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시인, 그 인생살이 들여다보기

김수영 평전
최하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9월

한 사람이 자신도 아닌, 다른 사람의 한 생애를 글로 엮어내는 것은 무지 힘들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대상이 실존 인물도 아닌 과거의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런 점에서 평전은 우선 그 의도와 목적에서부터 처음 접하는 장르로서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김수영'에 대해 아는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뿐이다. 그가 어떤 시인이고 대표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그의 인생이 내 삶과 마주했고 그것은 대단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역정을 또 다른 제3자를 통해 접하면서, 비록 화자의 생각과 감정이 개입되어 있을지라도, 아니 개입됨으로써 더더욱,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나 아닌 다른 삶을 마주하는 재미, 썩 유명한 문인의 행보를 훑어보는 신비, 그의 말과 그의 생각을 접하면서 겪게되는 감정은 처음이었다. 모든게 처음이니 더욱 즐거웠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어떠한 업적을 남겼으며 누구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등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저 그의 삶을 편하게 바라보는 마음만으로도 족했다. 고집불통에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 마는 성미, 속은 부글부글하면서 현실과 곧잘 타협하는 이중성, 붙같은 성미에도 양계에 열심인 모양새 등등 참으로 흥미로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 인물. 오히려 우리네와 별다를바 없는 인간라는 점이 나는 좋았다.

그러면서도 <풀>, <詩여, 침을 뱉어라> 등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동성은, 그의 이른 죽음을 아숩게 만든다. 

그저 몸으로 나아가자고 부단히 주장하는 위인. 그저 이유없음으로 미국인은 나가달라고 외치는 사람. 이런 친구 곁에 두고 싶다. 풍류를 즐길줄 아는 멋진 친구.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려는 마음 굴뚝 같지만 밥벌이를 뿌리치지 못하는 인간다운 모습. 그의 모든 것이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다.  

12명의 남자들에 대하여

열정과 결핍 - 이나리 기자가 만난 우리 시대 자유인 12인의 초상
이나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2월

잡지 「신동아」에서 1년간 '이나리 기자의 사람 속으로'를 연재한 이나리 기자가 그 중 12명을 추려내어 펴낸 책, 「열정과 결핍」.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가진 모든것을 던져 버릴 줄 알았던 열정, 그리고 얻을 수록 목마름이 남는 결핍, 이 두 단어가 이 책을 말해준다고 한다.

이윤기, 황석영, 조영남, 박현주, 조순형, 이어령, 진중권, 설경구, 이장희, 박진영, 박재동, 장사익까지. 가수, 영화배우 등 연예인에서부터 작가, 기업가, 정치인, 평론가, 만화가, 소리꾼에 이르기까지, 책은 각기 개성 만점의 남성 12명을 비춘다. 이나리 기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가 인터뷰한 그들의 인터뷰 내용은 사뭇 흥미롭다. 아마도 이나리 기자의 날카롭고 재치있는 질문 덕분이 아닌가 싶다.

'신화'로 유명한 이윤기 씨의 신화 이외의 면을 보았고, '황석영'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의 작품 「장길산」을 읽어보리라하고 다짐하였다. 자유인 조영남 씨의 멋진 세계를 들여다보았고, 빈틈없어보이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철학을 접할 수 있었다. 조순형 국회의원의 순진한 면이 사뭇 남달랐고, '이어령'이라는 사람을 이제서야 처음 들어본 게 한스러웠다. 진중권 씨는 요즘은 왜 안 보이나 의아했고, 설경구 씨는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좀 더 태어났더라면 분명 이장희 씨의 팬이었을 것이고, 박진영 씨는 역시 개방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박재동 씨의 만화도 흥미로웠고, 소리꾼 장사익 씨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듯 그들의 열정과 결핍을 보면서 참 부럽기도 했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한다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힘든 일이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열정적인 면, 결핍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꼭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열정도 많고 결핍함에 항상 갈구하는 사람.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하든지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