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No Country for Old M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슬프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다.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세계의 추악한 욕망과 더러운 내면이 가감없이 드러난 모습을 마주하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하지만,

달걀을 세우기 위한 생각을 먼저 실천했던 콜럼버스의 이름이 길이 남듯,

그렇게 코엔 형제는 깊숙한 세계를 들춰냈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그것이 비록 가식적일지라도) 뜨거운 박수와 걸맞는 대우가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

 

작품 속 노인 따위는 더이상 주연이 아니다. 그저 저 옛날 멋진 말을 타고 긴머리를 휘날리며 쌔끈한 총을 휘갈기던 보안관은 이제 없다. 세상의 풍파를 다 겪은 듯한 늙은 보안관이 할 수 있는 것은 '내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주겠다'는 말뿐이다. 얼마 남지 않은 목숨에, 그래도 그 목숨을 걸고, 마치 내일이 이생에 마지막이듯이,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가는 노인. 어쩌면 당연히도 마음이 실현되지 못하여 그저 안쓰럽다.

 

세상은 '안톤 쉬거' 같은 사람이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태어나면 언젠간 죽어야 하고, 살 가치가 없으면 또한 죽어야 하고, 삶의 반대는 그저 죽음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신념으로 무장한 쉬거 앞에 고상한 변명이나 평화로운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감성보다, 냉철한 이성보다 더 무서운게 결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다. 

 

노인은 ㅡ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은 ㅡ 쉬거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쉬거의 결단으로 죽임을 당하든, 언젠가 어떠한 일로 세상을 떠나든, 결과는 죽음이다. 그 죽음을 조금 더 앞당겨주는 쉬거 앞에서 우리는 쩔쩔맨다. 그래서 쉬거 같은 사람이 판치는 이 세상에 노인이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다만, 쉬거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렇게 사람을 다 죽이고 혼자 남으면 뭐 할래? 라는 것..

심판자의 역할이 끝나면,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역시 노인처럼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인데.

과연 그도 죽음을 택할까? 흠..

 

그래도 쉬거, 살자. 살아보자.

너와 똑같이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 숨쉬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 자체로 존엄하다.

너 또한 살아있으니 살인을 할수도 있고 죽지 않을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모범시민』의 '클라이드'에게도 물었던 질문이지만,

"그래서 행복하니?"


P.S.) 난해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안타까워 -1점

P.S.) 하비에르 바르뎀 아닌 안톤 쉬거는 상상할 수 없음. 그 거친 목소리, 그 독특한 단발머리, 그 꿋꿋한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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