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2007년 대선. '보수'라 불리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 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그리고 2008년 총선. 역시 '보수'라 불리는 한나라당이 과반석을 차지했다. 친박연대·무소속연대·자유선진당까지 합치면 거의 보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 10년만에 이렇게나 뒤집어졌을까.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제일 일반적일 게다.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된 게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오 탓만일까. 저자 조국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보 자체의 성찰을 거론한다. 진보라고 여겨졌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중도보수라고까지 분류되는 마당에, 과연 이 시대의 진정한 진보는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지를 큰 걸음으로 짚어나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성찰하는 진보」이다. 

앞에서도 거론했듯이 저자는 여러 분야에서 진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고 넘어간다. 정치·경제·사회·인권·평화·법률·교육·여성·민주화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메스 대기는 인상적이다. 때로는 자신이 겪었거나 자신이 몸담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때로는 외국의 모범사례를 소개하여 선택을 제안하면서도, 때로는 우리가 몰랐지만 한번쯤은 궁금했던 것들을 속시원히 긁어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정치가 뭔지, 진보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다

특히 노무현과 이명박 두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이나, '신정아에게 감사하라'라는 말, 그리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개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대통령들에게 보낸 두 서신은 지식으로서의 생각과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그 자체가 인상 깊었다. '신정아에게 감사하라'라는 발상은 신정아 사건을 자기성찰 및 사회성찰이라는 측면에서 돌아보게 하여 본인이 오히려 더 감사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역사를 통해서는 오늘날의 민주화운동과 비교도 해보고 민주화를 위한 많은 분들의 피와 땀에 숭고한 마음도 가져보았다.

한편 든 생각은 꼭 보수, 중도, 진보 이렇게 나눌 필요가 있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그냥 왠지 그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 하는것 같아 그럴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은 때로는 진보, 때로는 보수인데 이걸 중도라고 해야할지 머라고 해야할지 혼란스러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흠, (난 보수가 머머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진보란 그냥 이전의 낡은 것(시대에 안 맞는 것,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을 개혁하여 서민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진보 보수 중도 이런 단어를 안 쓰거나 이런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또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보수라고 여겨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권력을 움켜쥔 지금, 한국은 하루도 바람잘날 없다. 민영화, 대운하, FTA, 북한과의 문제 등등 셀 수도 없는 여러 문제들이 국민과의 소통은 하지 않은 채 대통령 독단적으로 행해져 많은 소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필연적인 것인 것 같기도 하고, 보수가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며, 그동안 이럴 것이라는 걸 모르고 보수를 선택했던 국민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아직 죽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촛불시위(문화제, 혹은 집회)에 나오는 국민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역시 민주공화국이다, 민주화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진보가 아닌가..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조국 교수, 알면 알수록 대단하다. 참여연대 인턴 하면서 처음 뵈었는데 그때는 그냥 '잘생겼다, 멋지다, 말 잘한다' 이런 느낌이었다. 하긴 그때는 그냥 인권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으로서 초대한 것이니까..ㅎ 근데 참여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시고 폴리페서에 대해 일침을 가하시며 이러한 책까지 내시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이 시대 진정한 지식인이자 진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느낀다. 외면만 멋지신 게 아니라 내면과 행동까지 멋지신 분! =)

여하튼 결론은 그래, 결국 지금 진보는 분명 성찰이 필요하다. 더 이상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는 공허한 구호, 서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제 목소리만 외치는 진보는 외면받아 마땅하다. 비록 어려울지라도, 힘들지라도,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반쯤 빠르게-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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