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라다크. 히말라야산맥 근처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평생 한번 가볼까 말까 한, 아니, 평생 한번이라도 들어보기 힘든 이 지역에 금발의 푸른 눈을 한 서양 여성이 들어갔다. 물론 처음에는 안 어울리겠다. 하지만 성실함과 끈질김, 그리고 진정성이 라다크와 하나되게 만들었고, 그녀 또한 라다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단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가 풀어쓴 글이 바로 「오래된 미래」다.

미래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 제목부터가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제목에 작가가 얘기하고픈 모든 것이 담겨있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것만을 좇기보다 오래된 것을 돌아볼 줄 아는 자기성찰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실제로 보았고, 체험했으며, 느꼈다. 라다크에서 지낸 오랜 기간 동안, 그녀가 본 것은 변화의 물결이었고, 불행의 시작이었으며, 고통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고유의 전통을 지키며 부족함이 없이 충만한 마음으로 살던 라다크 사람들. 하지만 개발의 논리에 힘 없는 그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정한 행복 역시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돈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욱 자본주의의 함정에 빠지고, 옛 것은 낡은 것이자 안 좋은 것이 되며, 더 새롭고 편리하고 비싼 것만을 추구하게 된 마을의 변화를 호지는 날카롭게 꼬집는다.

여기에서 그 동안 우리가 인식했던 '개발'에 대한 생각은 무참히 깨진다. 개발이란 곧 경제 성장이며 진보고, 그래서 개발은 우리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충족시켜줄 뿐이다. 마음의 여유는 없어지고, 소소한 행복은 사라지며, 고유의 전통 등의 가치는 무시되는 사회로 되버리는 게 개발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은가.

개발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개발은 과연 누가 시작한 개발이었고,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나. 분명히 서구식 개발이었고, 가진 자를 위한 개발이었다. 현지의 문화나 전통은 깡그리 도외시한 채 일반적인 개념을 들이대어 그러한 것들을 마구 파헤치고, 더 높고 더 많이 더 값진 것만을 추구하는 사회 앞에 옛 것을 중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집쟁이가 될수 밖에 없게 된다. 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진정한 개발'이란 과연 무엇일까?!

책은 이렇게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건넨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위대한 매력이 아닐까. 물론 답은 자신이 찾는 거고, 그 찾은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말도 안된다며 코웃음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개발을 위해 평생을 일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은 필요하지 않을까.

작품을 보면서 제일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현지의 관점, 고유의 전통의 가치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특히 교육에 대한 언급에서는 신선한 충격까지 받았다. 보통 개발에서 말하는, 꼭 필요하고 좋은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진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러한 교육 또한 서구의 논리로 무장한 교육이었다. 오히려 그러한 교육이 사람들 마음에 허영심과 탐욕을 불어넣고 결국 전통 가치 파괴로 이어진다는 경고는, 앞으로 교육 분야로 나가고 싶은 나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여하튼, 책을 다 읽고나서 내가 다짐한 진정한 개발은 바로 이것이다. 

'그 지역의 전통 가치를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다리를 같이 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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