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는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 난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어떤 배우인지도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먼로는 내게, 금발에 아름다운 여자, 맹한 백치미에 그럼에도 남자들을 미치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여자? 영화 속 주로 먼로가 맡았던 역할이기도 하다.
그녀는 완벽하게 연기했고,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인 것.
진짜 그녀의 모습은 어떤것일까.
여전히 소비되는 그녀의 모습들이 진짜 그녀일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가장 유명한 앤디워홀의 그녀?
아니면 추문으로 얼룩진 케네디의 얼굴로 가득찬 먼로일까
(김동유작가님의 마릴린 먼로 VS 존 F 케네디)
혹은 달콤한듯 씁쓸한 초콜릿같은 그녀일까.
(시드 치드악의 초콜릿으로 그린 마릴린 먼로)
혹은 폴린 보티가 생각한 세상의 유일한 금발로서의 먼로일까
(사진출처는 네이버백과사전, 내가 갖고 있는 책이다.)
어린시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생각했던 이는 <애수>란 영화 속 비비안 리였다.
완벽하고 거리감있기보단, 어떨 땐 귀엽고 어떨 땐 너무나 순수해보이는 비비안 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고양이를 닮은 듯도 했다.
특히나 <애수>의 흑백화면 속 그녀의 섬세하고 연약한 아름다움은, 하루 용돈 100원도 맨날 잃어버리는 주제의 어린 나조차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조금 더 커선 애수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보다 나는 그녀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블랑쉬를 연기할때가 더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목소리 그녀는 블랑쉬 그 자체였다. 조울증을 앓고 있던 그녀를 닮은 캐릭터여서일까.
그 다음 우와! 예쁘다 라고 생각한 배우가 바로 마릴린 먼로.
어린 내 눈엔 약간 통통하다고 느껴졌는데, 킴 카다시안이 먼로가 실제 입었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엄청난 감량을 해야했다고..미안합니다 먼로배우님...
그녀는 천재였다. 연기 천재. 어떤 역을 맡아도 스스로 그 역에 몰입했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알았으며, 촬영이 시작되면 마릴린 먼로는 사라지고, 배역 속 여자가 카메라앞에 섰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이기도 했다.
엄마에게 버림받던 그 날,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 날, 먼로의 시간은 멈췄다.
그런 그녀는 또 다시 버림받을까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웃었다. 아파도 웃었고, 괴롭힘에도 웃었고, 남자들의 짓궂음 속에도 웃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유산하고 나오는 병원앞, 파파라치들앞에서도 웃었다.
버림받지 않으려, 그녀는 웃었고 아프지 않았고, 실제로는 울었고 아팠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녀를 이용했고, 도구처럼 생각했으며, 경멸하고 더럽다 하면서도 갖고 싶어했다. 그녀에겐 영혼도 뇌도 없다는 듯 흔들어댔다.
어쩌면 그녀의 삶이 하나라도 정상인게 있었을까.
남자들은 그녀의 말을 듣는 듯 했지만 비웃었고 눈길은 언제나 몸매를 훑을 뿐, 여자들은 경멸과 질투심 사이에서 그녀를 밀어내고 공격했다.
버림받는 아이인 상태로 몸만 어른이 되어 버린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 큰 옷이었다. 그녀에게 맞지 않는 어른들의 옷, 그래서 자꾸만 흘러내렸고, 발에 걸려 넘어졌고 그런 그녀에게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사랑없는 결혼, 가정폭력으로 끝나버린 결혼, 계속되는 유산과 깊은 골, 무너지는 그녀와 남은 건 몇 알의 알약.
죄와 벌, 안톤체홉의 소설을 좋아했던, 순수하고 잘 웃는 이웃집 소녀 먼로를 죽인 건 누구일까.
(이 책을 읽고나면 먼로에게 연민을 가지게 된다. 뛰어난 배우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모된 그녀의 재능이 안타깝다. 물론 그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런 삶 속에서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후엔 무너져 내렸을뿐이다. 그녀에겐 치료가 필요했지만, 세상은 손쉬운 약과 중독의 길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의 전기를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점, 그녀의 삶에 여자가 없었다는 것.
아주 어린 시절의 할머니 이외엔,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다. 버렸고 밟았고 모욕했다. 그녀에겐 여자친구라곤 없었다, 이 책에 한해서만은. 그녀의 손을 잡고 제대로 이끌어줄 동성의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래도 덜 외롭고 춥지 않았을까. 미디어가 만들어낸 팜므파탈과 요염한 이미지로 그녀는 고립되어 갔다. )
(여담이지만 세번째로 홀딱 반했던 여배우는 오드리헵번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 켈리...도 있다. 그 다음엔 책받침의 여신 소피 마르소!! 남편이 국립묘지에서 군복무할때 소피 마르소가 광고를 찍으로 왔었단다. 그때 본 소감, 무지 크더라! 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안 때릴테니까......라고 회유했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