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
권해룡 지음 / 삶과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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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한국어문화교육센터에서 조교를 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KOICA. 아시아 개도국 교수 초청 연수 프로그램을 서포트하면서 KOICA에서 하는 일이 좋아보였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관심은 해외봉사, GSU, ODA Watch 등으로 쭉 이어져 지금까지 내 평생의 꿈으로 남아있네.ㅎ 암튼 이렇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있는 나로서 매우 당연한 책! 「개발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다.

책에는 국제개발협력이란 무엇인지, 한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부터 ODA란 무엇인지, ODA와 관련된 개념들, 논의들, 이슈들은 어떤 것인지 있는지, 그리고 효율적이고 진정한 ODA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한 마디로 개발협력에 관한 개론서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책이 나와서 정말 반갑고 좋았다. 아직 개발협력이나 ODA 등의 국제원조에 생소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처음 접해도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글들이 담겨 있는 게 가장 훌륭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개론서여서 깊은 논의나 쟁점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고찰은 부족하지만,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해온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인듯 싶다.

그리고 나 또한 많이 배웠지 책을 통해서. DAC에 관한 좀 더 상세한 내용부터, 개발전략과 개발재원에 관한 이야기, 다른나라의 개발협력 분야 관련 노력 등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 특히 2001년에 DAC가 '분쟁예방 지침'을 작성했다는 부분은 매우 큰 수확이었다. 분쟁 후 복구시의 지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분쟁 자체를 예방하는 데 ODA가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 예전에 이미 나왔다는 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무엇보다 가장 신선했던 것은 이러한 내용들이 이미 예전에 논의되었던 것들이라는 것이지. 내가 마악 개발협력이라는 것을 알게 될쯤 나온 이 책은 이미 내가 배웠고 배우고 있고 배워야할 것들의 내용을 알맹이만 간추려 압축해놓았다. 그래서 더더욱 쇼킹했다. 나는 최근에서야 이러한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예전에 이미 DAC나 개발협력 분야 종사자들은 이러한 이슈들을 감지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참.. 좋은 일이면서도 아쉬운 일이다. 논의는 일찍 되어서 좋은데, 아직 별로 나아진 게 없고 지금도 끊임없이 논의된다는 게 아쉬운 일.

아무튼 군데군데 담겨 있는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협력이나 ODA에 관심을 가지고 빈곤 없는 세상,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쯤 볼만한 필독서임에는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모두의 힘찬 행동이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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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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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전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두가지. 바로 유가 폭등과 식량위기이다. 전체적으로 원자재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이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어디 하루이틀 문제랴. 예전부터 논의는 계속 되어왔던 것을. 그리고 이렇게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라는 멋진 책도 진작에 나왔었고 말야.

책은 말 그대로 우리가 믿음직한 가설들을 신화로 명명하고, 그러한 신화가 알고보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열두 가지를..ㆀ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이자 이 글의 핵심, 바로 굶주림에 대한 정의와 그 원인이다. 굶주림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완벽히 알기 힘들듯이, 굶주림도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 슬픔, 굴욕, 그리고 공포 이 네가지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정의가 어렵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게다가 더욱 멋진 말은 굶주림의 원인이 민주주의의 부족 때문이라는 말. 즉 사회적 책임의 부족 때문에 불평등,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이것이 굶주림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정말 그 동안 접한 논리 중 가장 명쾌한 논리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신화 하나하나를 비판해나가는 저자.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거짓임은 이미 알고 있고, 자연재해 역시 재해에 대한 취약성 증가가 더 문제임은 자명하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굶주린다는 어불성설도 있고. 제3세계의 인구증가에 관해서는 참 안타깝다.. ㅠ

그 밖에도 서로 간의 상충 면에서 식량과 환경, 정의와 생산, 서로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식량과 자유가 서로 충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한 녹색혁명이나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 소위 경제성장의 주역들이라 불리는 것들도 오히려 굶주림의 확산에 기여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은 굶주림이라는 키워드에 무척이나 다양한 개념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굶주림은 단순히 그 나라의 불행이고 책임이다라는 생각은 무참히 깨진다. 굶주림에는 자유시장 및 자유무역 제도의 문제가 서려 있고, 자유로서의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며, 진정한 경제적 민주주의 달성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협, 공정무역, 농업생태학, 도덕적인 용기 등의 대안도 나온다.

이렇게 굶주림과 관련하여 여러가지가 얽혀 있어서, 더욱 재밌고 좋았던 책이었다. 이제 현재 모습으로서의 FTA를 반대하는 논리로 굶주림을 들 수 있게 되었고, 대외원조가 어떤 이중성을 띠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왜 굶주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지, 더 나아가 지금의 식량위기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식량위기는 비단 남의 나라 문제뿐만은 아니다. 식량자급도가 떨어지고 농산물 가격경쟁력이 낮아도 아무튼 아직 먹고 사는데는 거의 대부분이 별 걱정 없는 우리나라도, 식량위기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까이는 미국 쇠고기 사태부터가 그렇고, 좀 더 나가보면 곡물값 폭등으로 인한 GMO 식품 수입 등이 그렇다. 이 때 우리가 대처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았다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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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의 신비
박영선 지음 / 세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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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聖化). 무언가 굉장히 Holy하면서도 강력한 Force가 느껴지는 단어다. 그러면서도 많은 기독교인이 꿈꾸는 단어겠지. 남포교회의 담임목사인 박영선 목사가 이 단어를 가지고 여러가지를 역설하여 묶은 「성화의 신비」를 보게 되었다. 전혀 뜻밖이었지만, 역시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시나보다.

어찌보면 책은 정말이지 뻔한 말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나님 모습을 그대로 닮아라, 오직 믿음 안에서 살고 성령충만하라, 자기 의를 꺾고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을 살아라.. 휴= 솔직히 알기야 다 알지. 성경에도 무수히 써 있는 말인데. 문제는 현실에서 그러한 것을 실천하기가 무지 어렵다는 게지.

여기에서 이 책은 여타의 신앙서적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여타의 책들이 온통 좋은말 바른말로 도배하고서는 실천은 너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방치한다면, 필자는 '다 안다, 어려운줄, 하지만 어쩌겠느냐,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이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대로의 삶을 살아야 하는것을'이라며 어려움을 쓰다듬어준다. 그냥 쓰다듬어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성경 속 인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게다가 목사 자신의 삶까지 꺼내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렇게 책에는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맛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세나 아브라함, 요셉, 베드로, 바울 등은 그저 위대한 사람이기 이전에 다 고난과 역경을 겪은 자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고 맹세한 뒤에도 시험에 들었다.) 저자 또한 목사이면서도 얼마나 쉽지 않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죄 지을 일에 맞닥뜨리게 되고 짜증과 질투, 분노, 싸움 등과 빈번히 마주치는데,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그저 선하게 편하게 사는 사람은 그야말로 성인 중의 성인인게지.

생각해보면 그러면 사람에게 신앙이나 종교가 뭔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이미 성화가 된 사람인데. 이미 성인인데. 스스로가 하나님의 위치에 올랐는데. 그러니 참, 완벽히 성화되었다라고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인간 세계에는 여전히 종교가 건재하는건지도. 그저 성화의 은혜를 입기 위해 꾸준히 정진할 뿐이다, 죽을때까지.

여튼 뻔한 내용 그저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들 가운데 내가 받은 은혜는 이것이었다.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죄짓고 살고 악에 굴복하기 십상인 인간이기에, 꾸준히 믿고 기도하고 정진하여 나아가라. 그것만이 성화의 신비를 맛보기 위한 길이다'라는 것. 

그래, 나의 길 밝혀 주시는 하나님,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 비록 하루에도 몇번이나 죄짓고 연약하여 굴복하는 못난 저이지만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미쁘게 보일 수 있도록, 그저 끊임없이 저를 훈련시켜 주세요. 저도 하나님 붙들고 그 무슨 일이 있더래도 부단히 나아갈테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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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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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보수'라 불리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 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그리고 2008년 총선. 역시 '보수'라 불리는 한나라당이 과반석을 차지했다. 친박연대·무소속연대·자유선진당까지 합치면 거의 보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 10년만에 이렇게나 뒤집어졌을까.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제일 일반적일 게다.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된 게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 탓만일까. 저자 조국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보 자체의 성찰을 거론한다. 진보라고 여겨졌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중도보수라고까지 분류되는 마당에,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진보는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지를 큰 걸음으로 짚어나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성찰하는 진보」이다. 

앞에서도 거론했듯이 저자는 여러 분야에서 진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고 넘어간다. 정치·경제·사회·인권·평화·법률·교육·여성·민주화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메스 대기는 인상적이다. 때로는 자신이 겪었거나 자신이 몸담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때로는 외국의 모범사례를 소개하여 선택을 제안하면서도, 때로는 우리가 몰랐지만 한번쯤은 궁금했던 것들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정치가 뭔지, 진보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다

특히 노무현과 이명박 두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이나, '신정아에게 감사하라'라는 말, 그리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개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대통령들에게 보낸 두 서신은 지식으로서의 생각과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그 자체가 인상 깊었다. '신정아에게 감사하라'라는 발상은 신정아 사건을 자기성찰 및 사회성찰이라는 측면에서 돌아보게 하여 본인이 오히려 더 감사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역사를 통해서는 오늘날의 민주화운동과 비교도 해보고 민주화를 위한 많은 분들의 피와 땀에 숭고한 마음도 가져보았다.

한편 든 생각은 꼭 보수, 중도, 진보 이렇게 나눌 필요가 있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냥 왠지 그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 하는것 같아 그럴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은 때로는 진보, 때로는 보수인데 이걸 중도라고 해야할지 머라고 해야할지 혼란스러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흠, (난 보수가 머머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진보란 그냥 이전의 낡은 것(시대에 안 맞는 것,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을 개혁하여 서민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진보 보수 중도 이런 단어를 안 쓰거나 이런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또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보수라고 여겨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권력을 움켜쥔 지금, 한국은 하루도 바람잘날 없다. 민영화, 대운하, FTA, 북한과의 문제 등등 셀 수도 없는 여러 문제들이 국민과의 소통은 하지 않은 채 대통령 독단적으로 행해져 많은 소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필연적인 것인 것 같기도 하고, 보수가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며, 그동안 이럴 것이라는 걸 모르고 보수를 선택했던 국민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아직 죽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촛불시위(문화제, 혹은 집회)에 나오는 국민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역시 민주공화국이다, 민주화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진보가 아닌가..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조국 교수,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 참여연대 인턴 하면서 처음 뵈었는데 그때는 그냥 '잘생겼다, 멋지다, 말 잘한다' 이런 느낌이었다. 하긴 그때는 그냥 인권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으로서 초대한 것이니까..ㅎ 근데 참여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시고 폴리페서에 대해 일침을 가하시며 이러한 책까지 내시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이 시대 진정한 지식인이자 진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느낀다. 외면만 멋지신 게 아니라 내면과 행동까지 멋지신 분! =)

여하튼 결론은 그래, 결국 지금 진보는 분명 성찰이 필요하다. 더 이상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는 공허한 구호, 서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제 목소리만 외치는 진보는 외면받아 마땅하다. 비록 어려울지라도, 힘들지라도,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반쯤 빠르게-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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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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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그동안 어떠한 내용의 이야기인지는 몰랐는데..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서 그렇게, 나는 이 책과 마주하게 되었다. =)

스테디셀러라고 해서 이 이야기에 무언가 기발하거나 독특한 내용이 들어있다거나, 놀랄만한 발견을 했다거나, 기막힌 반전이 있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나는 물론 그런 걸 기대 안해서 더욱 잔잔히 다가온걸지도. 아무튼 이야기는 한 마디로, '평범함 속에 특별한 것이' 있었다.

세상 모든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듯이, 그렇게, 작가 '미치 앨봄'과 이야기 속 주인공인 '모리 슈워츠' 교수와의 재회는 우연찮게 이루어졌다. (정말이지 만약에 미치가 우연히 튼 TV 채널에 모리가 나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ㅎ) 물밀듯 밀려오는 어릴 적 기억.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추억과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은사의 존재가 그렇게 작가에게 강렬히 와닿았고, 그래서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하튼, 책에는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이 만나고, 모리의 제안으로 미치가 마지막 논문을 쓰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논문이라 해도 머 화요일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유려하게 묶어내는 것이지만.. 그리고 우리는 논문을 들여다보면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며 때로는 눈물을 훔치고 때로는 가슴 깊이 애잔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 남자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그래서 죽음을 앞두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 삶 속에서 녹아내린 것들을 때론 차분하게, 때론 재치있게, 때론 진지하게 쏟아내는 것이 참 정겹고 인상적이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여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것을 전파하며, 자신이 깨달은 것을 조용히 타이르면서 우리 살아있는 인간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비록 교수이지만 어찌보면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려간 것도 맘에 든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고, 소소한 것 하나에도 기뻐하며, 자신이 가장 후회하는 일을 부끄럽게 말하고, 슬픔 앞에서 거리낌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연약한 한 인간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을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들..

때로는 성경 같고, 때로는 탈무드 같으며, 때로는 러시아 소설의 매력이 느껴지고, 때로는 수필 같으면서도, 때로는 일기였다가, 때로는 그냥 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 같은, 그런 묘한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고 얘기하고, 삶 자체를 소중히 여기도록 해주는 이야기.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 후회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뜻깊은 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서로 사랑하면서, 굳은 신념을 가지고, 현재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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