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너를 사랑하냐구? 글쎄.. 사랑하는데 이유가 있나? 친한 친구랑 얘기하다 가끔 '우리가 언제부터 친해졌지?'하고 물으면 기억조차 나지 않은 것처럼, 사랑도 왜 사랑하게 되는지 모르게 그냥 무작정 마음가는 게 사랑 아닌가? 그런데 이런 정답도 보이지 않고 곰곰히 생각해보지도 않았으며 머리만 아플것 같은 질문이 들게끔 저자는 어찌하여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줄줄 풀어놓았을까?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일생일대의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한 우리의 주인공, 삶 자체가 사랑이 될 정도로 열렬했고 뜨거웠구나!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All-In했는데, 그게 과거가 되었으니, Nothing - 혹은 잉여가 된 상태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가벼운 연애 얘기와 무거운 철학 소재를 적절히 버무리는 능력으로 저자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 등을 흘린다. 그 흘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고스란이 독자의 몫.

 

1. 어차피 내 모든 것을 바쳐도 나중에는 허무하게 끝날 사랑이라면, 그래서 그 상처가 나를 죽음으로 내몬다면, 차라리 그런 사랑 안할래.

 
2. 나에게 중요한건 '현재'야. 나중에 그사람과 내가 어떻게 되든, 내가 그사람 없으면 안된다는게, 못산다는게, 행복하지 않다는게 핵심이고, 그래서 나는 후회없이 사랑할거야. 미래야 어찌됐든 또한 온전히 내가 감당할 몫이고. 
 

3. 영원한 사랑? 흥. 그딴게 어딨어? 세상에 영원한거 봤니? 영원한건 '진리'라고 부르는거지. 사랑을 진리라고 말하는 사람 못봤다. 모든건 한순간이야. 그때그때 너의 감정에 충실해, 대신 다 주지는 말고. 너만 손해거든. 



사랑 후의 찢어지는 고통을 잘 아는 이는 1번을 택할 것이고, 아직 All-In해보지 못하거나 그 감정을 중요시하는 이는 2번을, 사랑에 질리거나 자기애가 무척 강한 이는 3번을 고르겠지. 

나는 2번이라 본다. 주인공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나만의 삶이 아닌 다른 이와 평생 함께 하는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 사람의 모든게 나를 뜨겁게 하고, 지극히 사소한 것 하나도 마음을 저리게 하며, 별다른거 없어도 행복해 미치는, 그런거. 그런거 있는 삶이야말로 천국 그 자체지, 별거 있나?

흠흠..그나저나, 사랑에 All-In하기 전 내 모습을 돌아볼 시간도 주어져 참 고맙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거나, 내가 사랑받는 것은 내 영혼 깊은 곳의 내 자신 때문이라는거나,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절대 사랑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거..흠흠

사랑에 진리는 없지만 내가 내 사랑을 통해 나만의 진리를 만들 수는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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