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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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디족
나이지라의 여학생들
버마의 로힝야족
르완다의 투치족 여성들
방글라데시 여성들
보스니아
2차대전시의 독일
스페인 내전시 여성들
난징
베트남전
필리핀 한국...
캄보디아
콩고
 

전시여성강간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곳이자 진행중인 곳, 혹은 피해자에 대한 억압으로 거짓된 평온이 감도는 곳, 피해자들의 눈물과 가해자들의 당당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외면하고 싶었다. 분명 이 책을 읽으면 며칠은 가슴에 분노를 품을 것이다.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 일이 있기전엔.
안락한 집에서 혹은 안전하다고 믿던 집에서 끌려나왔다. 그들은 학생이었고 엄마였고 아이였고 소중한 생명이었다.

야지디족은 독특한 종교를 가진 소수민족이다. 그들이 믿는 공작천사를 ISIS에서 악마로 규정하며, 야지디족의 노예화 및 매매와 강간을 합법화했다. 수 많은 야지디족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혹은 밭에서 끌려갔고 돌아오지 못했다. 돌아왔다 하더라도 그들에겐 더 이상 안전한 곳도 평온도 없었다.
나이지리아에서 활개를 치는 보코하람은 서구지식을 거부하며, 공부하는 여성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학교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들이 단체로 납치되었고, 그들에게 성노예로 배당되었다.
버마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로힝야족에 대한 말살.
르완다에서 일어났던 투치족 여성에 대한 계획적 강간은 1988년 처음으로 국제재판소에서 강간이 제노사이드의 도구로 인정되면서 전쟁범죄로 처벌되었다. 그 전까지 강간은 전쟁범죄로 처벌되지 못했다
제2차대전 당시 소련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독일여성 강간, 일본의 난징에서의 강간과 필리핀 한국등의 여성에 대한 성노예화,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의한 미라이 학살과 그 속의 강간
보스니아에서의 세르비아계인들에 의한 강간과 살인들은 특히 의도적이고 계획적이었으며 유별나게 가학적이란 면에서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콩고의 강간은 일상이다. 특히 그들은 영유아들의 강간이 자신들에게 막강한 힘을 준다고 믿었다. 부모 사이에서 잠든 영유아들을 납치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쟁에서의 강간은 당연시되던 때도 있었다. 그것은 전쟁에 따르는 당연하고 부수적인 일이었다. 그리스의 전쟁에서도 로마의 전쟁에서도 그들은 여성포로들을 나누었고, 그에 대해 다툼도 잦았다. 전쟁에서 여성들은 죽음보다 가혹하고 잔인하며, 눈 감는 그 날까지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제우스는 원하는 여자들은 어떻게든 가졌고, 포세이돈에게 아테네신전에서 강간당한 메두사는 오히려 피해자임에도 머리카락이 뱀이 되는 벌을 받았다. 결국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리는 처벌을 당한다. 그래서 혹자는 메두사에서 이미 강간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고 벌하는 모습의 원형이 나타난다고도 본다.
 

그들은 전쟁에서 왜 강간을 자행하는 걸까. 그들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성욕이 더 일어나는 것일까. 그들은 정말 누군가의 주장대로, 강간을 통해 서로를 결속시키는 힘들을 가지는 것일까. 실제로 그들의 전시 강간은 철저하게 계획된 일이라고 한다.
먼저 적군의 사기를 꺾고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강간의 가해자보다 피해자들에 대해 더욱 가혹하다. 결국 강간피해자들은 그들의 공동체에서 고향에서 떠나게 된다. 공동체의 결속을 그렇게 와해시키고, 약하고 손쉬운 상대를 가해함으로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또한 한 인종에 대한 제노사이드에서는 임신 또한 방법으로 쓰인다. 임신시키고, 임신중지를 못하게끔 억류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풀려나도 임신중지 시기를 놓쳐, 목숨을 걸고 수술을 받거나 낳은 아이를 버린다. 혹은 아이와 함께 마을에서 멸시를 받으며 쫓겨난다.
 

앙팡 모베 수비니흐 (나쁜 기억의 아이들)
보이지 않는 아이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부르는 용어다. 엄마의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 그들은 어떻게 용서를 빌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의 엄마에겐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돈으로 이 세상의 법으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만나는 것조차 사회에선 허락하지 않는다. 강간당한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가족들, 부끄러워 하는 가족들, 주변의 손가락질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몇몇 단체들의 도움으로 식물을 키우고, 공부하며, 연대하며 그렇게 다시한번 삶을 꿈꾼다.
이브 앤슬러의 도움으로 콩고에 세워진 <기쁨의 도시>가 바로 그런 곳이다.
 
존엄을 앗아갔고 그들의 영혼을 무너뜨렸다.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을 외면하거나 버리게 했고, 어떤 사람이 되고 행복한 엄마가 되는 꿈을 빼앗았다. 가부장제가 심한 곳일수록 그들은 피해자임에도 손가락질 받으며 오히려 제2의 강간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생존한 그들은 말한다. 자신들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상태로 걸어다닐뿐이며, 오히려 죽음이 부럽다고.

당시 필레이 재판관은 이렇게 발언했다. "태곳적부터 강간은 전쟁의 전리품으로 여겨져왔습니다. 이제 강간은 전쟁범죄로 간주될것입니다. 강간이 더는 전쟁의 전리품이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전하고 싶습니다."
판결문에는 그녀가 강간과 성폭력에 대해 진술한 정의도 포함되었다. 국제법 사상 최초이자 신중하게 성 중립적으로 표현된 정의였다.

그게 바로 강간이 의도적으로 계산된 무기인 이유입니다. 강간했고 강간을 기획한 그들은, 강간당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든 나중에 죽든 그 모든 시련을 겪고 나서는 결코 사람으로 다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1. 여기 도시에서든 마을에서든 타바에서든 그 여인들을 만나면겉으로는 멀쩡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밤에 집으로 돌아가 문을닫으면 그들 안에는 누가 무슨 수를 써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있을 겁니다."

어린 딸이 매트리스 위에죽어 있다.
그 위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있었을까?
한 소대가, 어쩌면 한 중대가?

일찍이 언급된 남성 성폭력 사례는 T. E. 로런스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오스만제국에 대항한 아랍반란에서 자신의 역할을 허세넘치게 그린 《지혜의 일곱 기둥Seven Pillars of Wisdom》에 등장하는데,
책이 출간된 이래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다. 로런스는 1917년 12월시리아의 도시 다라 Daraa의 투르크 통치자에게 잡혀 병사들에게 구타당하고 집단 강간당한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스물여덟에 ‘내 고결함의 요새‘를 잃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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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2022-03-19 20: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가슴아픈이야기 커버지만 봐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많은 영향이 있었네요 전쟁이 일어나면 약자가 어쩔수 없이 항상 피해를 보는 군여

mini74 2022-03-19 21:29   좋아요 7 | URL
사례들이 너무 끔찍했어요. 콩고의 영유아 강간은 읽다가 잠시 쉬었어요 ㅠㅠ 힘들었지만 알아야 한다고 느꼈어요 ~

얄라알라 2022-03-20 06:23   좋아요 3 | URL
˝힘들지만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읽어나가시면서 mini74님 많이 힘드셨겠어요.
저도 가필드님처럼, 이 책은 표지보고 이미 마음이 죄스럽다해야할까....복합적 의미에서 죄스러워요.

미미 2022-03-19 21:1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구매하신 목록에 뜨길래 이 책 읽고계실꺼라 예상했어요.😉
강간이 얼마나 끔찍하면 여성들이 영혼을 살해당했다고 표현할까요? <피에젖은 땅>에서 ‘남성이 한번 죽는다면 전시에 여성은 강간당한 뒤 총살당해 두 번 죽임당한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저도 읽기 두렵지만 조속히 읽어볼께요!

mini74 2022-03-19 21:34   좋아요 6 | URL
미미님 말씀처럼 피에 젖은 땅도 생각나더라고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는 책에서 본 같은 여군에 대한 성폭행사례도 떠올랐어요. 정말 두 번 죽임당한다는 말 맞는 거 같아요 미미님 ㅠㅠ

그레이스 2022-03-20 08:1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ㅠㅠ
읽기 힘든 책
그리스 신화나 호메로스에도 전리품으로 나눠 갖는 대상으로서의 여성들, 그 한사람에게 주목하지 못하게 남성위주의 서사로 쓰여지는 것을 보면서, 영상 뿐 아니라 텍스트 안에서도 눈이 멀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하게 읽을 수 없지만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mini74 2022-03-19 21:28   좋아요 7 | URL
이런 책들을 읽고나니 루벤스 등의 그림들이 좋아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레이스님 ㅠㅠ 불편했지만 읽기를 잘 했단 생각이 듭니다 *^^*

얄라알라 2022-03-20 06:2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댓글 읽다보니,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리스 신화 일리아드 오딧세이아에서
˝전리품˝이라는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스쳤다는 걸 이제서야 알겠네요.
[관통당한 몸] 반드시 읽겠습니다.

새파랑 2022-03-19 21:3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주말인데 분노와 불편함을 일으킨 책을 읽으셨군요 ㅜㅜ 이런 불행이 지금도 세계 어는곳에서는 일어나는 중이라는게 너무 안타깝네요 ㅜㅜ 전쟁도 강간도 모두 끔찍하네요~~

mini74 2022-03-19 21:39   좋아요 8 | URL
전시중 남성강간의 수도 많다고 합니다. 강간은 인간성과 존엄을 무너뜨리려는 최악의 범죄인 듯 합니다. 주말에 ㅎㅎ 분노하다 곰표맥주 마셨습니다 *^^*

페넬로페 2022-03-19 22: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 더 자세히 알겠지만 읽지 않아도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ㅠㅠ
과거에서부터 지금 현재까지 지긋지긋하고 끈질기게 없어지지 않는 것~~
불편해도 외면하지 않고 계속 관심두어야겠습니다^^

mini74 2022-03-19 22:06   좋아요 7 | URL
알려 하지 않고 모른척 하는 것도 공범이란 구절이 있더라고요. 불편해도 외면하지 않기 ! 페넬로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

햇살과함께 2022-03-19 22:0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쓰신 글만 봐도 벌써 가슴이 답답해 지네요:;;

mini74 2022-03-19 22:23   좋아요 5 | URL
그럼에도 목숨걸고 이 분들을 도와주시는 분들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조금의 희망을 봤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3-19 23: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 책 어찌 읽으셨어요.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보기만 하고 담을 수가 없더라구요ㅜㅜ 미니님의 글만 읽어도 마음이 넘 아픕니다.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인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3-19 23:57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ㅠㅠ 세르비아같은 경우는 전범자들을 영웅으로 추앙까지 하며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ㅠㅠ 정말 분노하며 읽었습니다 ~

2022-03-19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20 0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 님 읽기 힘든 책 보셨군요 전쟁 때 강간 당한 남성도 있다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콩고에서는 어린이도 끌고 간다니... 너무하네요 그렇게 태어나는 아이도 있겠습니다 아이는 죄가 없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mini74 2022-03-20 19:07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얼릉 오길 바랍니다. 조금은 흐린 주말 마무리 즐겁게 하세요 희선님 ~

singri 2022-03-20 0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들었겠어요. ;;;
읽어야할 책이 자꾸 쌓이네요.

mini74 2022-03-20 19:07   좋아요 1 | URL
저도 북플만 들어오면 읽울 책이 쌓인답니다 ㅎㅎ 주말의 끝자락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

서니데이 2022-03-22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신간 소개 나온 건 본 것 같았는데, 읽으셨군요.
오늘 뉴스에서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사정이 좋지 않다고 나오던 것이 생각납니다.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mini74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3-24 08:2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보내세요 ~ 오늘 낮 온도가 18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일교차 심한 날씨 ㅠ 감기 조심하세요 ~

기억의집 2022-03-25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영유아까지… 저에게 총이 있다면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mini74 2022-03-25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되는 이유, 강간등이 전쟁의 무기로 사용돼선 안되는 이유겠지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