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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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안겨준 선물- 오랜만에 접해보는 프랑스문학-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사회, 그 감각을 초현실적으로 잘 캐취해낸 작품- 세련되고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글- 떠오르는 프랑스작가 '기욤 뮈소'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이다-

자, 사는 동안 인생을 딱 세번 살 수 있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실수를 만회하여 더 잘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도 살아도 결국에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일까.

여기, 정말로 인생을 세 번 산 이가 있다. 행운의 사나이는 바로 '에단'이라는 사내. 평범한 삶을 살던 - 평범하면서도 결혼을 앞둔 애인 그리고 평생 친구가 곁에 있어 행복에 겨워할만한 삶을 산 - 그의 자신을 위한 순간의 선택은 값비쌌다. 비록 그는 목표한 바를 이루었지만, 그가 놓친 가장 중요한 한가지, 바로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 15년을 매달렸는데, 성공을 만끽하는 순간 재앙이 순식간에 다가오고, 그 운명 끝에는 비참한 죽음만이 남아있다면, 그 얼마나 슬프고 허무할까. 주인공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다. 비록 자신은 대외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의 내면은, 그리고 그와 관계맺은 주변 사람들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과연 그럴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성공을 포기하고 주변 사람을 돌볼 것인가, 아니면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일을 할 것인가? 과연 사람은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사는 동안 인생을 딱 세번 살 수 있다면, 인간은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여 더 잘 살 수 있게 될까?

이렇게 끊임없이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한번쯤 자기 인생을 돌이켜보게끔 만드는 재주야말로 이 책의 진짜 매력이 아닌가 싶다. 3부로 나뉘어진 챕터는 말 그대로 도망치기-맞서 싸우기-이해하기를 통해 같은 시간 같은 인생을 세 번 사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챕터 제목만 보고도 행복한 삶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미련한 동물이라, 모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알면서도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더 행복해질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면 상처주고 상처받을 일이 없을 걸 알면서도 막상 말이나 행동은 반대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평생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 아닐는지. 어쩌면 인간은 (실수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복받은거다 정말, 에단은! 세 번 사는 동안 결국 진짜 삶, 진짜 행복을 알게 되고 후회없는 인생을 살게 되니까. 

요즘 들어서 자꾸 보이는 예술의 결말은, 진리는, 하나같이 '사랑'인 것 같다. 돈도 이기는 사랑.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랑. 사랑은 그렇게 위대하다.

+ 오랜만에 좋은 소설 접하게 해준 어떤 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더욱 '기욤 뮈소'의 작품에 주목하고 싶다. 각박하고 메마른 현대사회에서 정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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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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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발을 딛고 숨쉬며 살아가는 곳, 바로 지구다. 만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아름다운 행성. 그러나 날이 갈수록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고,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시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발벗고 '세상을 치료하자'고 나선 책, 바로 「HEAL The WORLD」이다. 

책은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각각 소개하고 있다. 여러가지 중에서 몇가지는 이미 접해본 적이 있어 친숙한 것들이고, 또 어떤 것들은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것들이었다.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솔직히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채식주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 취지에 공감해 조금이라도 시도해보려는 사람 또한 별로 없어보인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서 미래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뉴스에서 마구 떠들지만, 그것을 심각히 받아들여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솔직히 책에서 권장하는 것들도 지극히 쉽고 생활 속에서 금방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샤워 시간 줄이기, 샴푸 덜 쓰기, 기부하기, 대중교통 사용하기 등.. 이것이 어렵다고, 또는 귀찮다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는 평생 무료로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지구의 파괴에 대해, 운이 나빠 혜택을 덜 받아서 앓고 있는 전세계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지- 

비단 내가 조금 더 관심이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사람들과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한 지구인으로서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이든 불가능은 없다. 태안의 기적이 그렇고, 르완다에서 폴이 해낸 기적이 그렇다.

이제부터라도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자. 그리고 조금의 관심에서부터 출발하여, 이 책을 손에 들고 현실을 느끼자. 절대 어렵지 않은, 지구 행복 프로젝트 초심자를 위한 작품, 「HEAL The WORLD」  .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될때, 바로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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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코담뱃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8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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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작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존 딕슨 카'. 그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황제의 코담뱃갑」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서 주인공이 황제라느니, 배경이 궁전이라느니 생각해서는 오산. 다만 '황제의 코담뱃갑'이라는 물건이 사건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들어만 봐도 얼마나 비싼 것이겠어! 이 비싼 물건을 둘러싸고 살인이 벌어져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브 닐'이 전남편 '네드 아투드'와 다투고 있는 동안, 이브의 약혼자 '토비 로즈'의 부친인 '모리스 로즈'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황제의 코담뱃갑'의 진귀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데 막상 이 물건은 범인이 가져가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일까?!

그때부터 수면으로 부상하는 용의자와 동기들. 그 중에서도 이브가 제일 주목을 받는다. 모리스의 살해를 목격했고, 그녀를 봤다는 하녀들이 많으며, 심지어 그녀의 옷에 피가 묻은 것을 보았다는 증거까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전날 밤에 네드와 같이 있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는 이브는 어쩔줄 몰라 한다. 그렇다고 네드와 같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한편 각 인물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다모트' 박사는 점점 사건의 진실에 근접해가는데- 과연 범인은 진실로 이브인 것일까? 아니면 로즈네 가족 중 한명인 것일까?

호- 이번 사건은 운명적인 만남과 엄청난 우연, 그리고 급조되었음에도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 만나 도저히 밝혀내기 힘든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 그가 범인이 될 수 있는가, 왜 그는 살해했을까. 아..! 사건의 진실은 어디에?!

'존 딕슨 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고, 그의 작품 중 최고라 하길래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모양이다.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고, 이미 일본식 정통 추리소설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무미건조한 전개가 참 참기 버거웠다. 무엇보다 우연이 겹쳐 일어났다는 데에서 흥미가 쫌;

게다가 여타 다른 탐정 소설과는 달리 존 딕슨 카의 소설에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탐정이 없어서 아쉽네. 그 작가 하면 딱 떠오르는 그 탐정이 있다. '엘러리 퀸'하면 '드루리 레인', '아가사 크리스티'하면 '에르큘 포와로', '코난 도일'하면 '셜록 홈즈' 등 참 많은데, 존 딕슨 카는 없다니 아쉽네그려..

그렇다고 놀라운 반전이나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출연한 것도 아니다. 추리소설을 하도 많이봐서 살인에 대해 익숙해진 본인으로서는 별 감흥 없을만하지;;;;;;;;;;;;;;;;;;

머, 결국, 그의 작품을 접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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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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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내내 철없이 소리지르고 돌아댕기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지내다, 28년째에 사회생활이란 걸 하게 되었다. 이게 왠걸,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또 항상 함께 해야 하는 게 익숙치 않았다. 마음은 조급했고,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쉽게 지쳤다. 휴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꿀맛 같은 설 연휴에 읽은, 지금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 바로 「30년만의 휴식」이었다.

책은 정말이지 마치 지금의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은'이라는 부제의 의미를 책을 덮은 후에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는지, 내 안에 자라던 어린아이는 어땠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며 읽다보니 어느새 하루만에 다 읽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해주는 이야기는 정통 이론이 풍부한 경험과 접목하여 은은하면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얼핏 평소에 알고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저자가 글로써 썰을 풀어내는 것을 보면 '아, 이거였구나! 나는 그때 그랬지..'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글을 통해 자연적으로 정신이 치유되는 것이다.

또한 그가 사례로 언급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보면, '누구나 다 고민은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진리 같다. 자신만 고통이 있는 게 아니다. 그 고통을 누군가는 발전적으로 풀어내고,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표출한다. 그래서 전자는 마음의 평안을 얻고, 후자는 더 괴로워하게 된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롭게 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면, 스스로가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 또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조급한 아이와 의존적인 아이가 조금은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진정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어릴적 경험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벽으로 쌓여 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인간의 어릴적 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부모다. 사랑과 신뢰를 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건강한 내면을 갖고 자라지만, 부모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부모 성격대로 성장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에 남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일수록 더욱 신중히, 소중히 키워야겠다. 

그래, 내 자신, 특히 나의 내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며, 평안과 자유를 찾고 더욱 강해지자. 어떠한 문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 탓을 하기 이전에 내 자신의 내면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자.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라는 말,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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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Mr. Know 세계문학 44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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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명작', '수작', 또는 '최고봉'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고유의 장르에서 최고라고 칭해지는 작품은 그 가치를 더한다. 탐정 소설에도 세세하게 놓고 보면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그 중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장르의 으뜸이라 칭송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다.

모든 탐정 소설이 그렇듯, 그의 작품에서도 범상치 않은 탐정이 나온다.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순발력과 대범함 그리고 열의로 똘똘 뭉친 탐정 '샘 스페이드'다. 조수 '에피 페린', 그리고 동료 '마일스 아처'와 함께 일하는 그에게 어느날 '원덜리'라는 여인이 찾아와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그래서 마일스가 몰래 미행하기로 했는데, 그날 밤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마일스가 살해된 것이다! 게다가 원덜리가 동생과 같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 '서스비' 또한 살해당했다. 과연 두 사람을 죽인 인물은 누구일까? 이런 가운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새로운 의뢰인 '조엘 카이로'가 찾아와 조그만 새의 조각상을 찾아달라며 샘을 위협한 것이다. 그러나 샘이 누구던가, 천하의 콧대높은 탐정 아닌가! 결국 카이로를 잘 구슬려 원덜리의 정체도 알아내고 새 조각상 찾기에도 나서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결국 쫓고 이어져 다다르게 된 인물, '거트먼'. 그는 바로 17년 동안 그 새 조각상을 찾아다닌 인물이었다. 그렇다. 새 조각상이야말로 제목 그대로 '몰타의 매'였던 것이다. 과연 그 새가 뭐 그리 대단하길래 추적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과연 새 조각상은 어디에, 혹은 누구에게 있을까? 누가 새 조각상을 손에 넣을 것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일스와 서스비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하나의 사건으로 출발하여 점점 더 놀라운 사건으로 발전하는 것이나, 마치 돋보기로 뚫어지게 보듯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섬세히 묘사하는 것은 은근 독특하다. 이런 게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만의 모습 아닌가 싶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러한 점이 과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가, 아니면 거부감을 일으키고 따분하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었다. 내가 탐정 소설을 깊이 사랑하게 된 게 <소년탐정 김전일> 때문이었고, 그 이후 - 사건이 벌어지고 독자들에게 사건을 풀 힌트를 던져주며 탐정은 기막힌 두뇌와 감각적인 관찰력 등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은 의외의 인물인데다가 범인의 사연 또한 기구한 형태의 이야기를 접한 후 - 나에게 '탐정 소설은 이래야 재밌다'는 인식이 박힌 게 사실이다. 거기에 반전이나 로맨스 요소 같은 게 있으면 금상첨화지.

그래서 「장미의 이름」을 보며 의아했었고, 「벤슨 살인사건」을 보고서는 실망했었다. 그 느낌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초반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 의지는 강한데 스스로 사건에 깊이 관여하려고 하지는 않아보이는 거만한 탐정의 모습, 다시 이어지는 또 다른 사건의 매력 반감, 그대로 드러나버리는 범인과 사건의 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자에게 사건을 풀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전혀 던져주지 않는 무미건조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수긍하게끔 만든다. '와우, 그랬어?'라는 감탄은 끝내 나오기 힘든 것이다.

머, 각자 나름대로 취향이 있듯 탐정 소설(혹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세부 장르가 따로 있을 게다. 그냥 나에게는 그랬다는 것이고.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련다. 그나저나 샘 스페이드, 참 샘나면서도 약간 띠껍네. 외모를 이용해 여자들을 유인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도 도박을 거는 무모함까지- 나는 이런 완벽하고 운 좋은 탐정보다는 약간 허술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탐정이 더 좋은데. ^^;

아무튼 '최고의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라는 평가에 조금의 기대와 약간의 불안을 안고 독파한 작품인데, 역시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적중한 건 아닌가 싶다. 우연히 죽을뻔한 일을 겪고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플릿크래프트' 이야기를 유려하게 할 줄 아는 샘 스페이드여, 당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짧은 인생에 그렇게 자신의 두뇌와 외모 그리고 무모한 용기만 믿지 말고 좀 더 사건을 부드럽고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해보지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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