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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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구부러진 경첩일까했다. 구부러진 경첩.....그것으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같다. 처음 만난 작가 존 딕슨 카. 그의 명성을 이제서야 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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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31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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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5권을 읽고 10권을 읽었다. 각 권이 하나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싶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한 언급들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읽지 않았던 파트의 이야기였겠구나 싶은 이야기들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2권에 등장한 휴와 캐드펠이 나누는 이야기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기도 했던 도입부였다. 2페이지에 걸친 긴 글이었지만 기억해두고 싶었다. 인간의 욕심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왜 변함이 없는걸까?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살인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만, <고행의 순례자>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앞서 읽었던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사건 해결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치적으로는 반대편에 서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휴와 올리비에.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을듯해서 더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이었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향하는 모습도 예뻤다.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일뿐, 인간의 사소한 욕심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듯한 맘도 들고. 결말을 알고 매슈와 키아란의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키아란의 공포와 매슈의 분노가 보였다. 하지만, 끝까지 사사로운 복수를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던 매슈의 기다림이 평생 지고 갔어야 할 공포와 분노로부터 두 사람을 벗어나게 했던 것은 아닐까싶었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캐드펠과 올리비아가 부자 관계라는 것을. 언젠가 올리비아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될까? '고행의 순례자'가 키아란인가 했는데, 캐드펠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말하는듯도 하다. 참 이상하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 맘에 드는걸까? 캐드펠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서 주변인들을 세심하게 살펴나갔다. 그런 세심한 관심이 강력한 추리로 이어졌다. 캐드펠을 만나고나면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들어주는 사람, 캐드펠. 그런 이미지다. 다른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외사촌 간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는 지난 3년간 잉글랜드의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고, 그 사이에서 백성들은 거듭되는 살인과 약탈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은 터였다. 도시의 장인이든 농촌의 소작농이든 장원의 농노든, 그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만 확보해준다면 그게 누구라도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그러나 휴 같은 사람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스티븐 왕의 가신이자 이젠 왕의 치하에 놓인 슈롭셔주의 행정 관리관으로서 이 지역을 사수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이었다.  지난 2월 왕이 링컨 전투에서 패배한 뒤 브리스틀 성에 갇히며 제각기 잉글랜드의 주권자임을 자처하던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었으니, 모드 황후는 구름 위로 높이 치솟아 올랐고,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던 스티븐은 경비병들의 엄중한 감시를 받는 비참한 포로 신세가 되어 있었다. 스티븐의 동생이자 지지자인 윈체스터 주교, 교황 대사요 잉글랜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고관이기도 한 블루아의 헨리 주교로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린 셈이었다. 형을 지지하는 종래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해 영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기세충천한 황후의 증오를 사 위험한 처지에 놓일지 몰랐다. 반대로 방향을 바꾸어 황후 편으로 넘어감으로써 역전된 운세의 흐름에 편승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럴 경우 그는 매우 신중한 태도로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이 변절 행위를 보기 좋게 포장할 것이다. 물론 헨리 주교 역시 진심으로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따라서 이 나라의 질서와 평화를 회복시켜줄 사람이라면 둘 중 어느 쪽이라도 기꺼이 지지할 의향을 갖고 있으리라고 캐드펠은 생각했다. -p14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은 당파 간의 분쟁을 아주 기꺼워합니다. 제 사욕만 챙기는 주군이나 영주에게 그렇듯이, 저놈들한테도 그런 혼란이 아주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거든요. 물론 전쟁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지만, 서로 반목하는 당파들이 맞부딪치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동 같은 건 녀석들에게 고기와 술이나 다름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소동이 일어나면 놈들은 얼른 다른 이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가 주머니를 털고, 부유해 뵈는 노인들을 후려갈기거나 칼로 찌르는가 하면, 돈주머니 끈을 살짝 끊어버리죠. 시골에 사는 부류들처럼 숲속으로 들어가 짐승을 사냥하는 쪽보다 그게 훨씬 안전하고 편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 P108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는 늘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니까. - P130

악인들은 항시 정직한 사람들보다 한두 걸음 빠른 법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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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28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마다 사건이 다르다 해도 차례대로 읽는 게 좀 낫겠지요 거기 나오는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게 되기도 하니... 캐드펠 수사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겠네요 형사가 나오는 시리즈는 형사 식구나 둘레 사람이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도 하는군요 캐드펠 수사 말고 또 늘 나오는 사람 있나요

march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march 2025-01-31 20:4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어쩔 수 없이 순서가 섞였는데 순서대로 보는 것이 좋은 것같아요. 늘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10권에 등장하는 휴도 2권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함께 하고 있었어요. 이 시리즈 재밌어요. 희선님 넷플릭스에 나츠메우인장 7이 있어서 보고 있어요. 어찌나 반가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하이쿠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가이드 - <알라딘 책소개>



일본 문학을 읽으면서 하이쿠에 관해서는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같다.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보니 하이쿠를 분석해둔 저자의 글이 아주 재미있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글들이라 정리해둔다.



하이쿠 (俳句) - 5ㆍ7ㆍ5 음절과 키레지, 키고로 이루어진 일본의 정형시 [네이버]


하이쿠 세 가지 법칙


1.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노래해야한다.

   작고 소박할지라도 지금 여기. 이곳에 살아 있는 나의 눈과 코와 귀와 살로 느낀 것을 적어 내려간다.

2. 5ㆍ7ㆍ5  리듬.다섯 자,일곱 자, 다섯 자의 음수율

3. 계절어( 키고 季語).계절어란 봄,여름,가을,겨울을 담은 단어로 여러 개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하나가 딱 좋다. 계절어를 모아 놓은 계절어 사전 : '사이지키' 歲時記





1. 앞의 다섯 자는 카미고 (上五), 가운데 일곱 자는 나카시치(中七), 마지막 다섯 자는 시모고(下五).

   글자가 넘치는 경우를 지아마리(字余り), 글자가 부족한 경우를 지타라즈 (字足らず)

   음수율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율(비정형) 하이쿠를 쓰는 시인도 더러 있다.


2. 하이쿠의 리듬을 살려주는 기법은 '키레지'(切字) . 번역하면 '끊어 주는 글자'라는 뜻.

   우리말로 치면 '~여''~구나''~하네''~인가'처럼 명사나 동사 뒤에 붙어 감탄과 탄식, 의문과 추측 등의 뜻을

   더하는 어미.

   (例 : '~네'를 뜻하는 '야' ,  '~누나,~도다'를 뜻하는 '나리'(也), '~구나'라고 번역한 '카나'(哉) )


3. 하나에 여러 뜻을 가진 단어를 이용한 수사법 : 가케코토바 (掛詞)


4. 계절어를 넣지 않는 하이쿠 : 무키(無季)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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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은 과묵해 보이는 거구의 사내였지만 실제로는 달변이었고, 심지어 서툰 한국어도 한두 문장씩 섞어 가며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끝까지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몰토크였는데, 저렇게 별것 아니면서 무해한 이야기를 처음 만난 (그것도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들과 두 시간 넘게 계속할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p141



앞서 읽었던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스몰토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막 그 강의를 들은 후에 이 문장을 만나니 왠지 웃음이 났다. 원어민과 스몰토크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언어 감각은 타고나야하는 것 아닐까싶기도 하고. 언어 감각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같은 난 참 어렵다. 그래도 올해는 영어에 집중해보는 걸로.



    난 구판으로 읽었지만,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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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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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가 전하는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게 되었다. 중급이면 수준이 놓아지는 법인데, 그래서일까? 더 맘에 드는 글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에 정착하게 된 문지혁은 헤어졌던 연인 은혜와 결혼을 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어렵게 아이도 얻었다. 정식 등단은 아니었지만 두 권의 책을 낸 작가도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강원도에 있는 대학에 글쓰기 강의를 맡고 있었다. 

<초급 한국어>에서는 한국어 강의를 하는 장면들이 교차되었다면, 중급에서는 글쓰기 수업이 등장했다. 강의실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들을 분석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일터라 문학 작품들에 대한 강의가 너무 재미있었다. 글쓰기 수업은 듣기에 힘들겠지만, 저런 문학 작품을 다루는 수업이라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겠다는 맘이 들 정도로.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강의는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기도, 돌을 던지기도 할 수 있음을, 내 경험이 문학 작품을 읽는 커다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이라는 실험실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소설의 인물들은 옳고 바르고 정의로운 인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긋나고 부서진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소설이란 윤리로 비윤리를 심판하는 재판정이 아니라,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비춰보는 거울이자 그 둘이 싸우고 경쟁하는 경기장이 아닐까요?
-p94~95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비롯해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강의와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 5도살장> 에 등장하는 기도문을 읽는 동안 그 소설들이 머릿 속에 떠다녔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 문학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좋을 수가. 기도문도 여러 번 읽고 있었다. 

하나님,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언제나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p 122


문학과 가족. 가족은 결국 실질적인 삶의 모습을, 문학은 삶을 담고 비추는 거울임을. 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과 아내라는 점이 결혼으로 선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삼각형이 만들어졌다. 그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들의 일상과 아빠와 엄마 지혁이 만들어낸 삼각형의 삶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초급 한국어>에서부터 엄마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졌었다. 

엄마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죽은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내 안에 있었다. 바로 저기, 조금 전에 옆으로 누워 찍은 사진 속에 있었다. 에스자로 휘어져 있어야 할 곳에서도 꼿꼿히 서있는,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고 있는, 똑바르고 반듯해서 아픈, 엄마. 내 가장 깊은 곳,나의 기둥, 나의 백본(back bone).

끊임없이 등장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그 감정들이 왠지 지혁을 쓸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딸 은채와의 시간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삶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했는데, 아이들을 다 키운 입장에서 예전의 감성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 '비어 있음'이란 있음의 가장 쓰라린 형식이다. ] 는 문장을 자꾸 곱씹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펼쳐보았다. 어디를 펼쳐도 왠지 정이 가는 문장들이다. 차분히 가라앉는 이 느낌. 소설의 여운이 상당히 길것같다. 언어가 만들어 낸 문학의 세계.  그 무한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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