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코담뱃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8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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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존 딕슨 카'. 그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황제의 코담뱃갑」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서 주인공이 황제라느니, 배경이 궁전이라느니 생각해서는 오산. 다만 '황제의 코담뱃갑'이라는 물건이 사건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들어만 봐도 얼마나 비싼 것이겠어! 이 비싼 물건을 둘러싸고 살인이 벌어져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브 닐'이 전남편 '네드 아투드'와 다투고 있는 동안, 이브의 약혼자 '토비 로즈'의 부친인 '모리스 로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황제의 코담뱃갑'의 진귀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데 막상 이 물건은 범인이 가져가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일까?!

그때부터 수면으로 부상하는 용의자와 동기들. 그 중에서도 이브가 제일 주목을 받는다. 모리스의 살해를 목격했고, 그녀를 봤다는 하녀들이 많으며, 심지어 그녀의 옷에 피가 묻은 것을 보았다는 증거까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전날 밤에 네드와 같이 있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는 이브는 어쩔줄 몰라 한다. 그렇다고 네드와 같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한편 각 인물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다모트' 박사는 점점 사건의 진실에 근접해가는데- 과연 범인은 진실로 이브인 것일까? 아니면 로즈네 가족 중 한명인 것일까?

호- 이번 사건은 운명적인 만남과 엄청난 우연, 그리고 급조되었음에도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 만나 도저히 밝혀내기 힘든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 그가 범인이 될 수 있는가, 왜 그는 살해했을까. 아..! 사건의 진실은 어디에?!

'존 딕슨 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고, 그의 작품 중 최고라 하길래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모양이다.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고, 이미 일본식 정통 추리소설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무미건조한 전개가 참 참기 버거웠다. 무엇보다 우연이 겹쳐 일어났다는 데에서 흥미가 쫌;

게다가 여타 다른 탐정 소설과는 달리 존 딕슨 카의 소설에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탐정이 없어서 아쉽네. 그 작가 하면 딱 떠오르는 그 탐정이 있다. '엘러리 퀸'하면 '드루리 레인', '아가사 크리스티'하면 '에르큘 포와로', '코난 도일'하면 '셜록 홈즈' 등 참 많은데, 존 딕슨 카는 없다니 아쉽네그려..

그렇다고 놀라운 반전이나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출연한 것도 아니다. 추리소설을 하도 많이봐서 살인에 대해 익숙해진 본인으로서는 별 감흥 없을만하지;;;;;;;;;;;;;;;;;;

머, 결국, 그의 작품을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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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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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내내 철없이 소리지르고 돌아댕기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내다, 28년째에 사회생활이란 걸 하게 되었다. 이게 왠걸,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또 항상 함께 해야 하는 게 익숙치 않았다. 마음은 조급했고,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쉽게 지쳤다. 휴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꿀맛 같은 설 연휴에 읽은, 지금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 바로 「30년만의 휴식」이었다.

책은 정말이지 마치 지금의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이라는 부제의 의미를 책을 덮은 후에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는지, 내 안에 자라던 어린아이는 어땠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며 읽다보니 어느새 하루만에 다 읽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해주는 이야기는 정통 이론이 풍부한 경험과 접목하여 은은하면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얼핏 평소에 알고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저자가 글로써 썰을 풀어내는 것을 보면 '아, 이거였구나! 나는 그때 그랬지..'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글을 통해 자연적으로 정신이 치유되는 것이다.

또한 그가 사례로 언급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보면, '누구나 다 고민은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진리 같다. 자신만 고통이 있는 게 아니다. 그 고통을 누군가는 발전적으로 풀어내고,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표출한다. 그래서 전자는 마음의 평안을 얻고, 후자는 더 괴로워하게 된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롭게 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면, 스스로가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 또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조급한 아이와 의존적인 아이가 조금은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어릴적 경험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벽으로 쌓여 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간의 어릴적 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부모다. 사랑과 신뢰를 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한 내면을 갖고 자라지만, 부모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부모 성격대로 성장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에 남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일수록 더욱 신중히, 소중히 키워야겠다. 

그래, 내 자신, 특히 나의 내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며, 평안과 자유를 찾고 더욱 강해지자. 어떠한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 탓을 하기 이전에 내 자신의 내면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자.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라는 말,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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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Mr. Know 세계문학 44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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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명작', '수작', 또는 '최고봉'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고유의 장르에서 최고라고 칭해지는 작품은 그 가치를 더한다. 탐정 소설에도 세세하게 놓고 보면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그 중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장르의 으뜸이라 칭송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다.

모든 탐정 소설이 그렇듯, 그의 작품에서도 범상치 않은 탐정이 나온다.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순발력과 대범함 그리고 열의로 똘똘 뭉친 탐정 '샘 스페이드'다. 조수 '에피 페린', 그리고 동료 '마일스 아처'와 함께 일하는 그에게 어느날 '원덜리'라는 여인이 찾아와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그래서 마일스가 몰래 미행하기로 했는데, 그날 밤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마일스가 살해된 것이다! 게다가 원덜리가 동생과 같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 '서스비' 또한 살해당했다. 과연 두 사람을 죽인 인물은 누구일까? 이런 가운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새로운 의뢰인 '조엘 카이로'가 찾아와 조그만 새의 조각상을 찾아달라며 샘을 위협한 것이다. 그러나 샘이 누구던가, 천하의 콧대높은 탐정 아닌가! 결국 카이로를 잘 구슬려 원덜리의 정체도 알아내고 새 조각상 찾기에도 나서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결국 쫓고 이어져 다다르게 된 인물, '거트먼'. 그는 바로 17년 동안 그 새 조각상을 찾아다닌 인물이었다. 그렇다. 새 조각상이야말로 제목 그대로 '몰타의 매'였던 것이다. 과연 그 새가 뭐 그리 대단하길래 추적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과연 새 조각상은 어디에, 혹은 누구에게 있을까? 누가 새 조각상을 손에 넣을 것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일스와 서스비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하나의 사건으로 출발하여 점점 더 놀라운 사건으로 발전하는 것이나, 마치 돋보기로 뚫어지게 보듯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섬세히 묘사하는 것은 은근 독특하다. 이런 게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만의 모습 아닌가 싶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러한 점이 과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가, 아니면 거부감을 일으키고 따분하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었다. 내가 탐정 소설을 깊이 사랑하게 된 게 <소년탐정 김전일> 때문이었고, 그 이후 - 사건이 벌어지고 독자들에게 사건을 풀 힌트를 던져주며 탐정은 기막힌 두뇌와 감각적인 관찰력 등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은 의외의 인물인데다가 범인의 사연 또한 기구한 형태의 이야기를 접한 후 - 나에게 '탐정 소설은 이래야 재밌다'는 인식이 박힌 게 사실이다. 거기에 반전이나 로맨스 요소 같은 게 있으면 금상첨화지.

그래서 「장미의 이름」을 보며 의아했었고, 「벤슨 살인사건」을 보고서는 실망했었다. 그 느낌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초반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 의지는 강한데 스스로 사건에 깊이 관여하려고 하지는 않아보이는 거만한 탐정의 모습, 다시 이어지는 또 다른 사건의 매력 반감, 그대로 드러나버리는 범인과 사건의 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자에게 사건을 풀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전혀 던져주지 않는 무미건조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수긍하게끔 만든다. '와우, 그랬어?'라는 감탄은 끝내 나오기 힘든 것이다.

머, 각자 나름대로 취향이 있듯 탐정 소설(혹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세부 장르가 따로 있을 게다. 그냥 나에게는 그랬다는 것이고.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련다. 그나저나 샘 스페이드, 참 샘나면서도 약간 띠껍네. 외모를 이용해 여자들을 유인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도 도박을 거는 무모함까지- 나는 이런 완벽하고 운 좋은 탐정보다는 약간 허술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탐정이 더 좋은데. ^^;

아무튼 '최고의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라는 평가에 조금의 기대와 약간의 불안을 안고 독파한 작품인데, 역시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적중한 건 아닌가 싶다. 우연히 죽을뻔한 일을 겪고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플릿크래프트' 이야기를 유려하게 할 줄 아는 샘 스페이드여, 당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짧은 인생에 그렇게 자신의 두뇌와 외모 그리고 무모한 용기만 믿지 말고 좀 더 사건을 부드럽고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해보지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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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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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수작이 추리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을 뒤흔들었다.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끄는 성향답게 어느새 혜성처럼 나타난 작품은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자, 과연 용의자 X란 누구고 그의 헌신은 어떻게 표현될까?

생각보다 의외로 빨리 용의자 X는 밝혀진다. 그래서 보통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추리소설과는 달라서 조금은 맥이 빠진다. 하지만 범행을 감추려는 범인의 심리와 행동이 이 소설의 백미다. 이 점에 주목해서 보면 작품은 정말 빛을 발한다.

딸 '미사코'와 함께 단란히 살며 벤덴데이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는 '야스코'.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그녀의 일상에 또다시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가 있으니, 바로 전남편 '도미가시'다. 뻔하게도 돈을 뜯어내기 위해 온 전남편이 야스코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급기야, 집에까지 찾아온 도미가시를 딸과 협력해 죽이고 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누워있는 건 시체. 이 상황을 어찌할꼬! 그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바로 옆집 수학 선생 '이시가미'다. 야스코에 반해 매일 도시락 가게를 들리는 이시가미. 그에게는 이번 사건이 오히려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이다. 결국 이시가미는 스스로 용의자 X가 되어 범행 은폐와 시체 처리를 돕는다-

당연히 시체는 발견되고, 형사들은 뭉개진 얼굴과 상처난 지문에도 불구하고 용케 시체가 도미가시임을 알아낸다. 그리고는 유력한 용의자인 야스코를 탐문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그녀를 범인이라 몰기에는 알리바이가 너무 완벽하다. 바로 천재 이시가미가 미리 모든 준비를 지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완벽을 기하려 해도 세상은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 뜻밖에 형사 '구사나기'의 친구이자 이시가미의 동창인 또 한 명의 천재 '유가와'가 사건을 파헤치고, 야스코에게 호감 있는 남자 '구도'가 나타나면서 이시가미가 짜낸 완벽해보이는 계획은 조금씩 흐트러지는데.. 과연 용의자 X의 헌신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지?!

아- 단순하고도 강력하도다! 400쪽에 이르는 분량 가운데 사건은 딱 하나가 벌어진다. 그러나 이 사건을 길게 가져가는 작가의 역량이 참 대단하다.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과 비밀에 싸여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정말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 지키려는 자드러내려는 자, 감추려는 자밝혀내려는 자의 두뇌 및 감정 싸움이 볼만한 것이다.

그리고 점점, 의문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진실들은 무척 흥미롭게 다가온다. 용의자 X의 과거는 어떠한가, 왜 용의자 X는 헌신을 하게 되었는가, 용의자 X의 헌신은 어디까지인가, 유가와는 어디까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것인가, 유가와와 이시가미이고 누가 승리할 것인가, 구사나기를 비롯한 형사들이 놓치고 있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등이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 

그것은 어쩌면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경험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그의 헌신이 이해가 가고, 동감이 간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방법은 틀렸다. 정말 그 사람을 위한다면 어떻게 하는게 옳은지, 왜 그토록 냉정하고 머리 좋은 그가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미사코를 자신이 맡으면 되지 않았겠는가..

엄청난 반전이 가슴을 짓누르는 작품, 「용의자 X의 헌신」. 이러한 신선하고 독특한 방식의 추리소설 또한 언제나 환영이다. 일본 추리문학의 세계는 어디까지일지, 참으로 경이롭고 존경스러우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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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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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많이 어렵다. IMF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는다고들 한다.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주가와 환율은 들락날락하며,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은 계속 빈다. 시름이 깊어지고 한숨이 는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일 수 밖에. 그리고 여기, 그러한 절제를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결국은 더 좋다고 주장하는 문구들을 모은 작품이 있다. 갸우뚱해지지만 흥미를 끄는 제목을 지닌 글, 「자발적 가난」이다.

작품은 마치 수기집 식으로 때론 한 문장, 때론 짧은 단편식의 글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했다. 저자도 한 명이 아닌, 저명한 작가에서부터 예술가, 철학가, 신앙인 등 다양하다. 그들은 나름의 삶의 철학을 유려하고 간결한 글귀로 풀어내는데, 생각을 모아보면 하나로 통한다. '덜 풍요로운 삶이야말로 더 큰 행복을 준다', 즉 'Less is More' 라는 것이다.

얼핏 느끼기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 속의 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가난해지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 누가 스스로 버리고 욕망을 억제하겠는가? 그러나 계속 글들을 보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지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며, 정말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제안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주변에 '정말 필요하지는 않은' 게 얼마나 많은가? 지금 내 주위만 둘러봐도 먼지 쌓인 슬리퍼가 있고, 마음에 안 들어 넘겨줄 옷들이 쌓여 있으며, 잘 쓰지도 않는 모자가 세 개나 있다. 이게 다 부질 없는 욕망 때문에 생긴 덧없는 것들이지. 그런게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나 할까? 인간의 욕망은 끝없어서 계속 더 좋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조금만 돌이켜보면, 그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잠시라도 생각해보면, 그래서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분명 결코 쉽지는 않다. 나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때 남들은 쭉쭉 치고 올라가는데, 그거 다 감당하고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워낙 마음대로 사는 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돈 쓰기 좋아하는데-_-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욕망 충족과 마음가짐에 따른 만족의 구분도 애매하고. 하지만, 책을 보면서 그래도 꼭! 평생의 가치로 생각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마치 끊임없이 remind하고 싶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절제와 자연스러운 상태를 통한 행복과 평화를 역설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던 듯. 「무소유」가 그랬고, 「지구별 여행자」가 그랬으며,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도 같은 맥락이었고, 「오래된 미래」는 그 자체로 사례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잘 감지하지 못했는데, 확고히 한 길을 주장하는 이 작품 덕분에 다시 돌아보게 되고 새로이 짜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고 감사하다.

썩 좋은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부족하지 않게 살 기회도 주어졌고.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부족하지 않은 것이 넘쳐 너무 과하게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삶, 한번 더 생각해보고 필요하지 않은 것- 쓸데 없는 욕망에서 우러나온 것은 과감히 내치는 삶을 살고 싶다. 더 얻기보다는 더 베풀고, 더 지니기보다는 더 나누고 싶다. 인간은 마음으로 산다고 하는데, 스스로 '자발적 가난'이라는 가치의 삶을 통해 그 마음을 간직하며 살길 원한다. 

 
그야말로,
자발적 가난은 마음의 평화
라는 신념을 지키며 산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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