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과 탐정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6
에리히 캐스트너 글, 발터 트리어 그림, 장영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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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내가 본 또 하나의 소설, 「에밀과 탐정들」. 아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범인을 추적해 잡아낸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혼자 할머니집에 가는 에밀. 기차에서도 바짝 긴장해있다. 외투 속주머니에 핀으로 꽂힌 돈봉투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편의 아저씨를 경계하며 있던 도중 깜빡 잠이 들고, 잠이 깼을 때엔 돈이 없다-!! 다행히 상대편에 있던 사람을 발견하여 미행이 시작되는데..

미행 가운데 하나둘씩 호기심에 몰려든 아이들. 나름대로 각자 역할분담을 하여 철저히 그를 미행한다. 아이들만의 독특한 대사와 행동, 재치가 돋보인다.

솔직히 좀 더 고난이도의 화려한 추리를 원했던 나에겐 그냥 맛보기같은 작품이 아닐수 없다. 그냥 유명하다길래 산 책이었는데...약간 아쉽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힘을 합쳐 성인인 범인을 잡아낸건 정말 대단하다. 치밀한 계획 아래 미행을 하고 증거를 포착해 범인을 꼼짝 못하게 만든 수법은 탁월하다. 완전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은 조금 거슬렸지만..ㅋㅋ

참고로 난 이 추리소설이 꽤 유명하다고 해서 샀는데 예~전에 한번 봤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고학년용이었다. 어이없었다. -_-;; 하지만 머 초등학생들의 추리과정을 담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만족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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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 하 - 양장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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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학기 전공 수업 시간에 발표로, 레포트로 중요한 작품이 된 「닥터 지바고」. 발표를 위해 이 작품을 2주에 걸쳐 계속 보게 되었다. 난 먼저 영화를 보고나서 소설을 본 타입이지만...

9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어서 줄거리를 간추려서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보기로 한다.

고아가 된 '지바고'는 외숙의 도움으로 '그로메꼬' 교수의 집에서 자란다. 시인이 되려고 하지만 현실을 알고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한편 '라라'는 모스크바로 와서 순결하고 아름답게 크지만 '꼬마로프스끼'에게 농락을 당한다. 그를 피해 연인 '빠샤'와 결혼하여 유랴찐에 정착한 안찌뽀프 부부. 하지만 빠샤는 가출하고, 라라는 그를 찾기 위해 간호사로서 참전하는데..

지바고 역시 또냐와 결혼하고 군의관으로서 참전한다. 운명적으로 만나는 지바고와 라라. 하지만 사랑을 표출할 수는 없다. 다시 집으로 온 지바고는 어려운 생활 끝에 바리끼노로 향한다. 근처 도서관에서 다시 재회하는 지바고와 라라. 지바고는 그녀와 위험한 사랑을 나누지만 빨치산에 납치되고 만다.

갖은 고생 끝에 탈출하여 다시 라라와 재회하고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을 하는 지바고. 하지만 빠샤가 죽었다는 소식에 라라는 꼬마로프스끼와 함께 떠난다. 혼자 남아 괴로운 생활을 하는 지바고. 몇년 뒤 우연히 라라를 발견하고 쫓아가지만 사망하고 만다..

긴 분량의 내용을 매우 간략하게 옮겨 보았다-_-; 정말 작가는 대단하다. 시대를 반영하여 그 당시를 살아간 인물들을 실감있고 탁월하게 그려낸 것을 보면..

이렇게 영화를 감명 깊게 보고 난 후 소설을 보니 더욱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되었고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보고 대조해보며 볼 수 있었다. 지루한 것 없이 소설 특유의 문체, 섬세함과 정교함 등을 느낄 수 없었고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과 사건들을 접한 것이 큰 수확이었다. 더욱 작품을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지바고와 라라의 인물상, 심리, 인생관 등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바랑둥이같이 묘사된 점과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은 점, 천사 같은 '예브그라프'의 모호한 설정 등은 옥의 티였다. 작가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여하튼 전쟁과 혁명기를 살아간 한 러시아 인텔리겐챠의 사랑과 번민에 관한 이야기, 「닥터 지바고」. 이념도 꺾지 못한 설원의 휴머니즘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러시아 문학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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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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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이라 일컬어지는 작품, 「창가의 토토」를 보게 되었다. 일본인 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쓴 자서전적인 소설이라는 게 구미를 당긴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고 많은 상을 수상했다니, 더욱 놀라운 책이라 여겨진다.

'토토'는 특별한 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다. 너무나 자유로운 마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거리낌없이 하는 아이. 새로 입학한 학교에서도 만물상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항상 창가에 앉아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창가의 토토'이다.

결국 또 다시 퇴학당하고, 고생 끝에 '도모에 학원'에 입학한다. 그 곳은 다른 학교와는 매우 다른 곳이다. 다양한 50명의 아이들이 전부인 이 학교는 교실도 따로 없이 전철의 칸들을 이어놓은 것 같은 곳에서 공부한다. 따로 정해놓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체벌도 없다. 자유와 평등이 우대받는 곳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교장 선생님인 '고바야시 선생님'은 매우 인상적이다. 4시간이 넘도록 토토의 이야기를 친절하고 상냥하게 들어주고,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음식들'을 도시락으로 싸오라고 하며, 특별한 운동회를 개최하고, 딸이 토토의 리본을 부러워하자 리본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정말로 자상하고 친절하고 상냥하며 긍정적이고 훌륭한 선생님인 것이다. 그러한 선생님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니 얼마나 바르고 좋게 잘 자랄까?

토토 또한 그러한 학교에 아주 잘 적응한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선생님의 속을 썩일 말썽도 부리지 않으며 오히려 항상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토토는 밝고 아름다우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 눈을 뜨고 바른 인성을 배워나가며 슬기롭게 자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학교에서는 그렇게도 말썽꾸러기에 엉뚱하던 토토가 이 도모에 학원에서는 많은 것을 느끼며 잘 자라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 들어가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책 속에 고스란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어린 아이가 경험하는 별 볼 일 없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평범하고 똑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 나오는 교육 모습을 보고 한번쯤 생각을 해보고 부러운 마음도 생길 것이다. 과연 어떠한 게 참교육인가라는 생각과 더불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교육은 1945년 전쟁 즈음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현실에는 맞지 않고 그래서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교육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 지금 시대에 책에 나오는 교육들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경쟁 사회, 공부와 성적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그러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정말 참되고 바른 교육의 표본을 보여준 대단한 작품, 「창가의 토토」. 토토는 참 복받은 아이다. 지금은 그러한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교육을 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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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진 로봇친구가 좋다 - 원더랜드 시리즈 1, 로봇공학
이인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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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될, 우리가 나중에 제일 필요하게 될 것을 떠올려보라면 대부분이 ‘로봇’을 떠올릴 것이다. 이제는 책과 영화, 각종 매체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오는 로봇에 대해 연구하는 로봇공학을 다룬 「나는 멋진 로봇친구가 좋다」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상상 속의 로봇, 현대의 로봇, 로봇의 쓰임새, 미래의 로봇 등 총 4부의 구성을 통해 개괄적인 로봇에 대한 설명, 로봇의 역사, 로봇의 발달 과정, 로봇의 작동 원리, 로봇의 쓰임새 및 앞으로의 로봇의 기능과 역할 예측 등 다양한 방면에서 로봇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과학을 다룬 책이기 때문에 얼핏 어렵고 재미없지 않을까 했지만 다양한 인용과 예시, 사진과 도면 그리고 저자의 친절하고 쉬운 설명까지 곁들여져 유익하고 흥미롭게 로봇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을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서 보고자 한다.
 

먼저 그 동안 많은 로봇들이 개발되었고 오늘날에는 매우 다양한 로봇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로봇의 영역을 확대하여 보자면 고대의 기원전에서부터 로봇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고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출현하고 다루어졌으며 ‘인조인간’,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등 여러 형태의 로봇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그 특징과 쓰임새에 따라 수많은 종류로 나눌 수 있으며 계속 새로운 로봇들이 나오고 있음을 책을 통해서 배웠다. ‘로봇’하면 그냥 단순히 ‘터미네이터’나 ‘로보캅’, ‘마징가 Z'를 떠올렸는데 이렇게 다양한 로봇들이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 또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나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로봇공학 3법칙 등 여러 이론을 바탕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여러 기계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고,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의 지대한 노력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그냥 저절로 생기는 물품은 하나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로봇은 정말 섬세하고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로봇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점에 공감이 갔다. 로봇은 현재 산업용, 의학용, 가정용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되고 있다. 로봇이 발달함에 따라 로봇은 우리 인간에게 더욱 도움이 되고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까지 척척 해내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우리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그렇지만 로봇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그 부작용이나 우려되는 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예측이 인상 깊었다. 먼 미래에 로봇이 끝없는 발달을 계속 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려 들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책과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어져서 익숙한 쟁점이다. 나는 그러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로봇이 아무리 발달해도 로봇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인을 배반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 들기 전에 현명한 우리 인간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로봇을 악용하려는 인간을 막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책, 만화, 영화 등에서 로봇을 접한 적은 많지만 아직 실제로 로봇을 본 적은 없다. 실제로 로봇을 보면서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로봇을 보면 더욱 새롭게 로봇이 보일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대학로에 있는 ‘로봇 박물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미래에 내가 이용할 로봇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았다. 미래에 나의 친근한 이웃처럼 다가올 로봇. 내가 피곤하거나 귀찮을 때 나 대신 일을 해 줄 수 있는 로봇,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로봇, 집안일을 척척 해주는 로봇 등과 생활을 하고 싶다. 가끔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나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나를 쏙 닮은 로봇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물론 나에게 거역하지 않고 내 말대로 순종하며 나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고 잘 알아주는 로봇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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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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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본 책 중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는 진석이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게 된 책, 「태백산맥」.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지만 정말 읽는 내내 즐거웠고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으며 생각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정말 최고의 소설로 꼽힐만한, 보물같은 작품이다.

때는 일제의 치하에서 해방된 후 6.25전쟁 발발까지, 전남 벌교에서의 일이다. 무당 '소화'와 빨치산 '정하섭'의 애틋한 사랑에서부터 시작하여 소설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진행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남북 간의 이념 대립이 심화되어 가는 시절, 나라는 어렵고 하지만 여전히 법과 제도는 구식이다. 빨치산들의 세력은 점점 늘어나고, 하지만 부자들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기에 급급하다. 소작인들의 고통은 점점 커져가고 그에 비례해 불만도 증가한다. 해방이 되었어도 기쁘지 않은 그들이다.

민족주의자로서 바르고 합리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시대 상황으로 인해 그것이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는 '김범우'. 지인들 중에는 공산주의자가 된 사람들도 있고, 구시대적인 사고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사람도 있으며, 새로운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는 사람들도 있다. 그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한편 '염상진'과 '정하섭', '안창민'과 '이지숙' 등은 극렬한 공산주의자로 빨치산을 자처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를 비롯한 지주들과 경찰들은 기존 세력 유지에 나서는데..

그러면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들, 실감나는 결투와 전쟁, 눈물겨운 소작인들의 투쟁 등이 장황하게 펼쳐진다. 정말 어느 인물 어느 사건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꿰뚫고 심장 속으로 들어오는 이야기들. 이러한 대하소설이 과연 또 있을까.

「혼불」과 함께 우리나라 20세기 전반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혼불」이 주로 토속적이고 소박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태백산맥」은 정치적이고 투박한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하겠다. 둘 다 우리의 소중하고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알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으뜸의 작품들.

작가의 글솜씨에 대한 칭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명희님 못지 않은 '조정래'님의 글솜씨는 구수한 사투리, 예리한 논쟁, 어렵지 않게 유유히 펼쳐지는 이념 문제에 대한 언급, 탁월한 심리 묘사로 빛을 발하는 것이다. 특히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책보다 최고였다. 내가 마치 그 사람이 된 듯한 기분. 나의 마음을 작가가 꿰뚫어보고 있는듯한 기분. 내가 지향하는 소설쓰기이다.

마치 그 시대의 사회상을 눈앞에서 생생히 보는듯한 시대와 사건 묘사도 일품이었다. 이념 대립, 이익 대립, 투쟁, 결투, 전쟁, 긴장감과 반전, 고통, 고문, 사랑, 의심과 협박, 살인과 희망 등 갖가지 양념이 버무러져 신기에 가까운 작품이 완성된 것 아닐까.

과연 작가는 어떠한 이념, 어떠한 사람을 지지했는가는 독자의 판단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범우'를 모델로 내세우지 않았나 말하기도 하지만. 혹자는 작가가 빨치산들의 이야기를 주로 내세우며 그들의 확고한 이념과 쟁취를 위한 싸움, 그에 따른 고통과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슬픔과 희망을 너무 자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혹시 공산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이러한 역사적 일이 있었고 우리는 결코 이러한 것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일게다. 아직도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지 않은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가 나타나 이념 대립이 심화되고 결국 전쟁까지 일어나게 된 비극적 사건. 한 민족으로서의 뼈아픈 고통과 시련이 눈물겹도록 실감나게 그려진 작품, 바로 「태백산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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