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읽는 밤 -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2월
평점 :
저자는 미술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면서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는 작가이다. 작가의 책은 빠트리지않고 찾아 읽으려고 노력한다.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궁금했다.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읽는 이로서 만났던 문장들을 그림과 함께 담았다.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과 어울리는 문장들. 많이 읽고, 많이 봐야지만 가능한 멋진 책이 탄생했다. 그림은 그리는 이의 마음이 당연히 담기는 것이기에 화가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하고 있었다. 그림 한 점에 대한 감상, 화가의 삶, 그리고 저자의 마음을 건드린 문장. 유명한 작품도 있었지만,여느 미술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명한 그림이든 새로운 그림이든 그림을 만나는 순간들은 행복하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예르강에 내리는 비>는 정말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림멍을 해도 좋을만큼. 이 그림의 고요한 분위기에 저자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수록된 글을 가져왔다.
마치 하루가 그곳에서 종말을 고하듯 저녁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만물이 거기서 탄생하듯이 아침을 바라보아라. 그대의 눈에 비친 것들이 모든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p93
'특히,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란 문장이 좋았다, 우리가 특별한 기쁨을 누리는 순간을 기대한다면 그런 순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같다. 오히려,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모아본다면 그것이 훨씬 큰 부피가 되지 않을까?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지.

산꼭대기에서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날개를 달고 세상을 굽어보는 천사. 카뮈는 [행복한 죽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죽음을 겁낸다는 것은 바로 삶을 겁낸다는 것"이라고. 치율리오니스의 천사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라고.-p115
화가의 [천사의 서곡]이라는 그림에 대해서는 사실 커다란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카뮈의 저 글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데, 그 생각이 삶을 갉아먹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삶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한 방향일지도 모른다는.....
우리가 출구라고 부르는 곳이 누군가에겐 입구가 될 수 있다. 천사가 그 문 앞에서 기다린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것도 여정의 일부라고.-p115
다시, 그림을 바라보니 보이지 않는 천사의 시선이지만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 두려워하지 말고,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나가라는 말을 전하는듯한 따뜻함이.

낮잠을 자는 건가 생각했지만 꼭 쥐고 있는 손이 너무 절실해보였다. 글을 읽어보니 저자도 스스로를 간신히 붙들어 세우는 마지막 안간힘처럼 보인다고 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걸까? 이 그림에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의 글을 인용해두었다.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지.-p133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당장은 해답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메세지가 느껴졌다.

48점의 그림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오갔지만 몇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남김으로써 책의 느낌을 전하고싶었다. 책을 읽기 전, 읽은 후 나는 조금은 달라졌을거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생각도 정리해보는 편안한 시간이 되지않을까싶다.
ps 필사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한 작품이라도 더 보고싶은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