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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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죽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내 마음 의지할 수 있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됐을 때,

그냥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좋은 친구를 주셨고, 삶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셨고,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다.

나락의 끝에서 건져올려진 내 삶은, 이제 삶 그 자체로 축복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삶이 의미 없어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무런 의지 없이 모든걸 포기하는 사람들을-

 

하지만, 어디 삶이 모두 한결 같으랴.

과거 나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 마지막을 꿈꾸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런 생각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기본적인 욕구 하나 해결하기 힘들어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이도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상실감이 너무 커 인생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 이도 있을 것이고.

 

셔터 아일랜드 속 이들도 그랬다.

각자의 이유로,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없애고, 자신의 삶 또한 '병자'로서 의미를 잃게 된 이들의 섬.

그 섬에 사는 이들과 주인공의 눈에 비친 불안함이 아른거림과 동시에, 진정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의미있게 살다 죽으면 그만이다.

그러기에 내 자신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해야겠지.

 

나는 괴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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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 Mil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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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밀크는 분명 매력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저렇게 멋진 애인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하며, 추진력이 왕성하다. 말도 잘하고, 사람을 잘 감화시킨다. 도 크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기가 참으로 어려워보인다. 왜? 

일반 사람들의 인정(혹은 이해)을 받기가 쉽지 않은 동성애자에게, 그 누구보다 사람들의 지지로 먹고 사는 의원 자리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나 게이인거 인정해달라'를 한차원 넘어선다. 그렇지만 정말 간절하니까, 몇몇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인과의 헤어짐을 뒤로 하고, 꿈을 향해 나아갔겠지.

그가 원한 건 오직 하나였다. 사회 속 약자(소수자)들이 좀 더 행복하고 편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다운 꿈인가. 이 의지가, 이 열정이, 단지 이를 주장하는 한 개인의 취향 때문에 비난받는다면 참 잔인하지 않은가?!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무릇 기독교인들은 쌍수에 칼을 들고 동성애를 경멸한다. 동성 간의 사랑을 죄악시하며, 신의 의지를 벗어난 그릇된 것이라며 매몰차게 몰아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몰지각하고 율법적인 해석에서 비롯된 잣대를 신의 이름으로 들이댄다면, 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신이라면 '내가 게이로 사는 것도 신의 의지'라며 다른 신을 찾아나서는 게 자연스러울게다. 

각설하고, 한 사람의 용기가 많은 이를 뜨겁게 살게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모든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이기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틀리지 않은 다른 존재이기에, 오늘도 행복을 좇아 살아가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을 지지한다.

외치는 그 목소리가 오직 단순하고도 명확하기에-

GAY RIGHTS N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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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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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다.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세계의 추악한 욕망과 더러운 내면이 가감없이 드러난 모습을 마주하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하지만,

달걀을 세우기 위한 생각을 먼저 실천했던 콜럼버스의 이름이 길이 남듯,

그렇게 코엔 형제는 깊숙한 세계를 들춰냈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그것이 비록 가식적일지라도) 뜨거운 박수와 걸맞는 대우가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

 

작품 속 노인 따위는 더이상 주연이 아니다. 그저 저 옛날 멋진 말을 타고 긴머리를 휘날리며 쌔끈한 총을 휘갈기던 보안관은 이제 없다. 세상의 풍파를 다 겪은 듯한 늙은 보안관이 할 수 있는 것은 '내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주겠다'는 말뿐이다. 얼마 남지 않은 목숨에, 그래도 그 목숨을 걸고, 마치 내일이 이생에 마지막이듯이,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가는 노인. 어쩌면 당연히도 마음이 실현되지 못하여 그저 안쓰럽다.

 

세상은 '안톤 쉬거' 같은 사람이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태어나면 언젠간 죽어야 하고, 살 가치가 없으면 또한 죽어야 하고, 삶의 반대는 그저 죽음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신념으로 무장한 쉬거 앞에 고상한 변명이나 평화로운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감성보다, 냉철한 이성보다 더 무서운게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다. 

 

노인은 ㅡ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은 ㅡ 쉬거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쉬거의 결단으로 죽임을 당하든, 언젠가 어떠한 일로 세상을 떠나든, 결과는 죽음이다. 그 죽음을 조금 더 앞당겨주는 쉬거 앞에서 우리는 쩔쩔맨다. 그래서 쉬거 같은 사람이 판치는 이 세상에 노인이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다만, 쉬거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렇게 사람을 다 죽이고 혼자 남으면 뭐 할래? 라는 것..

심판자의 역할이 끝나면,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역시 노인처럼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인데.

과연 그도 죽음을 택할까? 흠..

 

그래도 쉬거, 살자. 살아보자.

너와 똑같이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 숨쉬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 자체로 존엄하다.

너 또한 살아있으니 살인을 할수도 있고 죽지 않을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모범시민』의 '클라이드'에게도 물었던 질문이지만,

"그래서 행복하니?"


P.S.) 난해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안타까워 -1점

P.S.) 하비에르 바르뎀 아닌 안톤 쉬거는 상상할 수 없음. 그 거친 목소리, 그 독특한 단발머리, 그 꿋꿋한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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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1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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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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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하냐구? 글쎄.. 사랑하는데 이유가 있나? 친한 친구랑 얘기하다 가끔 '우리가 언제부터 친해졌지?'하고 물으면 기억조차 나지 않은 것처럼, 사랑도 왜 사랑하게 되는지 모르게 그냥 무작정 마음가는 게 사랑 아닌가? 그런데 이런 정답도 보이지 않고 곰곰히 생각해보지도 않았으며 머리만 아플것 같은 질문이 들게끔 저자는 어찌하여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줄줄 풀어놓았을까?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한 우리의 주인공, 삶 자체가 사랑이 될 정도로 열렬했고 뜨거웠구나!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All-In했는데, 그게 과거가 되었으니, Nothing - 혹은 잉여가 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가벼운 연애 얘기와 무거운 철학 소재를 적절히 버무리는 능력으로 저자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 등을 흘린다. 그 흘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고스란이 독자의 몫.

 

1. 어차피 내 모든 것을 바쳐도 나중에는 허무하게 끝날 사랑이라면, 그래서 그 상처가 나를 죽음으로 내몬다면, 차라리 그런 사랑 안할래.

 
2. 나에게 중요한건 '현재'야. 나중에 그사람과 내가 어떻게 되든, 내가 그사람 없으면 안된다는게, 못산다는게, 행복하지 않다는게 핵심이고, 그래서 나는 후회없이 사랑할거야. 미래야 어찌됐든 또한 온전히 내가 감당할 몫이고. 
 

3. 영원한 사랑? 흥. 그딴게 어딨어? 세상에 영원한거 봤니? 영원한건 '진리'라고 부르는거지. 사랑을 진리라고 말하는 사람 못봤다. 모든건 한순간이야. 그때그때 너의 감정에 충실해, 대신 다 주지는 말고. 너만 손해거든. 



사랑 후의 찢어지는 고통을 잘 아는 이는 1번을 택할 것이고, 아직 All-In해보지 못하거나 그 감정을 중요시하는 이는 2번을, 사랑에 질리거나 자기애가 무척 강한 이는 3번을 고르겠지. 

나는 2번이라 본다. 주인공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나만의 삶이 아닌 다른 이와 평생 함께 하는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 사람의 모든게 나를 뜨겁게 하고, 지극히 사소한 것 하나도 마음을 저리게 하며, 별다른거 없어도 행복해 미치는, 그런거. 그런거 있는 삶이야말로 천국 그 자체지, 별거 있나?

흠흠..그나저나, 사랑에 All-In하기 전 내 모습을 돌아볼 시간도 주어져 참 고맙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거나, 내가 사랑받는 것은 내 영혼 깊은 곳의 내 자신 때문이라는거나,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절대 사랑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거..흠흠

사랑에 진리는 없지만 내가 내 사랑을 통해 나만의 진리를 만들 수는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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