 느껴져요.

yureka01 2017-12-13 11:33   좋아요 1 | URL
죄책감 떨치는 방법..

내가 죽고 다음 생에 다시 소로 태어나도 된다는
허용과 동의가 있으면 됩니다.


오늘은 내가 너를 먹지만,
다음에 네가 나를 먹으라!~

˝그럼, 우린 비겼구나..˝

자연은 서로를 먹고 먹히도록 진화된 이 감옥같은 체재에
다음에는 우리 함께 저항하도록 하자~~~

라고 하시면 됩니다^^ ㅋ

이게 다 실존의 빚이죠.....
언제가 갚으면 될 것입니다.
채무를 벗어나는 날이 해방된 날입니다.~^^..

2017-12-13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3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 돼지, 닭을 키우시는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죽으러 가는 날을 직감한다고 하더군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을 보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들에게 공통된 감정이라 생각됩니다. 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소중한 생명을 섭취했으니, 오늘 하루 그네들 몫까지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yureka01 2017-12-13 13:53   좋아요 2 | URL
직감이라는게 동물들에겐 더 섬세하게 있을 겁니다.
아침에 팔러가는 트럭이 도착하는 걸 감지하거든요..
굵은 눈망울에 눈물이 뚝뚝.......

sprenown 2017-12-13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의 눈빛이 저에겐 ˝네 죄를 니가 알렷다˝ 라며 노려보는것 같네요^^ 착하게 살아야죠 ㅎㅎ

yureka01 2017-12-13 16:19   좋아요 2 | URL
네^^. 같은 사진인데, 보는 시선에 따라 차이겠지요....
그런가 봐요.
똑같은 현실도 ...해석의 시대라고 하더군요.
해석이 안되는 것..이게 이미지의 문맹이라고 발터 벤야민의 주장이었지요..^^.

2017-12-13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12-13 21:52   좋아요 1 | URL
배꼽이군요.ㄷㄷㄷ

2017-12-13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4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0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올해 국립공원 사진상 입상작품들중 일부 몇 컷들입니다.

 

보고 있으니 황홀해집니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않봐도 비디오입니다.

무거운 장비 들처매고 산을 올랐을 것입니다.

한 번 오른다고 극적인 풍경은 연출되지는 않겠지요.

자주 올랐을 거이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것입니다.

 

해질 때를 기다리고

일출 때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알지요.

 

이런 장면을 만난다는 것은

흔히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 의미를...^^..

 

풍경, 이거 하나 잡자고 수고를 하는 모든 과정들이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사진 아주 잘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PS : 본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습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상업용을 제외한 개인용도의 사진 활용가능함을 밝혔기에 포스팅합니다.


댓글(39)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12-1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7-12-11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 T.V에 잠깐 소개되기도 했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대작이 나온다고 하던데, 저분들 모두 대단한 거죠.
개인적으로는 과보정이 눈에 좀 거슬리지만
그게 대세라는데 우짜겄어예?
포인트를 찾아가서 수십번 혹은 수백번 찍었을텐데....후덜덜입니다~

yureka01 2017-12-11 10: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그노무 포인트.....한두번 가서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운이겠습니까만은....
그걸로는 안되니 말이죠...

당장 오늘 밤.오도산 정상에서 은하수 사진이라도 담고 싶은 충동이..ㅎㅎㅎㅎ

syo 2017-12-11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하네요... 전 사진을 정말 1도 몰라서, 사람의 눈만으로는 저렇게 볼 수 없는거죠?? 와..

yureka01 2017-12-11 10:33   좋아요 2 | URL
네..기회라서요..타이밍의 미학이죠..
날이면 날마다 볼 수가 없죠..
사진은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잡는 예술입니다.^^..

syo 2017-12-11 10:36   좋아요 1 | URL
‘사진은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잡는 예술‘ 이라는 말은 유레카님의 말씀인가요??
쌍따봉 드립니다. b^-^d

yureka01 2017-12-11 10:59   좋아요 0 | URL
네네..~~~사진 명언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cyrus 2017-12-1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 사진을 볼 때마다 저런 곳에서 혼자 유유자적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읽는 자연인이 되고 싶어요.. ㅎㅎㅎ

yureka01 2017-12-11 12:11   좋아요 0 | URL
신선이 사는 것과 같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ㅎㅎㅎㅎ
나는 자연인이다.그 프로그램에 보면
그런 곳에서 책이라도 실컷 읽고 살았으면 좋겠더만요.ㅎㅎㅎ

우민(愚民)ngs01 2017-12-11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덕분에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yureka01 2017-12-11 13:41   좋아요 1 | URL
멋진 사진 너무나도 많죠...ㅎㅎㅎ
저작권 때문에 함부로 올릴 수 없는 게 아쉽죠...^^..

hnine 2017-12-11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이 안다물어지네요 !

yureka01 2017-12-11 12:55   좋아요 1 | URL
이 밖에도 멋진 사진 많죠..
국립공원은 국토의 얼굴이죠..^^..

jss1192 2017-12-11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이롭습니다. 산 자체로도 아름답고 촬영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마음도 아름답습니다. 둘 다 있어야 저런 사진이 나오는 거겠죠 :-)

yureka01 2017-12-11 13:42   좋아요 1 | URL
저도 작가분들에게 박수 보내드렸습니다..고생하신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12-11 1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멋진 사진입니다. 사진찍는 기술만 있다고 가능한 사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순간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도가 작가의 머리속을 지나갔는지 상상하기도 어렵겠습니다.

yureka01 2017-12-11 13:51   좋아요 2 | URL
설악산..지리산 등등 국립공원에 올라서 저런 장면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서요..
대단한 열정이 서린 작품이었지요...

2017-12-11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3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12-13 21:25   좋아요 1 | URL
네 ..김영갑 사진작가.. 그분..ㄷㄷㄷ

2017-12-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12-13 21:27   좋아요 1 | URL
보정이야 다 들어갔을 겁니다.^^..
사진에 빛이 많고 채도가 높은 사진이니까요.

2017-12-20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창법이 쥐어짭니다. 

그런데 짜는데도 편안하게 흐느끼며 울어요.

네 ..이런 울림이 울음처럼 짜요.

눈물이 바이브레이션 소리로 대신 나오는듯하죠.


네 특유한 창법. 소울.

흑인들의 피 속에선 선조들의 오랜 노예생활의 기억이 녹아 있거든요.

괴로울 때도 힘들 때도 그들은 노래로 버텼죠.

그 경험이 노래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유추해봅니다.


우리나라에도 판소리가 있죠.

한이란 기본 정서가 깔려 있으니 목소리에 굳은살이 배겨서 탁성의 울림이 나오죠.

스승에게서 전수받지 못하면 소리 못하거든요.

(아마 일반과 격리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더군요.)


하지만 예네들은 울림 흐느낌 울음 창법이 몸에 문신처럼 목소리에 새겨져 있다는 점.


역시 노래는 타고나야 하는 건가 싶더군요.

정말 잘!~~~우네요.... 노래가 끝나면 시원하다는 느낌...


이 곡은 고음 보다 저음에서 특히 더 울려야 하는 포인트인데.ㅎㅎㅎ

원곡보다 더 잘 부르네요.아니.더 잘 우네요....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12-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0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소울이 있어야한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네요.

yureka01 2017-12-10 16:21   좋아요 1 | URL
ㅎㅎ 네 소올 ....미국판 트롯트!~^^...

stella.K 2017-12-10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흑인이 한 노래하죠.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저런 창법이 계속 이어져 온다는 게
새삼 신기하기도 해요. DNA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ㅠ

yureka01 2017-12-10 16:23   좋아요 0 | URL
애끓는 듯한 창법은 하여간 반쯤은 타고 나야 하나 봅니다.
일부러 흉내내기도 어렵죠.^^.

stella.K 2017-12-10 16:48   좋아요 1 | URL
하여간 풍유는 또 아셔갖구...ㅋㅋ
그럼 가래 끓는 창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ㅎㅎ

yureka01 2017-12-10 17:04   좋아요 0 | URL
음색이 허스키보이스..이것도 아주 매력적이더라구요~~^^.ㅋ

강옥 2017-12-10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곧 울것 같은 표정도 압권이네요.
가슴 저 깊숙한 데서 퍼올린 듯한 노래.
간만에 쏠쏠한 쏘올 한 곡 듣습니다 ^^*

yureka01 2017-12-11 08:40   좋아요 1 | URL
단순하게 울기만하면 통곡이지만
멜로디가 들어가면 노래가 되거든요..
네 ..소올 입니다..^^..

2017-12-1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9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진 책 두 권인데요. 간단한 리뷰 겸 소개하겠습니다. 심도 있는 리뷰 형식은 아니니 그저 편하게 읽고 감상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을 찍어 왔고 사진 책을 리뷰하고 사진 책을 보고 있으니 알라딘 이웃분들께서 역시 사진 책을 종종 보내 주십니다. 네 성향 맞춤형이었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고요. 이번에 받은 두 책은 사진으로 의미가 있어서 항상 취향에 딱 들어맞았지요. 하나는 체르노빌을 담은 사진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알래스카의 풍경 사진이 아주 많이 담긴 에세이 책이었습니다.


체르노빌과 알래스카. 네. 전혀 엉뚱한 환경의 너무 다른 극명인 차이가 나는 풍경이었습니다. 체르노빌은 아시다시피 핵발전소가 폭발되면서 그 일대가 방사능으로 초토화 되었고, 몇십 년이 흐른 지금의 낡고 쇠락한 모습의 사진입니다. 기본적으로 체르노빌의 모든 사진은 인류가 핵을 다루는 것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알래스카 사진은 그야말로 자연의 때뭍지 않는 순수한 풍경 그 자체입니다. 당연히 자연의 보존가치에 대한 것이 주제이기도 하죠. 체르노빌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알래스카는 아주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더 극적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두 개의 책이 대표하는 주제는 인공물의 낡음과 자연의 아름다움, 이 두 개가 주제였습니다.


두 책은 성향이 전혀 다른 사진입니다만, 그러나 희한하게도 두 개의 주제에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아니 이 공통점이 너무 크게 부각됩니다. 로, 사람의 발길은 끊겼고 인적이 드물다는 것에서 같은 효과가 있는 사진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멀면 멀어질수록 자연이 제 스스로가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더군요.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는 사람 발길이 끊겼거든요. 고농도의 방사능 때문에 인적이 끊겼지요. 그야말로 무인지대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알래스카는 극지의 오지라서 접근성이 대단히 어렵기에 (사람 발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밀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사람과 자연. 이 두 개의 카테 로리의 접점이 찾아지는 부분입니다. 체르노빌의 사고 이후에 나타나는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과 시간이 인간의 흔적을 어떻게 지우개처럼 지워져 내는 건지, 그리고 여전히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또한 알래스카는 언제든 사람의 발길이 많아질수록 체르노빌처럼 경고를 내고 있을 것만 같더군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어떻게 변화로 이어지는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이야 전혀 다른 내용이라서 따로따로 해야 정상인데 이 두 개의 의미가 만나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

자, 그럼 체르노빌부터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게임 제작사로 유명한 베데스타 게임 스튜디오라는 회사에서 나온 풀아웃 시리즈가 있습니다. 풀( FULL) 아웃(OUT). 즉 모든 것이 아웃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핵 전쟁 이후는 모든 것이 풀 아웃이 되었거든요.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 체제에서 아웃된 이후이기도 하죠. 기존의 질서의 체제는 핵 전쟁으로 무너지고 모른 것이 새롭게 약육강식처럼 재편된 이후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사라져 버렸고 일부 핵 전쟁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게임이었습니다. 도시는 모두 폐허로 변했고 방사능에 오염된 환경을 상상하듯 이미지화시켜낸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핵 전쟁에 대비한 벙커에서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수십 년 만에 나온 사람들이 만나는 도시는 낡고 쇠락했으며 시간이 경과 됨으로써 모든 것이 퇴색된 풍경이었거든요. 일부는 고농도의 방사능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고 동식물들도 대부분 죽었습니다. 일부 살아남은 동물들은 방사능으로 인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괴물이 되어 가고 사람들도 괴물처럼 변했습니다. 일부 냉동에서 나온 사람들의 분투는 함마디로 이대로 끝나는 절망을 게임 전체가 아우르고 있죠.

 

체르노빌 이야기에 왠 풀 아웃 게임 이야기냐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이미지가 체르노빌 사진집에서 봤던 모습을 똑같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흡사 베데스타 스튜디오에서 게임의 이미지와 배경을 체르노빌을 참고했나 의심이 들 만큼 닮았습니다. 쇠는 녹이 슬어가고 페인트는 온통 뜯어지고 합판은 분리되어 일어나는 등등 그냥 똑같은 모습이었죠. 사람이 사라져 버린 도시가 어떻게 늙어가며 변화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방사능은 측정기를 가져다 대면 삑삑삑 경고음을 울리며 접근을 경고하는 환경. 그야말로 풀 아웃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체르노빌 사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주는 인간에 대한 소거의 두려움과 방사능이란 경고가 퇴락하는 인간의 구조물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그렇게 퇴락하는 도시에서 제염되지 않는 방사능을 반감기를 거치기도 전에 자연은 어떤 기제로 이런 인공구조물의 도시를 변모시켜가는지 사진은 담담하게 관찰하였던 것입니다.

 

 

사회비평가였던 수전 손택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밝혔듯이, 사진은 끝없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이제 사진에서 나오는 이미지는 자극적일 뿐 더 이상 경고의 의미도 퇴색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슨 사회적 고발 사진에서는 인간의 행동에 경종을 울리긴 했어도 인간이 과연 핵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만한 것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상당히 부정적이기까지 합니다. 자극은 더욱 강해져도 결국 마약환자처럼 중독되어 더욱 강력한 경고를 받아도 행동의 변화는 요원하다는 말이겠지요. 아무리 붉은 경고등이 점멸되고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것처럼 행동의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도 여겨지게 됩니다. 결국 인간이 얼마나 우매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경고등이 켜져도 행동의 변화와 작동을 멈춘 인간은 결국 후쿠시마의 재앙에 대해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절대 건들이지 말아야 할 핵은 경제성이란 이유로 자본의 충실한 이용물이 되었으나 방사능은 자본으로도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인간이 시간을 정복하지 못한 이상 방사능의 반감기는 정복할 수 없는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 동안 사진작가 내지 사진 기자가 전쟁터에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쟁의 고통과 참상을 알리는 그 현장에서 정작 사진가는 목숨을 걸었고 현장에서 죽어 나갑니다. 그러나 그런 목숨까지 내 걸었던 사진을 통해서 전쟁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는 상상이 되지 않듯이, 마찬가지로 체르노빌의 현실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의 양식을 바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사진은 현장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한 작업이니 방사능이 오염된 지역으로 작가가 직접 들어갔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이런 사진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은 사진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비극의 극점에서 벌어지는 참상에서 사진으로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소귀에 경일뿐이니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그렇게 고발하는 사진에서 현실적으로 재현되었을 때의 인간은 결국 간악한 모습을 보입니다. 경고를 무시할 때 벌어지는 불상사는 곧 뒤늦은 후회를 남기고야 말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닥쳐서야 그제서야 후회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질 중에 제일 악질적인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진은 후회하는 인간에 대한 일종의 조롱하며 욕을 퍼붓는 거 같아 보입니다. "아휴 꼬습따 이세끼들아" 라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뜻은 아닐까 하고서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자신의 고향 땅에서 살아가는 일부 극소수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소거된 빈 곳에서 버릴 수 없는 고향이 체르노빌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자신들이 그 경고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권력과 합쳐진 자본은 땅을 헤집고 핵발전소를 지어댈 것입니다. 다만 그 권력이 이런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 권력자의 안목과 지혜만이 공감대를 얻고 나아가 전체의 시민들이 각성하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각성 앞에 있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자본은 끝없이 오해하도록 만듭니다. 전기료가 싸진다는 이득의 꼬임에 당하기 일쑤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내 주머니에서 돈이 적게 나가는데 반대할 이유는 멀리 있거든요.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일본 사진작가 고, 호시노 미치오의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라는 책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치오 작가의 알래스카에 대한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광활한 대지, 각종 동식물들의 생태 사진들이 가득하고 원주민들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의 사진들은 흡사 한 편의 NGO 다큐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래스카는 오지에 추운 지방이니 인구 밀도가 일반 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그만큼 사람 발길이 드물었으니 자연 환경이 상당히 양호하게 보존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알래스카도 유전이 발견됨으로써 인한 환경 오염이 직면했음을 사진작가는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유전으로 발생되는 오염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생태환경 작가의 경고를 사진에 담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에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뷰 파인더로 보이는 황홀한 장관을 오랫동안 지켜낼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원의 약탈적인 힘 앞에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드넓은 습지, 숲들과 야생의 들판들이 여름과 겨울을 바꿔가며 옷을 갈아입으며 태양의 빛으로 변화해 나가는 과정의 일거수 일투족 낱낱이 카메라로 기록하는 것은 자연의 숭고함에 대한 경배와도 같은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위대함은 속절없는 탐욕 앞에서 허물어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이루기는 무척 긴 세월이 걸렸지만 파헤치는 것은 순식간인 것처럼 위대한 자연이 순간이 오염지대로 변모하는 것의 두려움과 공포를 사진 첩 속에 숨겨 놓았던 것입니다. 인간이 들어가서 오염된 지역을 복구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이 들어가서 탐욕으로 파괴시키는 것은 한계가 없더라는 메시지를 작가는 던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 적인가요. 지구 혹은 자연의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일까. 지구나 혹은 자연도 완벽한 것도 아님을 생각했습니다. 그럼 지구 혹은 자연의 오류는 무엇일까? 바로 지구라는 자연환경이 인간을 만들어낸 오류나 실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지구에서 만에 하나 가정을 해봅시다. 지구에서 사람이 없다고 하면 과연 지구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인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큰 축복이었을 테고.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축복인지 아닌지 몰랐다가 나중에 보니 인간이 지구에 대해 하는 행실머리로 봐서는 앗 이거 아닌 거 같아?라고 탄식을 내뱉을 것만 같았거든요. 인간이 머물다간 자리에 쓰레기만 쌓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쓰레기조차 자연의 일부로 동화시켜 버립니다. 체르노빌의 모든 인공 구조물이 자연의 동화화로 진행 중인 걸 보면 결국 인간의 흔적을 서서히 지워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심각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야 인간의 모든 행위가 자연에게 쓰레기나 내뱉겠지만 40억 년 지구 나이에 인류의 세월은 고작 몇백만 년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앞으로 몇 백 년이 지나 그때까지 인류가 남아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지구는 자신의 모순을 끌어안고 태양을 따라 볼텍스 운동으로 은하의 외곽으로 나아 가겠지요. 앞으로 몇백억 년 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할 때, 지구의 모습은 지금을 상상할 수야 없겠지만 자연의 장관을 기록한 그 순수했던 모든 영혼들은 우주 어딘가에서 또 다른 씨앗이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다음 영상하나 재미로 보세요.^^.

 

 

동영상에서 보시다 시피 별이 저 정도로 휘몰아 치면, 태양의 위성인 지구는 가루조차 남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무엇이라야 할까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저기에선 무위가 따로 없거든요. 그래서요. 한가지 떠오른 생각은 "겸허"입니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2-08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08 1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우리가 말하는 환경 보호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군요... 가이아 이론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지구가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이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복원된다면, 그때에는 우리 인간의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yureka01 2017-12-08 12:52   좋아요 3 | URL
물론이겠지요..
오래 공존되길 바라지만 ..
어느 한쪽의 일방 약탈적 이라면 이 불균형이 무너지겠지요.
뷸균형이 균형을 잡을 때. 과연 인간은 어디에 있을지요....

2017-12-09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30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9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벌써 2년 전인가요? "앵두를 찾아라" 수필집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리뷰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읽었던 책이나 리뷰했던 책은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편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전해 주더군요. 흐.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저자가 책 이웃들에게 자신의 책을 내며 신고식 하듯이 한 권씩 돌려보라고 주는 거. 잊지 않고 신간을 알린다는 의미가 남다르거든요. 그럼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알려야 정상이거든요. 1년 가도 책 한 권 안(못) 읽는 사람들에겐 책 소식이야 그냥 지나치는 꼭지 뉴스일 뿐입니다만, 독서인 이라면 특히 온라인에서 자주 뵙는 이웃의 책이라면 관심이 안갈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알려야 하죠. '앵두를 찾아라'라는 전작 책에서도 일부분에 걸쳐 영화 이야기가 잠깐 나왔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영화를 상당히 유심하게 보는 분이셨구나로 기억되었지요. 그런데 이제 아예 단행본의 책이 '고마워 영화'라니까 영화 이야기책이었으니까요.

 

기쁜 마음으로 책을 열었는데요. 목차에 나온 영화 제목을 보니 51편의 영화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본 영화가 딱 한편뿐이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입니다. 본 적이 없는 영화에 대한 글을 읽어서 감상할 재간이 없었다는 난감함이 먼저 휘감습니다. 그렇다고 일간 모두 한번 시청을 하고 나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선 순서는 아닐까 했으나, 이 영화를 언제 다보겠는가 입니다. 최소한의 등장인물이나 스토리는 알아야 글쓴이의 공감이나 느낌 정도를 이입할 수 있을듯했습니다. 목록에 나온 영화도 안본 채로 책을 읽어 무슨 의미인지 알아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포탈의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 영화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영화에 대한 감상글을 읽기만 했다 해서 쓸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책을 다 읽고도 멍했습니다. 이런 걸 보고 읽어도 겉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흡사 기어가 맞물리지 않아서 동력이 전달되지 않고 겉돌듯이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보러 간지가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았습니다. 집 앞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멀티플렉스 영화 상영관이 있습니다. 아주 가까이 있어도 최근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5분의 거리가 50분처럼 멀리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요즘은 iptv로도 얼마든지 동시상영하는 영화도 볼 수 있죠. 그렇다고 영화를 싫어하는냐, 이것도 아니거든요.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였던 걸로 기억납니다만, 영화도 대부분 sf류만 봤던 걸로 기억납니다.

 

핑계를 대자면 영화도 대부분은 여가생활의 일부분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보다는 사진을 담으로 나가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휴일날 집에 있는 시간은 대부분이 책과 음악이 전부였으니 영화에 할애할 만한 시간 부족이 정확한 형편이었을 것입니다. 아는 분들은 알죠.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손꼽히게 길다는 거요. 늘 수면부족에 시달린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술집은 얼마나 많습니까. 하루의 피로를 술로 푸는 곳이 지천인데 그 시간에 영화를 보러 가겠습니까, 술 마시러 가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독서율이 떨어지는 이유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도 겨우 사는 마당에 놓은 처지에 영화가 웬 말인가. 혹은 연극이 왠 말이겠습니까. 하다못해 일 년에 딱 한편의 뮤지컬을 보러 가겠습니까. 그래서 어렵습니다. 결국 영화는 삶의 질적 수준에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영화산업은 또 어떻습니까. 또 하나는 집 앞의 멀티플렉스형 영화 상영관이 대부분 할리우드 액션형 영화입니다. 이른바 돈 되는 영화만 상영한다는 점이죠. 느낌 쎄한 영화. 또는 예술성 담긴 영화의 상영이 거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얼마 전인가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뮤지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멀리까지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밥 말리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였거든요. 네 상영관이 흔하지 않거든요. 영화 상영하는 곳은 많은데 정작 책에서 언급한 영화는 적습니다. 역시 영화의 상영관이 적으면 접할 기회도 당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영화산업 대부분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야말로 돈벌이 잘 될만한 영화만 만들고 상영관도 마찬가지로 도심의 노른자 땅에 거대 건물로 지어진 자본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상영관입니다. 영화의 다양성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고 보니 할리우드 액션 영화만 보게 되는 이치가 아닐까 싶어요.

 

심취라고 하죠. 마음 심에 취할 취. 즉 마음으로 취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배혜경 작가는 영화에 심취했거든요. 심취하면 감상의 디테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곧 어떤 것에 대해 심취할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아마 이렇게 위에서처럼 영화에 심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열했지만 이런 난관을 이겨 내고서 취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보입니다. 그래서 영화 감상글에서 인생의 자세를 취하는 모양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심취하면 디테일하게 표현됩니다. 책에 취해야만이 책의 리뷰라도 쓸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사진에 심취했으니 사진 책이면 닥치는 대로 보게 되고 사진 글을 쓸 수 있고 사진을 찍어 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눈치 깠습니까. 심취는 왜 하겠습니까. 심취는 결국 행복감의 전단계이자 조건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도 행복하라고 태어난 이유입니다. 사랑받기 위해서라고도 하죠. 그런데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결국 심취였더군요. 문제는 이게 심취에 있어서 어떤 것에 심취하느냐가 관건이기도 하겠지요. 누구는 돈에 심취할 수도 있고 누구는 음악에 누구는 부동산과 주식에 심취할 것입니다. 여기에 이런 심취에 작가는 영화에 심취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다름 아닌 것일 테니까요.

 

영화를 자주 보러 갈 분들은 공감대나 영화 주제의 연대감 형성차원에서도 영화책 한 권 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책에서 영화를 통한 감성의 디테일이 어찌나 오밀조밀하게 나오든지 이 책을 읽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나 저나 책에서 언급한 영화들을 언제 다 접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숙제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일단 다 보긴 봐야 겠는데 말입니다.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7-12-07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기쁘고 감사합니다. 보지 않은 영화라도 상관없이 사실 영화를 빙자한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보셔도 좋을 거에요. ^^ 제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구요.

yureka01 2017-12-07 10:3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랬습니다..

영화이야기를 통한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였음을 공감되더군요..

책에서 디테일하게 서술한 영화는 ..꼭 한 번 보고,
감상을 이입하고 싶더라구요.....^^..

cyrus 2017-12-07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리뷰를 안 쓴 지 오래 됐어요. 영화리뷰 한 편 작성하려면 적어도 영화 두 번 정도는 봐야 해요. 한 번 보고 영화 속 장면과 대사를 기억할 수 없거든요. 책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정말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영화를 안 봐요. ^^

yureka01 2017-12-07 10:36   좋아요 1 | URL
물론이죠..
본문에서도 서술했듯이 어느 정도 심취가 있는 분야가 아니면
디테일하기가 상당히 어렵죠..
사이러스님은 책 심취였잖습니까요..ㅎㅎㅎ
저도 영화 좋아하는데 언제 같이 영화 한편 보러 갑시다.!~

2017-12-07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7-12-07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에 실린 영화 중 본 건 몇 편 안됐어요.ㅠ 그래도 프레님 글솜씨에 반해서 꼼꼼하게 읽고 있어요~^^

yureka01 2017-12-07 13:09   좋아요 0 | URL
같은 심정이네요.저도 많지가 않았으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래커 님과 사이러스 님의 공통점은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점일 겁니다. 그래서 전 종종
두 분의 만남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언제 함 두 분 만나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알려주십시오.. ㅎㅎ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yureka01 2017-12-07 13:13   좋아요 1 | URL
알라딘 계기로 만났으니 책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저 알쓸신잡이 아니라 알쓸신책 이랍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선한 책이야기..ㅎㅎㅎ
주로 책 리뷰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 꺼리죠..

언제 시간 나서 만나면 알라디너의 유쾌한 잡다스러운 책에 대한 이야기 리뷰 한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stella.K 2017-12-07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검색이 되는군요. 그동안 안 되서 좀 답답하긴 했는데.
저도 받고 두 꼭지 정도 읽었는데 반성을 많이했어요.
전엔 영화 리뷰 쓰면 당선도 되고 해서 비교적 꼼꼼하게 썼는데
지금은 대충 쓰거든요. 그나마 보고도 안 쓴 리뷰도 있고.
잘 써서 모아두면 이렇게 근사한 책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전 뭐든지 끈기가 부족해 포기가 빠르죠.
제가 안 본 영화도 많아 다소간 공감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프레이야님 워낙에 글빨이 좋으시니 능히 그것을 뛰어 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yureka01 2017-12-07 14:23   좋아요 2 | URL
글은 며칠 전부터 써놨는데, 알라딘은 어제부터 검색되더군요..
교보보다 며칠 늦더라구요...
(알라딘 직원들은 교보보다 일처리가 늦나? 했습니다.혹은 출판사들이 교보를 먼저 거래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하더군요.)

영화 한편 한편 그때그때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글쓰기가 전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담에야 상당히 어렵겠지요..맞습니다.어제 포스팅하신 30년 끈기의 책도 있는데 말입니다..ㅎㅎㅎ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영화에 관한 책도 많이 읽혀졌음 좋겠네요..^^..

강옥 2017-12-07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리뷰를 써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 보니 리뷰를 쓸수가 있나요 ㅎ
책을 정독하듯이 영화를 진지하게 봐야 할텐데.

수필세계사, 출판사가 대구에 있죠 아마. 홍억선 샘이 운영하시는.
대구가 문화쪽이 강세인 것 같아요. 전국 유일의 수필문학관도 대구에 있지요 ^^*
배작가의 책이 수필세계사 출판이라 문득 생각나서

yureka01 2017-12-07 17:27   좋아요 1 | URL
앗 유심히도 보셨네요..의외로 대구에 문화쪽 출판사가 몇몇군데 있더군요...
대형출판사에 비해 상당히 영세하지만 의외로 굳건하게 버티는 곳도 있으니 한편으론
독자로써 미안할 지경이라서요.
어느 시대든지 문화가 융성한 시대가 태평성대였으니
아마 요즘 어딜 가나 어렵다는 소리 심심찮게 듣고 있는데도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을 계기로 IPTV 유료 영화관 가입하게 될듯합니다.
안보곤 못배기는 성미라서요..ㅎㅎㅎㅎ

2017-12-07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7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8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