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아트를 꺼내들고 다시 천천히 읽는다.

책의 날에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들 중 한권도 꺼낸다. 오늘은 이렇게 다시 읽어볼 참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이 말을 매년 다이어리의 제일 뒷장 귀퉁이에 꼭 쓰곤 한다. 이건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책 속에 모든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읽는 이 책은 이 분야에서 혹은 이런 내용으론 처음 읽는 것이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하자는 의미다. 그러니 여기서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오늘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지식백과에서 찾아보니. 책을 사는 이에게 꽃을 같이 선물하는 스페인의 세인트 조지의 날”,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작가의 사망일이 모두 423일인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왕이면 태어난 날로 해 주지.

네이버는 내 개인의 생일조차 축하해주면서, 오늘은 조용하다. 네이버 메인에 책그림이라도 하나 띄워주면 좋을 텐데. 그만큼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서일까, 아니면 무심함?

 

예전엔 취미란에 독서라는 게 심심찮게 발견됐다. 그리고 문예반의 경쟁도 나름 치열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취미를 물으면? 음 게임, 틱톡, 넷플릭스 시청? 혹은 개인 방송 등 아주 다양하지만 책과는 거리가 멀다. 내 취미가 책읽기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다던가 아 예~하곤 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여기 북플이 정말 좋다. 여긴 맘껏 책자랑도 하고, 그러면 막 다들 정말 부러워해준다. 나 또한 부러워서 카드를 막 지르지만 비난보단 찬사를 받는 묘한 곳, 그래서 너무 좋다. 어릴 적 외국영화를 보면서 다락방을 참 갖고 싶었었다. 그 좁고 먼지투성이일 것 같은 다락방에 푹신한 이불이며 방석을 갖다 놓고, 마음대로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하고 싶었는데, 바로 여기가 내가 어릴 적 생각했던 다락방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물론 여기도 자본주의가 밑바탕에 깔린 곳이긴 하지만, 여기 모인 이들은 영 그 쪽과는 소질 없는 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나 포함해서 크크. 기껏해야 책 사는데 보태라고 주는 포인트에 좋아하며, 몇 갑절의 책들을 사는걸 보면....반성해야 할까.

 

잠들기 전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하고, 가끔 멍 때리다가 햇살 좋은 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한다. 책상에 정자세를 하고 책을 읽는 건 어색하다.

(쉬잔 발라동, 줄무늬 담요위의 누드   물론 저렇게 책을 읽진 않는다. 수족냉증으로 수면양말에 무릎 늘어난 체육복 차림이다.ㅎㅎ)  )

그러고 보면 책이 참 잘 읽혔던 건, 기차에서였다. 매번 타 도시로 일을 하러가면서, 가방에 넣어간 책을 꺼내 들면, 덜컹거림도 그 특유의 기차냄새도 잠시 잊게 된다. 그러다 눈을 들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삽화 같았다.

    

 (에드워드 호퍼,차량 293객실) 

1때 생긴 첫 조카들부터 내 아이까지 책선물도 많이 하고 참 많이 읽어 준 기억이 난다.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그림책 읽으며 같이 울고 웃고.....

 

    

 

나만 신난 걸까. 남편에게 오늘은 책의 날이라니까, 별 시답잖은 날도 있다는 듯 응 하곤 가버리고, 기간제 반백수인 나는 잠시 식탁에 앉았다. 아 그러고 보면 식탁에서도 꽤나 책을 읽었던 같다. 찜요리며 탕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불에 올려놓곤 식탁에 앉아, 끓어넘치나 감시하며 읽던 기억들. 결국 온전한 시간들보단 짬짬이 읽으며 보낸 시간, 엄마는 짬짬이 외로워서 쓸쓸해서 라디오를 듣고, 텔레비전의 흘러간 옛 드라마를 보신다고 했다. 언니는 아이들 다 외지로 보내고 쓸쓸한 마음에 산을 오르고, 또 다른 이는 사춘기 아이들을 처단하는 마음으로 힘껏 테니스공을 친다고 했다. 나는? 글자로 된 드라마를 보는 셈이다. 영사기? 스크린은 내 머릿속이다. 읽으며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나만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셈, 그러니 가끔 요리를 태우곤 한다.

 

 

그러고보면 책덕후들의 역사는 오래된 것 같다. 불타오르는 책들 사이에서 몰래 몇 권을 숨겨, 담벼락에 숨겨두고, 혹은 타오르는 책들을 보면서

종이는 불타더라도 말들은 자유롭게 날아 오른다 ”(랍비 아키바) 고 했으니 말이다.

 

아, 고흐도 책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고 한다.

(고흐, 프랑스 소설책과 장미가 있는 정물)

 

책은 무해하지 않다. 책 때문에 상처받았음을 인식하는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T.S. 엘리엇

 

책은 가장 조용하고 가장 한결같은 친구이다. 또한 가장 다가가기 쉽고 가장 현명한 조언자이며, 가장 끈기 있는 선생이다.” 찰스 윌리엄 앨리엇

시간의 가장 소중한 존재, 영혼의 가장 강한 친구, 에밀리 디킨슨

그렇지만

책에 모든 걸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라! 1온스의 사랑은 1파운드의 지식만큼 가치가 있다.” 존 웨슬리

 

그리고 북플 친구님들을 떠올리게 한 명언은

돈이 조금 있다면 나는 책을 산다. 그러고 나서 돈이 남았다면 음식과 웃을 산다.”

에라스뮈스 로테로다뮈스 (참고로 난 먹을 것부터 산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나는 언제나 일종의 도서관 같은 천국을 상상해왔다.” 호르헤 루이 보르헤스

    

(여기에 나오는 명언과 명화는 리딩아트 책에 수록된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엄청나게 좋은 그림과 글들이 많아서 예뻐라 하는 책입니다. *^^*)

비가 올 듯 날은 흐리지만, 이런 날이 따뜻한 커피 한 잔, 혹은 막거리 홀짝 거리며 책 읽기 좋은 날씨지요. 다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기실 바랍니다.

앗 그리고 조심스럽게, 알라딘 관계자님 이런 날은 책도 막 무료로 팍팍 뿌려주시고 책 내용으로 제목 맞추기 뭐 이런 행사도 좀 해주셔야 되지 않나요. ㅎㅎ오늘은 알라딘 최고의 명절이지 싶은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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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3 1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빼빼로 데이도 축하해 주면서 네이버 한테 좀 서운한데요?(부릅)
저도 천국에 어마어마한 도서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곳에 가면 고인이 된 작가들 다 책읽고 있고ㅋㅋㅋㅋ그림도 그렇고 미니님 이 페이지 넘 좋아요! 찜♡

mini74 2021-04-23 12:04   좋아요 4 | URL
솔직히 저는 천국보단 연옥에 작가님들이 더 많을거 같은 ㅎㅎ 무신론자들이 많더라고요 ㅎㅎ 미미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04-23 12: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수족냉증 수면 양말에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 😂
맞아요 아무도 그렇게 책을 읽지는 않죠.
웃느라 자꾸 오타나요.

mini74 2021-04-23 12:05   좋아요 5 | URL
그죠. 참 불편한자세죠. 저 자세가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

dollC 2021-04-23 12: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고 보고 쟁이고 그러다 현타에 빠지고, 그러다 또 사고... 이런 패턴의 무한반복인데 mini님 글을 읽으니 기분이 상쾌해져요. 꾸물꾸물했던 하늘도 밝아지는 기분이에요. 결국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게 행복한 일이죠. 😃

mini74 2021-04-23 12:06   좋아요 6 | URL
맞아요. dollc님 정답 ㅎㅎ 기분 좋아지셨다니 제가 다 행복하네요. 행복하고 줄거운 하루 보내세요 *^^*

scott 2021-04-23 12:0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돈이 조금 있다면 나는 책을 산다. 그러고 나서 돈이 남았다면....짠돌이 알라딘이 오백냥 천냥 쥐어줄때까지 기다리고 또 책을 산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미니님의 위트 넘치는 페이퍼!!

오늘은 책의 날
우리들의 날
(,,>᎑<,,)

mini74 2021-04-23 12:11   좋아요 4 | URL
짠돌이 알라딘 맞아요. 그리곤 치명적 굿즈로 유혹하죠 scott 님의 글도 북플을 못 떠나게 하는 치명적 유혹이죠 ㅎㅎ

bookholic 2021-04-23 13: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을 공휴일로~~~~~~~^^

mini74 2021-04-23 14:08   좋아요 3 | URL
재청이요 ~ 입니다 *^^*

새파랑 2021-04-23 13: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최고의 명절이군요~ 서점에 가봐야 할것 같은 기분^^
전 ‘밥을 한끼 안먹으면 책을 한권 살수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ㅎㅎ 그러면서 커피는 마시고 술은 먹는다는 ㅋㅋ
(그림을 잘 모르지만, 에드워드 호퍼 그림 낯이 익어서 생각해보니 민음사 피츠제럴드 단편집 표지였던듯~!!)

mini74 2021-04-23 14:07   좋아요 4 | URL
앗 새파랑님 저는 술이요! 매번 2차까지 간다는 독한 마음으로 책을 사고 있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4-23 14:18   좋아요 4 | URL
맥주와 콘칲을 앞에 두고 책 읽는걸 젤 좋아하는 1인 입니다^^
특히 어려운 책은 약간의 알딸딸이 필요해요**

페넬로페 2021-04-23 14: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참 너무 하네요~~
책의 날을 맞이하여 mini님의 완벽한 페이퍼에 200% 동감입니다^^
올려주신 그림 하나 퍼가요
그걸로 프로필 갑자기 바꾸고 싶네요♡♡

mini74 2021-04-23 14:25   좋아요 3 | URL
네~ 네이버 좀 글쵸 ㅎㅎ 전 콘칲 사러갈까 고민하다가 시험끝나고 온다는 아이에게 문자보냈습니다. 올때 콘칲 ㅎㅎ

Falstaff 2021-04-23 14:51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 님께서 다신 미미님 댓글에 힌트를 받아 아이디어가 반짝.
올해는 물 건너 갔고, 내년 책의 날을 위해 알라딘에서 말입죠,

알라딘 불플러들 가운데 글 잘 쓰시는 분들의 원고를 연말까지 받아서
투고 하신 건 고맙지만 원고료 극히 조금, 아주 조금, 대략 10만원 이하로 하고,
(왜냐하면 도서 정가제에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때문에)
그 양반들 원고를 추려 공동 단편집을 내서, 원가+세금+이윤 10%
책 찍어 남기자는 게 아니니까 말이죠,
이렇게 저렴하게 팔면 어떨까.... 싶기도 허구먼요. 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4-23 15:23   좋아요 4 | URL
폴스타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여긴 재야에 묻히기에는 아까우신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바람돌이 2021-04-23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저 고흐 그림 보면서 갖고 싶단 생각 해본 적 한번도 없는데 저 책그림은 진심으로 갖고 싶어요. 비 비싸겠죠? ㅠ.ㅠ
아 콘칲도 먹고 싶당.... 퇴근길에 사가야지...저는 오늘 저의 쌓여있는 책들에게 콘칲과 꽃다발 선물을 할까 잠시 고민합니다. ㅎㅎ

mini74 2021-04-23 18:53   좋아요 2 | URL
오늘은 대동단결. 콘칲과 맥주 *^^* 저도 고흐 저 그림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어제 제가 새우깡만 안 샀어도 ㅠㅠ ㅎㅎ

붕붕툐툐 2021-04-23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딩 아트 정말 좋은 책이군요! 미니님의 책의 날 페이퍼 다 좋았는데 오늘이 정점이네요. 알라딘에는 불만이 좀 있지만, 북플에 계신 분들 덕에 행복하니, 이렇게 판을 깔아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네요~ 느낌 있는 그림과 명언들 당장 영접하러 가고 싶어요!!
저도 독서 복장은 늘 실내복과 수면양말~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04-23 18:54   좋아요 3 | URL
그렇죠. 우리들 교복이죠. 실내복과 수면양말 *^^*

레삭매냐 2021-04-23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책쟁이들의 날, 완쉐이 ~

북다이제스터 2021-04-23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호퍼 그림이 젤 친숙한만큼 책 읽는 모습이 가장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