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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개정판 ㅣ 여이연문화 3
바바라 크리드 지음, 손희정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6월
평점 :
“비록 여성괴물들의 이미지가 나라마다 다르다고 해도, 그녀의 의미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든 괴물들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두려움들에 직접적으로 말을 겁니다. 여성괴물은 의심의 여지없이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여성들의 그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성의 재생산성, 월경혈, 그녀들의 숨겨진 질과 자궁, 그리고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놀라운 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쪽.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쳐 보곤 조금 만만하게 봤다. 내가 본 영화들이 좀 있어서 이해가 쉽겠지 했지만, 내가 본 영화들이 이 책 속에 소개된 영화들과 정녕 동일한 것인지 잠시 헤매야 했다.
다른 시선이지만, 꼭 가져야 하는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법을 배운 책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고 해서 그 제도가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에 대한 억압이 오랫동안 지속된 불균형의 제도이다. 가부장, 남성우위의 심리 속 감추어진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 기괴함과 혐오로 다루어진다. 그 억압속엔 반대편들이 자신들의 숨겨진 힘을 깨닫고 반기를 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들이 갖고자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는 두려움과 공포, 혐오로 바뀐다.
거세자인 괴물 “여성”에 대한 두려움, 단성생식에 대한 공포, 이빨 달린 질에 대한 은유 등으로 책 속의 영화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이 책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이 <티스>였다.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였는데 설정 자체가 발칙했고 특이하다고만 느꼈다. 주인공이 자신을 원하는 남자들 사이에서느끼는 불편함과 두려움, 스스로 성적결정권을 갖고자 하는 의지 등이 읽혀졌다.
여성괴물은 영화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어쩌면 쭈욱 같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추한 외모, 말 많은 여자, 잔소리쟁이, 참견쟁이들은 알게 모르게 비하된 여성의 모습으로 괴물처럼 묘사됐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웃고 떠들며 청소하던 우리를 보며 했던 남자선생님의 말씀은 아직도 기억난다. 아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여자애가 그렇게 말이 많으면 입을 꼬매야(꿰매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이 너무나 선명해서, 그 시절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자꾸만 입술을 만졌던 기억이 난다. 입을 꼬맨 괴물같은 여자가 될까봐 무서웠던 기억이다. 오랜 세월 여성의 말은 가치없음과 혐오로 또 다른 괴물의 모습으로 묘사됐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수다와 소통으로 인한 스트레스해소라고 한다.
생명연장의 꿈도 실현시켜준게 수다인데말이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