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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피시 - 커다랗고 아름다운 어느 여자아이에 관한 커다랗고 아름다운 책
리사 핍스 지음, 강나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스타피시
나 왜 훌쩍거리는거지?
주인공에 대한 연민, 가장 가까운 이가 주는 그래서 더 크고 아픈 상처.
멋대로 재단하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
그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며 최소한의 공간 속에 자신을 가둔다.
아무도 보지 않기를, 그저 지나쳐 가버리기를.
그러면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을까?
그러면 좀 더 작아보이지 않을까?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 죽이며 참고만 살았는데.
고독과 외로움이 낫다고 외쳐보지만, 그런 삶 속에선 쉬이 지친다.
친구가 떠나버린 날, 이젠 자신을 붙잡아 줄 그 무엇도 없이 놓쳐버린 커다란 풍선같단 생각, 저 먼 하늘 위에서 터져버린채 산산조각 나 땅으로 떨어져 버릴 일만 남았다는 불안감 속에 있던 그 순간.
그럼에도 가늘고 가는 날아가는 풍선의 실날같은 끝부분을 잡아 끄는 친구 하나 찾아온다.
물 속에선 내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거대하지도 큰 첨벙도 아닌 고요함.
아이들의 괴롭힘, 죄책감 없는 잔인한 웃음.
상처받기 쉬운 나이.
움츠러드는 나이.
무엇이든 약점이 되는 나이다.
그런 잔인한 시절,
엄마조차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절망감.
경멸어린 시선, 고래라는 놀림, 비웃음.
그들의 공격에 방어라도 하면
농담가지고 예민하다며
오히려 피해자인냥 구는 이들.
( 아래 큰따옴표 속 글은 발췌글)
“고정관념이란 건 진짜 구려.
자기와 조금 다른 사람을
천천히 알아 가는 게 아니라
무조건 싫어할 핑계를 만들어 주잖아.”
“이해받는다고
느끼게 해 준 사람.
나는 깜박깜박 눈물을 참았다
점심시간에 사서 선생님들이
외로운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여 구해 낸
목숨의 수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언니는 기억이나 할까
모두가 나를 첨벙이라 부르는 게
자기 때문인 것을.
어느 날의
어느 한마디 때문에
내 세상이 바뀌어 버린 것을.”
“나는 엄마에게 마지막 말을
또렷이 전달하려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몸에 붙은 살보다
마음에 붙은 엄마의 말이
더 무거웠어, 늘 그랬어.”
“나는
세상에 모습을 보이고
눈에 띄고
목소리 내고
사람답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
불가사리처럼 팔다리를 뻗어 본다.
이 세상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존재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책 속 주인공은 이미 시인이다. 타인이 내게 던진 더러운 감정의 쓰레기를 되돌려 날릴 연습을 시작했다.
웅크린 몸을 펴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방법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법을 배우며, 부당한 세상에 대해 올바른 방식으로 화내는 법을 습득하는 중이다.
( 작가님이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북플님 소개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이 책을 읽고나서 잠시 사서님들이 쬐금 멋져보였다 ㅎㅎㅎ)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맨 처음 배울 때 가장 아프다. 깜짝 놀란다. 전갈에 쏘이듯이, 영혼이 따귀를 맞듯이. 순간 뭔가 변하긴 했는데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순간을 머릿속에서 자꾸 돌려 보게 된다. 온갖 각도에서 보려고 애쓰게 된다.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왜‘ 그런 규칙이 있는지를 ‘누가‘ 그런 규칙을 만드는지를 ‘어떻게‘ 몸무게 하나를 가지고 남의 삶을 손가락질할 수있는지를. 무엇보다도 너무 갑작스럽다. 이전까지는 다른 애들과 똑같이 놀고 있었는데삶을 즐기고 있었는데갑자기 어떤 우주의 스위치가 눌러져나는 ‘그 뚱뚱한 여자애‘가 되었다. 갑자기 넘어지고도아무렇지 않은 척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꼬마 시절 예쁜 옷 입기 놀이를 할 때하이힐을 신고도똑바로 걸으려 애쓰던 것처럼.
유치원에 다니는 통통한 여자애들을 볼 때마다 나는시험 답안지를 미리 주듯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들을 알려 주고 싶어진다. 미리 배우는 것이 낫지, 몸소 겪어서 알게 되면너무 아플 테니까. 하지만 결국 난 다른 선물을 준다. 며칠또는 몇 주또는 몇 달 더평범한 나날을 보내도록그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 아이다운 평범한 나날을 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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