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하인리히 뵐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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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군인들과, 군인들이 아닌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후퇴하지 않고 부상병과 남지만, 적십자기를 들고 나가다 불발탄을 밟는다.
그네뛰기를 하고 살구를 먹으며 거리를 떠돌지만, 전쟁터의 중심에서 토해낸 살구는 짓이겨진 병사들의 육신을 닮았다.

졸업생이면서 그 학교 선생이었던, 아직도 앳된 그녀의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밀려오는 죄책감에 스스로 죽어버리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죽은 것은 그녀, 그녀는 총살당한다.
아름다운 노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 경건함과 죽음을 생각게 하는 노래를 부른 유태인, 그것이 그녀가 총살당한 이유가 아닐까.
감히 너따위가 말이다. 그들이 그들을 죽이기위해선 그들은 더러우며 불결하며 위선적이며 아름답지 않아야 한다.
위경련과 복통속에서, 터지는 포탄속에서 누군가는 엉거주춤 엉덩이를 깐다.
50초마다 외쳐되는 브엘로고르셰란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조금만 가면 집이다. 밀림처럼 빽빽한 전쟁의 아픔을 헤쳐나가면 어쩌면 닿을 수 있는 집. 낮은 포복으로 조금만 간다면 저 전쟁의 흉폭함을 깨우지 않고 갈 수 있다.
이제 조금만 가면 집이다.
집 앞엔 항복의 표시로 커다란 흰 깃발이 나부낀다. 전쟁의 잔인함은 눈이 없다. 깃발의 색도 떨고있는 패잔병도 볼 수 없다. 그저 온 몸을 뒤틀고 분노하며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부수어 댈 뿐이다.
그 기세에 결국 깃발은 떨어지고 집도 무너지고 그는 죽는다.


“이미 목숨이 끊어진 그의 몸이 대문 앞까지 굴러갔다.”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의 물음에
전쟁터란 답이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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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09 1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니님이 이 책 먼저 읽으실 줄 알았습니다~ㅎㅎㅎ
전쟁터에서는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상대방을 깔아뭉개거나 비하함으로써그를 죽여도 된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위선이고 그것이야말로 공포죠.
마지막 문장 아픕니다. 전쟁터란 답은 나오지 않아야 할텐데요ㅠㅠ

mini74 2022-08-09 13:48   좋아요 4 | URL
화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위선과 공포, 결국 전쟁은 모든것을 폐허로 만드는 거 같아요. 주변도 사람들의 마음도 . 슬펐어요 화가님 ~~

미미 2022-08-09 14: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아실것같은데 I wanna go home 이라는 가사가 나오던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란 노래가 떠오릅니다. ㅠㅠ

mini74 2022-08-09 14:23   좋아요 3 | URL
ㅎㅎㅎ 뭐지 하며 검색해 보니 많이 들어본 노래애요 미미님 ㅎㅎ저 지금 검색하다 멘붕. 저 이 노래 우리 나라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앞마을에 무슨 순이 어쩌고 하면서 불렀거든요. ㅎㅎ

새파랑 2022-08-09 14: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강렬한 리뷰~!! 이 책도 평가가 아주 좋네요~! 역시 전쟁문학은 흥미롭습니다 ^^

미니님은 어디에 가있었나? ㅎㅎ

mini74 2022-08-09 14:24   좋아요 4 | URL
똘망이옆이옵니다. 털을 고르며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8-09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쟁의 잔인함에는 눈이 없다는 말씀! 느낌표!
저는 이 포격의 주체가 미군인지, 독일군인지... 불분명하단 생각에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미친짓이라고 했던 주인공의 절규가 ...!

mini74 2022-08-09 14:42   좋아요 3 | URL
결국 다 잿더미와 폐허만 남는게 전쟁이란 생각들었어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8-09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쟁이란 것은 참....ㅜ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책의 제목 자체가 큰 울림이 오는군요.
그리고 미니님의 마지막 답변도....

mini74 2022-08-09 15:35   좋아요 4 | URL
진짜 전쟁은 끔찍 한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8-09 15: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반 읽다가 멈춘 상태인데,
전쟁의 와중에 사랑도 존재하고
게토에 유대인들을 몰아 넣었지만
또 그 유대인을 사랑하는 독일병사도 있고~~
인간들이기에 전쟁을 일으키고 사랑도 하는 것 같았어요~~

mini74 2022-08-09 16:09   좋아요 5 | URL
사랑만 있어도 좋을텐데 말이지요 ~~

coolcat329 2022-08-09 19: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기대됩니다!

mini74 2022-08-10 07:04   좋아요 3 | URL
재미있게 읽으셨음 좋겠어요 ~

서니데이 2022-08-09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 태어나서 사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mini74님, 오늘도 비가 많이 오고있어요.
비피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07:0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비피해 없으신지. 여긴 오늘부터 비가 오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기억의집 2022-08-10 0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울 딸하고 약간 언쟁하던 게 생각나네요. 울 딸은 남자들이 군대 가서 월급 받으며 훈련해서 꿀 빤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리고 징병이 너무 당연하다고 해서 그 말 듣고 화가 나서 혈기 왕성한 애들 쥐꼬리만한 월급 받고 이십대 초반을 나라에 저당 잡힌 건데 뭐가 꿀빠는 거냐고… 뭐라 했더니 저랑 한동안 말도 안 하더라고요. 울 애아빠가 최전방에 있는 군인들은 전쟁 나면 다 죽는 거라고, 최전방이 진짜 위험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울 딸처럼 나라 지키는 군인들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거 같아 씁쓸해요.

mini74 2022-08-10 07:12   좋아요 2 | URL
조카애도 별거 아니다 하다가 남동생이 군에 가서 훈련하다가 동상에 걸리고, 아는 남자애가 군 훈련소에서 자살시도 등 옆에서 보더니 바뀌었어요. 아침에 제대로 일찍 일어나는것도 못하면서 입만 살았다고 언니가 한동안 궁시렁거렸어요. 합숙하며 목숨걸고 최저시급도 못 받는데 거기에 무슨 꿀이 있다는건지 ㅠㅠㅠ 남자애들도 다 같이 군대 안가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

서니데이 2022-08-1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여기는 오늘 비가 그쳤지만, 비구름이 남하해서, 대전과 충청 지역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고 들었어요. 비 피해 없으시면 좋겠어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19:22   좋아요 3 | URL
다정한 서니데이님 ㅎㅎ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님도 저녁 맛있게 드시고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2-08-10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결하고 명징한 리뷰였습니다.

최근에 장삐쭈 <신병> 실사 드라마
를 보았는데, 정말 새로운 밀레니엄
에도 가혹행위와 공공연한 구타 등이
잔존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무더위와 폭우 속에서 불면의
밤을 보낼 수많은 청년 아담들에게 경
의를 표합니다.

mini74 2022-08-12 07: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매냐님 *^^* 신병 한 번 봐야겠습니다. ~ 저도 경의를 표합니다 ~

희선 2022-08-11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은 답이 없겠지요 그래도 생각하면 안 될까 싶기도 합니다 전쟁 때는 총을 쏘지 않으면 자신이 죽기는 하겠습니다 아무 죄가 없어도 죽기도 하는... 아니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죄일지...


희선

mini74 2022-08-12 07:23   좋아요 2 | URL
전쟁은 끔찍하지만 태어난 건 축복이니 전쟁을 막읍시다 ! ㅎㅎ 희선님*^^*

서니데이 2022-08-11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은 날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벌써 목요일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2-08-12 07:23   좋아요 2 | URL
오늘 드디어 해가 나네요. 밀린 빨래가 ㅠㅠㅠ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8-12 1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리뷰 몇 번 봤는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나니 전쟁 얘기는 한동안 피해야겠어요 ㅠ

mini74 2022-08-12 10:44   좋아요 4 | URL
후유증이 좀 가지요 그 책이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