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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 -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
문희영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평점 :
그려지는 객체에서 그리는 주체로.
여기 두 장의 그림이 있다.
아름답고 화사하며 매력적인 젊은 여인,
그리고 누가봐도 이젠 늙어버린 한 여인.
둘은 같은 인물이다.
젊은 시절, 그려지는 객체로서의 마리 클레멘타인 발라동 (수잔 발라동의 원래 이름)을 르누아르의 시선으로 그린 초상화.
하나는 삶의 질곡과 어려움을, 젊은 시절 찬란한만큼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를 이겨낸 강인함이 느껴지는, 그리는 주체자,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이다.
아름답지 않다. 젊지도 않다. 처절하고 손가락질 받는 삶을 살았지만, 그 모든 것을 창작과 그림으로 이겨내며, 한 길을 걸어 그 분야에서 우뚝 선 진솔한 여인의 모습이다.
사생아인 엄마에게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학교에선 불같은 성격과 폭력적인 행동, 주의력겹핍으로 눈총을 받았다. 곡예사를 꿈꿨으나, 추락사고로 멀어지게 되었다.
모델이 되었다. 그려지는 상대가 아니라 그리는 주체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화가들은 모델이 필요했고, 애인이 필요했다.
16살에 50대 후반의 퓌네 드 샤반과 동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24살 차이나는 르누아르와의 동거...그들은 그녀를 맑고 밝고 환한 여인으로 그렸지만,
그녀는 그들에겐 그저 욕망하는 대상일뿐이었다.
그렇기에 모델인 그녀가 그림밖으로 손을 뻗어 나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민 것은 로트레크였다.
고단하고 고독한 삶을 살아보았기에, 로트레크에게 그녀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이었다.
욕망하는 인간, 꿈 꾸는 인간으로서의 그녀를 인정하는 로트레크.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드가에게 소개시켜 준 그다.
드가가 그녀의 그림을 보고 한 말
“너도 우리 중 하나가 되겠구나”
로트레크는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 하나를 선물한다.
장로들의 겁탈에 당차게 대항한 성경 속 인물 수잔나.
그렇게 그녀는 세상에 대항하며 수잔 발라동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18살에 그녀는 사생아를 낳는다. 모리스 발라동.
한때 수잔의 남자였던 스페인 출신 미겔 위트릴로는 모리스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준다.
“르누아르와 샤반의 중간 어디쯤 되겠지.”란 말과 함께.
애정결핌과 고독 등으로 이상행동을 보이던 모리스에게 할머니는 술을 먹이고, 결국 평생을 괴롭힌 알콜중독의 시초가 된다.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엄청난 재능으로 훗날 훈장을 수여받기도 한다.
그런 모리스가 아버지처럼 따른 인물은 에릭 사티였다. 어머니의 애인이자 음악가였던 사티는 자신 또한 어린 시절 엄마를 일찍 여의였기에, 모리스를 이해하고 감싼다.
그러나 수잔의 모습에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된 사티는 수잔을 떠나지만, 평생 수잔을 잊지 못한걸까.
그의 방엔 수잔이 그려준 초상화와, 그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수북해다고 한다.
사티의 친구인 부유한 은행가 폴무시니와 결혼하지만, 아들의 친구인 우터와 사랑에 빠진다.
우터를 모델로 남자누드를 그리는데 엄청난 논란에 휩싸인다. 여성이 남성 누드를 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성이 여성 누드를 그리는 것도 파격인 세상이었다.
오로지 여성의 누드는 남성화가의 눈에서 여신 혹은 상징으로 소비되길 바랐다. 그런 선입견을 마네가 깨버렸고, 수잔은 더 큰 혁명을 가지고 왔다.
남성화가들이 목욕하는 여인들을 관능과 관음의 시선으로 봤다면, 수잔은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며 삶의 무게와 때를 씻어내는 일상의 그들을 그렸다.
대단한 재능으로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린 것이다.
여성적 영역에서의 그림에만 머물던 여류화가들 사이에서, 수잔의 담대하고 놀라운 행보는 혁명이었다.
한때 무심한 엄마로 혹은 요란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만 폄하되어 기록되고 회자된 수잔 발라동. 피카소의 여성편력은 창조의 원천이라 무마되면서, 그녀의 스캔들은 그녀빼고 스캔들만 남았다.
수잔 발라동은
가장으로서 늙은어머니와 아들을 먹여살리려 온 힘으로 그림을 그렸고,
무시와 천대속에서도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으며
사랑에도 솔직했고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했던,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뛰어난 실력으로 감동적인 그림을 그린 화가이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기에, 마음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새롭고 자유로운 그림앞에 어떤 금기란 없었다.
아름답고 의존적인 모습이 아니라, 투쟁하며 진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렸고, 본인 또한 그런 삶을 살았던 수잔.
수잔의 그림은 현실을 대변하며, 진짜 삶을 그려낸다.
아름답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삶의 매 순간마다 각자가 주인공임을 수잔의 그림이 말해준다.
아래는 내가 좋아하는 수잔의 그림, 고흐의 의자 위에 앉아있는 고양이탐구다
(가격에 비해 책이 얇아서 좀 슬펐다.)
아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
포켓몬 마스크를 샀다. 하하하..
남편과 서로 최애 캐릭터를 고르며,
남편은 소장용 차마 쓰지는 못하겠단다.
나는 별 생각없이 산책할때마다 유용하게 쓰고 다닌다.
그런데 어제는 쪼금 쑥쓰러웠다.
똘망이랑 산책길,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이
공원에 산책을 나온듯 했다.
그 중 한 아이가
"앗!! 피카츄다!!"
엉? 어디에 ? 나도 막 두리번거리는데...
그건 나를 향한 외침..ㅎㅎㅎ
내 마스크에 붙은 피카츄를 보고 아이들이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다.
이 어색함...얼떨결에 귀염뽀짝한 아이들에게
같이 손을 흔들며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가는건데....하하하..
날이 따뜻해지니 산책길, 꼬마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돼서 더 즐겁다.
아래가 포켓몬 마스크....추천템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