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 - 시앙스포 총서 8
마르코 마르티니엘로 지음, 윤진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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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문과인 나, 평소에도 러시아 관련 사회나 문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노문과나 서문과나 암튼 국제어문학부 쪽은 우선 소위 서양이어서 먼저 그 나라의 여러가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제대로 알고 접하는 게 좋기 때문에 나름 괜찮고 타당한 강의라 생각. 이번 학기에 유일한 수업으로 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고, 관심이 높아지는 찰나, 선택 교재로 먼저 택한 것은 바로 이 책, 「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다.

책은 문화의 다양성을 먼저 언급하고 있다. 그런 다음 과연 현대 사회는 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는지, 아니면 문화의 시대인지를 논의한다. 그리고서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다문화주의의 다양한 측면을 거론하며 장·단점을 부각시킨 다음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후.. 솔직히 나쁘지는 않다, 요즘 한창 이슈 사안이고, 앞으로도 점점 주목이 커질 현상인 다문화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자료 자체를 접하는 것은. 하지만 아직 초짜이고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인듯. 번역도 너무 전문적으로 되어 있고.

그나마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는 동화주의vs다원주의. 정말 무엇이 더 나은걸까? 예시로 나온 네덜란드 정책. 네덜란드 정부의 노력에도 소수인종 및 이민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의무적으로 네덜란드어를 배우게 했다는데.. 과연 옳은 것일까? 동화주의는 분명 한쪽이 우월한 입장인 것 같은데. 우월한 쪽이 열등한 쪽을 흡수한다?! 과연 그게 진정한 다문화주의가 될 수 있을까?! 흠...........

또한 현대 사회의 통합과 조화 측면에서 언급된 유럽연합도 그렇다. 정치·경제·사회 등 다방면에서 통합을 추구한다지만, 과연 그게 쉬울까? 아니 그보다 먼저 과연 그렇게 통합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필자가 던지는 화두는 꽤 흥미롭다. 유럽통합의 걸림돌에는 유럽 대륙의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고, 오히려 동질적 유럽을 건설하려는 자체가 몇몇 국가 국민들이 집착하는 정체성과 문화를 위협한다는 발상인 것이다. 생각해볼 문제이다.

아무튼 다문화사회로의 흐름은 이제 당연한 얘기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진정하고 발전 있는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수 있나.. 하는 것이지. 기본적인 이념이나 생각·환경 등이 같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잘만 되면 그야말로 최상의 것이 되지 않을까. 하긴 먼저 제일 필요한 것은 관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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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다나카 유.가시다 히데키.마에키타미야코 지음, 이상술 옮김 / 알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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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하는 oo가지 방법'.. 이란 제목의 책들이 하도 많아서, 이 책을 읽으려했을 때도 약간의 거부감이 든 것은 사실이다.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이라.. 또 현실감 없고 다분히 이상적인 얘기만 늘어놓겠지? 그 동안 배우고 들었던 것들이겠지? 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하지만 작품은 그러한 나의 오만을 산산히 부순다.

일본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정확히) 종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쓴 책 치고는, 정말 놀랍고 또 흥미롭다. 보통 빈곤 퇴치나 국제개발 관련 책은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용어나 사례, 통계와 대응방안 등이 나오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거 잘 모르고 그냥 빈곤을 퇴치하고 싶은 마음이 어렴풋이 있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을만큼 어렵지 않고 간단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쓰여진 것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첫번째 마력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아도 정말 어렵다거나 할 수 없다거나 해봤자거나 하는 생각이 안 들게끔 한다. 초등학생들이 빈곤한 나라 아이들의 실상을 보고 자신들도 돕고 싶다고 하는 것, 공정무역의 바람이 스위스같은 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에도 정착되고 있다는 것, 개발원조의 양날의 칼 같은 면이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풍부한 사례로 친절히 설명한 것 등, 이 책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이것으로 작품 두번째 마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정말 모든 역량이나 변화의 힘은 인간 개개인으로부터 나온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기금을 모아 후원하는 것도, 물질을 아껴쓰는 것도, 착한 거래 착한 상품을 접하는 것 등도 모두가 다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ㅡ 특히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 인간은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자신의 삶의 주체자, 경제에서의 소비자이므로 근원적인 힘은 우리로부터 나와야 한다. 빈곤 퇴치 30 ways 또한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함을 가리킨다. 

특히 각 글 속에 나오는 풍부한 사례들은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여러 나라들이 나오고, 각 나라들에 대한 최악의 실정이 소개된다. 이름만 들어봤지 가볼 꿈도 못 꾼 나라들이 꽤 많다. 아프리카에서 구호물품이 생계수단이 돼 원래 상인들을 위협한다는 내용 등은 신선한 충격이다. 대부분 아시아나 아프리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해외 경험을 국내에서 또는 현장에서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하는 것일게다. 이러한 고민과 성찰을 던져주는 것도 이 책만의 마력이다-

자, 그럼 이제 나온대로 30가지 방법을 숙지하며 지켜볼까나? =)

 
'내가 하는 일은 넓은 바다에 떨어지는 물 한방울 정도 밖에 되지 않을지 몰라도 물 한방울조차 없는 것보다 낫다' by 마더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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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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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 뭇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시를 많이 쓴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나는, 물론 그의 시가 흥미롭고 유명하지만 그게 다인 것만 같아 그의 작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워낙 시집 자체에는 별 흥미없기도 하고. 그랬는데, 헌 책을 파는 가판대에서 유독 눈에 띤 한 책, 바로 「지구별 여행자」. 한 친구의 싸이 사진첩 폴더 제목에서 본 기억을 붙잡아 대뜸 집어들었다.

그리고 난 발견했다, 시인의 감각적인 시들의 뿌리를-

글은 필자가 인도여행(수행, 혹은 순례)을 수차례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발견하고, 깨달은 것들을 담대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그래서 우선 읽기 쉽고, 부담이 없다. 저자 특유의 문체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그의 표현, 그가 말하려는 것들은 겉으로 빙빙 돌지 않고 약간의 여운과 함께 확연히 다가오는 것이다. 확연해서 마음에 든다. 

게다가 그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나라.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면이 묻어나면서도 거짓 또한 판치는 나라. 세상에서 말도 안되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부던히 일어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이렇게 모순ㅡ 이러한 시각 또한 단순히 나 자신의 편협한 시각이지만ㅡ 으로 가득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사는 모습들을 들춰보자면, 때론 (재밌고도 씁쓸한) 웃음이, 때론 엉뚱한 생각이, 때론 경이로운 존경심이 든다.

그래서 과연 정말 인도라는 나라가 그런 나라일까? 라는 호기심과 함께 동경도 조금 일면서, 무지무지 가고 싶게 된다. 이 책 보고나서 인도로 무작정 여행 떠났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그 심경 알겠다. 나도 솔직히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온 몸으로 체험하고 싶으며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솔직히 두렵긴하다. 

왜냐면 인도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정말 최고로 좋았다는 사람과, 심지어는 세상 끝의 살아있는 지옥을 봤다는 사람까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래서 마음은 있는데 몸이 안 움직일듯. 결국 지금은 내 인생의 막바지에 무언가를 얻고자 가고 싶은 마음. 암튼 언젠가는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 없을 거라는 것! ㅋㅋ

류시화 시인의 재발견도 참 크고. 그냥 사람들 감성 자극 선수인줄만 알았던 그가, 사실은 그 많은 경험과 끊임없는 명상을 통해 우러나온 진실된 마음에서 끄적거린 글임을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으로 존경스럽고 내심 부럽다.

그래, 우리 모두는 단지 지구라는 별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지구별. 여행자의 심정으로,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또 낮은 자세로 배우며 살자꾸나! 브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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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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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히말라야산맥 근처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한, 아니, 평생 한번이라도 들어보기 힘든 이 지역에 금발의 푸른 눈을 한 서양 여성이 들어갔다. 물론 처음에는 안 어울리겠다. 하지만 성실함과 끈질김, 그리고 진정성이 라다크와 하나되게 만들었고, 그녀 또한 라다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단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가 풀어쓴 글이 바로 「오래된 미래」다.

미래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 제목부터가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제목에 작가가 얘기하고픈 모든 것이 담겨있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것만을 좇기보다 오래된 것을 돌아볼 줄 아는 자기성찰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실제로 보았고, 체험했으며, 느꼈다. 라다크에서 지낸 오랜 기간 동안, 그녀가 본 것은 변화의 물결이었고, 불행의 시작이었으며, 고통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부족함이 없이 충만한 마음으로 살던 라다크 사람들. 하지만 개발의 논리에 힘 없는 그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정한 행복 역시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돈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욱 자본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옛 것은 낡은 것이자 안 좋은 것이 되며, 더 새롭고 편리하고 비싼 것만을 추구하게 된 마을의 변화를 호지는 날카롭게 꼬집는다.

여기에서 그 동안 우리가 인식했던 '개발'에 대한 생각은 무참히 깨진다. 개발이란 곧 경제 성장이며 진보고, 그래서 개발은 우리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충족시켜줄 뿐이다.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소소한 행복은 사라지며, 고유의 전통 등의 가치는 무시되는 사회로 되버리는 게 개발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은가.

개발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개발은 과연 누가 시작한 개발이었고,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나. 분명히 서구식 개발이었고, 가진 자를 위한 개발이었다. 현지의 문화나 전통은 깡그리 도외시한 채 일반적인 개념을 들이대어 그러한 것들을 마구 파헤치고, 더 높고 더 많이 더 값진 것만을 추구하는 사회 앞에 옛 것을 중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집쟁이가 될수 밖에 없게 된다. 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진정한 개발'이란 과연 무엇일까?!

책은 이렇게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위대한 매력이 아닐까. 물론 답은 자신이 찾는 거고, 그 찾은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개발을 위해 평생을 일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은 필요하지 않을까.

작품을 보면서 제일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현지의 관점, 고유의 전통의 가치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특히 교육에 대한 언급에서는 신선한 충격까지 받았다. 보통 개발에서 말하는, 꼭 필요하고 좋은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진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러한 교육 또한 서구의 논리로 무장한 교육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교육이 사람들 마음에 허영심과 탐욕을 불어넣고 결국 전통 가치 파괴로 이어진다는 경고는, 앞으로 교육 분야로 나가고 싶은 나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여하튼, 책을 다 읽고나서 내가 다짐한 진정한 개발은 바로 이것이다. 

'그 지역의 전통 가치를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다리를 같이 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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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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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하게 추천받은 책. 그래서 더 선물 같았던, 내가 추구하는 글 스타일을 너무나 완벽히 박아놔서, 더욱 놀라웠던 소설. 한때 신들리듯 쓰던 글과 흡사한 나머지 추억을 떠올리게 한 글. 하나둘 툭툭 잽으로 스며들어오더니 후에는 K.O.로 나를 쓰러뜨린, 그런 작품이 바로 「완득이」다.

'도완득'. 책 제목이자 이제 고 1인 주인공 소년 이름이다. 얼핏 보기에는 양아치 같지만, 그렇다고 뺀질뺀질 까지지는 않았다. 다만 남들과 안 어울리고, 누가(특히 '혁주'가) 건들면 반응해줄 뿐이다. 그렇다고 공부는 재미없고. 이렇게 눈에 안 띠는 인생에 '똥주' 선생이 개입하면서 완득은 인생에 마가 낀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ㅁ;

책은 이렇듯 완득이 자신의 목소리로 독자를 휘감아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똥주를 향한 자신의 생각, 아버지와 삼촌에 대한 자신의 마음, '정윤하'와의 관계에 대한 알 수 없는 자신의 느낌, 어머니라는 존재와 마주했을 때의 자신의 태도,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진정 해보고 싶은 것에 모든 걸 쏟아붓는 자신의 열정을 특유의 껄렁하고 시크하지만 솔직해서 밉지 않은 필체로 엮어나가는 것이다. 짜식, 귀엽고 멋지다. 

아- 이런 작품이 있었다니. 새삼 기뻤다. 내가 원하던 그런 글, 내가 추구하던 그런 문체가 살아 움직이니 참으로 무언가 이젠 됐다..는 기분이었다. '글이 살아있다'라는 느낌까지 받았다. 글로 쓰여있지만 옆에서 말해주는 기분. 완득이라는 녀석의 일기장 훔쳐보는 기분. 그래서 더욱 빨리 읽히고 쉽게 다가오며 그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중한 작품-

이리도 상큼발랄한 이 책이 뭇 귀여니 소설과 또 다른 점은, 민감한 부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에 녹여내어 더 가슴절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키 작은 아버지, 말 더듬는 삼촌. 그래서 카바레에서 돈 벌기를 전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상처받고 집 나가버린 베트남 어머니. 이런 가족 밑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완득이까지.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함께 보듬고 살아가며 결국은 평범하게 되는 모습이 참 정감 깊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슬프거나 가슴 아프게 그리기보다 덤덤하게 얘기하는 게 더 좋았다. 생각해보면 평생 슬퍼하거나 좌절하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가족이 장애인이어도 밥 먹고 돈 버는 삶은 똑같고, 어머니가 외국인이어도 암튼 아들 사랑하는 건 똑같으며, 이상한 선생에 요상한 여친도 있는데. 게다가 이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도 생겼으니- 이거야말로 괜찮은 인생 아닌가. 그런 마음, 그런 느낌이 더 좋아서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이야기들이 파고 들었다. 

앞으로의 완득이네의 삶을 떠올려본다. 완득이는 계속 킥복싱에 매달리겠지. T.K.O. 안 당하려고. 윤하는 좋은 대학 가면 완득이 차버릴수도?! 머 그것도 사랑을 통해 배우는 거니까. 아버지랑 삼촌은 잘할 수 있는 일을 살려서 기분 좋게 열심히 댄스교습소에 매진할테고. 똥주는..머야? 정체가? 완득이랑 먼 관계야? ㅋㅋ

아무튼, 완득이네의 인생에 건투를 빈다.

삶은 어쨌든 계속 되고, 우리는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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