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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의 역사 1 - 풍속과 사회
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이기웅 외 옮김 / 까치 / 2001년 3월
평점 :
풍속의 역사
프랑스 혁명에 불을 붙이는데는 캐리커쳐가 일조를 했다고 한다. 온갖 색정적인 캐리커쳐들이 난무했고, 특히 귀족들과 앙투아네트의 불륜등이 많았다고 한다.
절대왕정, 왕은 신이었다. 대관식을 치루고 나면 왕의 손은 신을 대신해서 병을 치유했으며, 그의 온갖 대소사를 보는 것은 신을 영접하는 것과 동일한 권위와 위상을 가졌다. 왕은 신이었기에, 수많은 귀족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고, 그걸 특권이라 여겼다. 왕의 후광은 신의 후광이었고, 왕의 손은 신의 손이었고 그의 생식능력이 곧 신이 내린 자연의 풍요로움이었다.
그런 왕과 왕비나 귀족이 불능이다? 우리와 다를바 없다? 음탕하고 문란하다?
왕이 신이었던 시대의 눈꺼풀이 벗겨지는 시기가 도래한 것. 어쩌면 성과 관련된 이런 그림들이 더 확실하고 더 확고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평등과 혁명을 심어준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살아온 길들이 역사라면, 중요한 길 하나는 성풍속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성풍속과 도덕률이, 경제와 계급에 의해 갈려지는 어느 골목길의 이정표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책에 속도가 붙진 않는다. 어색한 단어들과 문장들, 이 책이 대부분 불타버려, 일본어 번역판을 중역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선 남성간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위치에 있다. 성이란 도덕이란 시대에 따라 계급과 처한 상황에 따라 어느 땐 옳았다가 어느 시절엔 배척되곤 하는 것이다.
시대의 자화상같은 캐리커쳐들을 열심히 모은 이가 있다. 바로 에두아르트 푹스. 그는 그림과 판화 캐리커쳐들을 모았고, 이런 수집품들을 토대로 방대한 책들을 써내려 갔다.
그의 책은 수집품들을 통해 증명하게 된, 시대의 성풍속과 도덕률이 결국 경제적 상황과 계급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캐리커쳐, 그림과 판화, 그리고 민담과 다양한 작품, 법률과 기록등을 통해 성과 계급의 역사를 써내려간 에드아르트 푹스의 책들은 결국 불태워지고 음란물로 법정에 서게 된다. 그 또한 스위스로 망명하게 되고, 그 후의 삶은 알려진 바가 없다.
(1930년대 히틀러가 제일 먼저 불 태운 책이 마르크스, 두 번째가 바로 이 책 <풍속의 역사>라고 한다.
시대의 풍속은 성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는 것, 그런 성은 경제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경제의 발전에 따라 성적 풍속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17세기 독일에서는 오로지 어머니만이 진정한 여자였다. 아이를 키우고 젖을 먹이는 어머니는 진정한 여자였으며, 결혼은 단지 자식을 낳기 위한 도덕적 행위였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는 특정한 계층의 여성들은 결혼하고 1년간은 아이를 미루는 요구를 할 수 있었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농부에게 자식만이 유일한 소유였다. 핏줄과 상관없이 그들은 아이들을 원했고, 그래서 자식이 생기지 않을 경우에는 마을에서 도와주는 경우도 있었다. (마을의 남자들을 아내의 침대로 보내는 것이다.) 여자는 그들이 키우는 가축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많이 낳는다면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 많은 이들의 부인은 달랐다. 그들은 생산성보단 장식성이 우선이었으며,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존재였다. 언제나 파티를 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몸매와 외모가 모성애보다 우선이었다. 그녀들의 존재이유는 남편에게 최고의 쾌락을 제공하는 것, 출산과 육아는 그런 여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이 책에선 특히 부르주아 계급의 성적 방종과 노동계급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성적 타락과 성폭력을 다룬다.
가난한 여자들은 더욱 열악하다. 방음도 잘 되지 않는,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열악한 방 하나에 온 가족이 산다. 남녀 상관없이 연령 상관없이 그들은 사생활도 없이 얽혀 살면서, 온갖 성폭행이 자행된다. 공장도 마찬가지다 16시간씩 돌아가는 공장에서, 여공은 사장, 공장장, 그리고 남자직원들에 의해 유린되며, 야간근무에선 그런 일들이 더 빈번하다. (산업혁명시기 여공들이 낳은 사생아 비율이 엄청 높다고 한다.)
부르주아들은 대부분 벼락부자가 된 자들이다.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그들은 귀족들을 흉내낸다. 알맹이가 빠진 그 흉내내기를 통해, 그들은 먹고 마시고 문란한 삶을 산다.
이제 부유층의 여자들은 아이를 키우고, 정숙함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매춘부를 찾아 나선다. 정숙한 아내와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매춘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여성 유부녀들을 매춘과 연결해 주는 마담들 또한 많았다고 한다. 신사라는 작자가 한 여성 유부녀를 마음에 들어하면, 마담이 중간에서 금액을 조정해 연결해 주는 것이며, 경제적 이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남편들도 있었다고 한다.
뒤로는 온갖 성적 타락이 이루어지면서, 앞으로는 가슴이란 단어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그것이나 흉부로 표현하는 위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풍속의 역사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성적 모습을 보여주며, 시대가 이 책을 다루는 모습을 통해 위선이란 가면을 벗겨주는 책이다.
풍속의 역사 1권은 2~4권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르네상스와 절대주의, 부르주아 시대를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2권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겠지만 ~이란 문장이 자주 나온다.
문장을 읽어내기가 쉽진않지만, 그럼에도 2편이 궁금한 책이다.
독일에는 군주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4분의 3에게는 거의 상식이 결 여되어 있다. 그들이야말로 인간의 수치이며 인간의 앙화이다. 나라라는 것이 손바닥만한터에 그들은 이 세상의 인간을, 그들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그들의 어리석은 짓에 봉사하는 도구쯤으로 아는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 그들의 가문은 사실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문을 아주 자랑스러운 것인 양 코에 걸고 자기의 영혼이나 심성을 정화하려는 노력은 하찮은 짓이나 체면손상으로 여긴다. 그들이 하는 짓을 보면 단지 백성을 우민화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이들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혹독한 짓만을 하며, 인간에게 이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원칙을 거침없이 짓밟아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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