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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평점 :
최근 들어 전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두가지. 바로 유가 폭등과 식량위기이다. 전체적으로 원자재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이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어디 하루이틀 문제랴. 예전부터 논의는 계속 되어왔던 것을. 그리고 이렇게 「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라는 멋진 책도 진작에 나왔었고 말야.
책은 말 그대로 우리가 믿음직한 가설들을 신화로 명명하고, 그러한 신화가 알고보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열두 가지를..ㆀ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이자 이 글의 핵심, 바로 굶주림에 대한 정의와 그 원인이다. 굶주림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완벽히 알기 힘들듯이, 굶주림도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 슬픔, 굴욕, 그리고 공포 이 네가지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정의가 어렵다고 말한다. 동감한다. 게다가 더욱 멋진 말은 굶주림의 원인이 민주주의의 부족 때문이라는 말. 즉 사회적 책임의 부족 때문에 불평등, 빈부격차가 확대되었고 이것이 굶주림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정말 그 동안 접한 논리 중 가장 명쾌한 논리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신화 하나하나를 비판해나가는 저자.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거짓임은 이미 알고 있고, 자연재해 역시 재해에 대한 취약성 증가가 더 문제임은 자명하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굶주린다는 어불성설도 있고. 제3세계의 인구증가에 관해서는 참 안타깝다.. ㅠ
그 밖에도 서로 간의 상충 면에서 식량과 환경, 정의와 생산, 서로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식량과 자유가 서로 충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또한 녹색혁명이나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 소위 경제성장의 주역들이라 불리는 것들도 오히려 굶주림의 확산에 기여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것은 굶주림이라는 키워드에 무척이나 다양한 개념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굶주림은 단순히 그 나라의 불행이고 책임이다라는 생각은 무참히 깨진다. 굶주림에는 자유시장 및 자유무역 제도의 문제가 서려 있고, 자유로서의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며, 진정한 경제적 민주주의 달성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협, 공정무역, 농업생태학, 도덕적인 용기 등의 대안도 나온다.
이렇게 굶주림과 관련하여 여러가지가 얽혀 있어서, 더욱 재밌고 좋았던 책이었다. 이제 현재 모습으로서의 FTA를 반대하는 논리로 굶주림을 들 수 있게 되었고, 대외원조가 어떤 이중성을 띠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왜 굶주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지, 더 나아가 지금의 식량위기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식량위기는 비단 남의 나라 문제뿐만은 아니다. 식량자급도가 떨어지고 농산물 가격경쟁력이 낮아도 아무튼 아직 먹고 사는데는 거의 대부분이 별 걱정 없는 우리나라도, 식량위기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까이는 미국 쇠고기 사태부터가 그렇고, 좀 더 나가보면 곡물값 폭등으로 인한 GMO 식품 수입 등이 그렇다. 이 때 우리가 대처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았다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