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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의 범죄 ㅣ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평점 :
일본 추리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으로 입문했기에 그들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읽었고, 그 외 작가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시기를 지나 이젠 많은 작가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좋으면 그 작가는 쭉 함께하게 된다. 9월은 책친구와 함께 추리소설을 읽는 달로 정했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후루타 덴과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소개글을 보고서야 '엘러리 퀸'처럼 두 작가가 공동 필명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거짓의 봄>에 이은 가노 라이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라고 했는데, <거짓의 봄>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가노 라이타와도 첫 만남인셈이었다.
낡은 차 한대를 집삼아 아버지와 함께 신사의 새전함도 털고, 편의점에서 좀도둑질도 하면서, 아사히와 동생 유히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10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동상담소에 맡겨졌을때 유히가 친동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친엄마의 새 가정으로 입양되어 보통의 삶으로 살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헸던 아사히는 스무 살 대학생이 되었을때, 동생 유히를 우연히 만났다. 유히는 아동양육시설 하레에 있다가 그곳 직원에게 입양되었고, 하레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하레가 경제적인 문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유히는 납치 자작극으로 돈을 마련할건데 같이 하자고 제의했다. 아버지로부터 노란불은 가시오로 배운 아사히는 노란불이 켜졌을때 잠시 멈칫거리지만 결국은 가고만다. 아사히는 협조할 수밖에 없었고, 납치 자작극은 성공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8년후 방치해둔 5살 딸은 죽고, 7살 아들은 구조된 사건이 발생했고, 엄마는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아사히와 유히의 인생을 흔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납치 자작극이 주를 이루었던 1부를 읽을때만해도 이렇게 많은 비밀이 숨어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 납치 자작극에 숨어있던 진실, 아이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트라우마. 모든 것이 가족이란 틀 안에서의 폭력이 부른 비극으로 보여졌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적으로 하게 하는 책이었다. 세 부자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아사히를 통해 계속 불려나왔다. 그들의 생활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는 없었을까? 가정 안에서의 폭력은 어쩌면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울타리 밖에서는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으니까.
기대했던 가노 라이타가 등장 했을 때 뭐지싶었다. 조사중에 피의자가 자살을 한 것을 계기로 파출소 순경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건을 맡은 가라스마는 끊임없이 가노에게 불쾌함을 드러냈고, 가노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능글능글 한 모습으로 주변을 맴돌며 정보를 모아가는 것이 보였다. 가노는 자백 전문가로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도 결정적인 자백을 받아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진지함과는 약간 거리가 먼, 무장해제 시킨 다음 빈 틈을 노리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그런 이미지였다. 내 기대와는 약간 다른 가노 라이타의 모습이었지만, 툭툭 터져나오는 새로운 정보들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탄탄한 스토리가 후루타 덴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