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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 - 살림의 그물 11
E.F. 슈마허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덕임 옮김 / 그물코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경제가 많이 어렵다. IMF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는다고들 한다. 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주가와 환율은 들락날락하며,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은 계속 빈다. 시름이 깊어지고 한숨이 는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일 수 밖에. 그리고 여기, 그러한 절제를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결국은 더 좋다고 주장하는 문구들을 모은 작품이 있다. 갸우뚱해지지만 흥미를 끄는 제목을 지닌 글, 「자발적 가난」이다.
작품은 마치 수기집 식으로 때론 한 문장, 때론 짧은 단편식의 글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했다. 저자도 한 명이 아닌, 저명한 작가에서부터 예술가, 철학가, 신앙인 등 다양하다. 그들은 나름의 삶의 철학을 유려하고 간결한 글귀로 풀어내는데, 생각을 모아보면 하나로 통한다. '덜 풍요로운 삶이야말로 더 큰 행복을 준다', 즉 'Less is More' 라는 것이다.
얼핏 느끼기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 속의 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가난해지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 누가 스스로 버리고 욕망을 억제하겠는가? 그러나 계속 글들을 보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지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며, 정말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제안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주변에 '정말 필요하지는 않은' 게 얼마나 많은가? 지금 내 주위만 둘러봐도 먼지 쌓인 슬리퍼가 있고, 마음에 안 들어 넘겨줄 옷들이 쌓여 있으며, 잘 쓰지도 않는 모자가 세 개나 있다. 이게 다 부질 없는 욕망 때문에 생긴 덧없는 것들이지. 그런게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나 할까? 인간의 욕망은 끝없어서 계속 더 좋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조금만 돌이켜보면, 그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잠시라도 생각해보면, 그래서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분명 결코 쉽지는 않다. 나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때 남들은 쭉쭉 치고 올라가는데, 그거 다 감당하고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워낙 마음대로 사는 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돈 쓰기 좋아하는데-_-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욕망 충족과 마음가짐에 따른 만족의 구분도 애매하고. 하지만, 책을 보면서 그래도 꼭! 평생의 가치로 생각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마치 끊임없이 remind하고 싶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절제와 자연스러운 상태를 통한 행복과 평화를 역설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던 듯. 「무소유」가 그랬고, 「지구별 여행자」가 그랬으며,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도 같은 맥락이었고, 「오래된 미래」는 그 자체로 사례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잘 감지하지 못했는데, 확고히 한 길을 주장하는 이 작품 덕분에 다시 돌아보게 되고 새로이 짜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고 감사하다.
썩 좋은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부족하지 않게 살 기회도 주어졌고.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부족하지 않은 것이 넘쳐 너무 과하게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삶, 한번 더 생각해보고 필요하지 않은 것- 쓸데 없는 욕망에서 우러나온 것은 과감히 내치는 삶을 살고 싶다. 더 얻기보다는 더 베풀고, 더 지니기보다는 더 나누고 싶다. 인간은 마음으로 산다고 하는데, 스스로 '자발적 가난'이라는 가치의 삶을 통해 그 마음을 간직하며 살길 원한다.
그야말로,
자발적 가난은 마음의 평화
라는 신념을 지키며 산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