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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평점 :
다정한 영화 이야기
작가님의 글들이 참 좋다. 따뜻해서 좋고 다정해서 좋다. 글솜씨야 두말할 것도 없고. ( 사진도 넘 좋다 ㅎㅎ)
이 책을 읽으며, 내 영화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영화에 대한 역사라.
내가 처음 본 영화는 아마 똘이장군이나 태권브이 종류였던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똘이장군, 그리고 언제였나 언니랑 손 잡고 가서 본 태권브이 류의 만화영화.
제대로 극장이란걸 인식하고 본 영화는 이티, 이티 인형을 하나 사주셨는데 털복숭이가 아니라 인조가죽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영화 속 이티는 귀여웠지만, 인형은 좀 무서웠다.
좀 더 커선 친구들과 용돈 모아서 열심히 봤던 영화들. 그리고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수다가 좋았다. 미남배우이야기, 옷 이야기(그 가죽점퍼 넘 멋지지? 야 그 치마 입고 싶지 않냐? 등등 ), 그리고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나 가슴벅참.
델마와 루이스를 보곤, 여자들의 로드무비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음을, 조금 더 나은 결말이 오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소주 한 잔 했던 기억도 난다.
작가님의 책은 그랬다. 친구랑 영화보고 나와서 신나게 수다 떠는 느낌, 그런데 그 친구가 영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더 신나는 느낌. 같은 시대에 비슷한 영화를 본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다.
물론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좋았다. 고흐의 영화들이 잔뜩 한 챕터로 모여 설명되어진 부분도 진짜 좋았다.
기억에 남는 첫 영화가 이티라면, 중간 중간 좋았던 영화는 무엇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나는 만화영화를 특히 좋아했다. 토토로에서 순수한 메이의 눈에만 보였던 정령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서 음악을 느끼던 토토로, 쑥쑥 자라는 나무와 고양이 버스.
센과 치히로를 보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업을 보며 펑펑 울었고, 마녀 배달부 키키가 다시 하늘로 떠오를 땐 대견함으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사춘기 시절의 방황, 그러면서 자라는 아이들.
며칠 전에는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러브레터를 봤다. 아 오랜만이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봤던 영화 중 하나다. 여자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유행했던 시절이었다. 한 친구가 내일 후지이가 돼서 돌아오겠다더니, 모임에 불참.
“야, 너 왜 안오는데?”
“못 가.”
“왜? 후지이 돼서 오겠다더니.”
“후지이 아니야.”
“그럼?”
“영호됐어. 끊는다.”
우린 빵 터졌다. 영호는 그 친구의 남동생 이름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디즈니 만화를 참 많이도 봤다. 로빈 윌리엄스의 따뜻했던 코메디를 봤고, 뽀로로와 코난 영화판을 줄기차게 봤다. 해리포터 왕팬인 아이따라 익스펙토 페트로눔! 을 외치곤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돈룩업, 풍자영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지금의 시대상황을 너무나 잘 풍자한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섹시한 과학자로 나오는데 이것만 좀 현실성이 떨어지게 느껴질 정도로(영화에선 낡은 곰돌이 인형 느낌 ㅎㅎㅎ) 엄청 재미있게 본 영화다. 지금의 모습들과 너무 닮아서, 오히려 현실성 있게 느껴져서 두려운 돈룩업, 어느날 세상이 하늘을 올려다 보지 못하게 한다면, 진실은 저 하늘에 있는 것이다.
작가님이 소개해 준 영화들을 하나 하나 찾아보며, 혹은 어머 맞아 그랬어 하며 읽다보면 영화가 보고싶고, 수다가 떨고 싶어진다. 친구들을 모아놓고 함께 팝콘 먹으며 영화가 보고 싶다. 진짜진짜 너무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