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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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루키는 책의 제목을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했을까.

왜 누군가는 책의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바꿔 이름지었을까.

 

끊이지 않는 이 의문 속에,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쪼개어 겨우 읽어낸 작품.

 

무난했던 처음.

주인공인 '나'가 겪는, 아니 겪었던 추억들이 실타래처럼 풀어지고.

죽은 단짝 '기즈키',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로부터 관계는 시작되는데.

 

불친절한건 여전하다.

기즈키가 왜 죽었는지,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어떤 관계인건지,

자세한 내용 없이 새로이 등장하는 '미도리'의 매력.

 

당황스러운 전개들. 독특한 인물들. 관능적인 묘사들은 여전하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왜 제목이 '상실의 시대'인지.

 

친구의 자살로부터 시작된, 죽음과의 조우. 하지만.

떼어놓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엮이게 된 나오코와의 섹스.

현실에 발을 걸칠 수 있게 하는 미도리와의 애정.

다른 삶을 완벽히 보여주는 나가사와의 인생.

자신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준 레이코와의 편지까지.

 

조금만 손을 내밀면 관계의 진정성이 보였을텐데.

 

그러나.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가슴 속 깊은 상처가 삶에 베어나와

마음을 슬프게 하고 나락으로 떨어질때.

어쩔수 없이 밀려오는 영겁의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견딜 수 밖에 없는.

 

이밤, 응원했던 누군가의 탈락으로 깊은 상실감을 뼈저리 느낀 오늘밤에.

 

더없이 듣고싶은 비틀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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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고정원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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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전에


  2005년 9월, 군 제대 후 우연히 발견한 전단지를 통해 지역아동센터 자원교사 활동을 하면서부터, 나는 아이들이 좋았고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사회복지, 국제개발, 아동인권 등등 아동복지에 관심이 생겼고, 현재 본격적인 강의를 들으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새롭게 배우는 점 중의 하나가 아동복지 관련 분야의 다양성인데, 학교사회복지사 또한 전에는 몰랐던 복지의 한 분야여서 관심이 크다. 학교에는 선생님, 양호선생님, 경비원만 있는줄 알았는데 '사회복지사'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도 어엿히 존재한다니, 매우 흥미로웠다. 아동복지 전문가로서의 꿈도 실현하고, 한때 선생님이 꿈이었던 때의 마음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정원 씨의 책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를 읽었다.

 

2. 읽어보니..


  책에는 온통 복지혜택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로 가득했다. 왕따당하는 아이, 아버지한테 맞는 아이, 집안이 싫어 가출한 아이, 결석을 밥먹듯이 하는 아이, 북한에서 온 것에 대해 힘들어하는 아이, 성 정체성이 달라 괴로워하는 아이 등 수많은 아이들의 사례가 쉽고 친근하게 담겨 있어 우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는 실제 경험한 일을 생생하게 풀어냄으로써 공감을 형성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아동복지, 특히 학교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뛰어들면 비슷한 일을 겪고 수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사례도 사례이지만 그러한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많은 감명을 받았고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먼저 조급하게 아이들 문제를 끄집어내어 어떻게든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먼저 아이들과 친해지고 마음을 열게 함으로써 스스로 말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어린 만큼 마음도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시기이므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고 대화하며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지시하기보다는 제안하고, 맡기기보다는 곁에 있어주며, 나몰라라 하기보다는 함께 풀어보자고 할때 진정한 사회복지사이자 전문가, 그 이전에 어른으로써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주목할 점은 저자가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에 성큼 다가가는 매개체가 바로 '책'이라는 점이다. 책이라고 해서 그냥 책을 읽으라고 하는게 아니라, '이 아이에게는 이런 책이 어울리겠구나..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진심어린 제안을 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문 만들기/북아트 제작/독서치료/독서문화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때로는 지루한 책에 대한 관념을 무너뜨리는 부분에서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책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자기 아픔을 드러내고 조금씩 치유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라는 게 속마음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들을 꼽자면, 북한에서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하다가 『강아지똥』을 읽고는 울고, 노작교육을 통해 땀을 흘린 윤주가 생각난다. 또 불량서클에서 헤매다가 요리사의 꿈을 찾은 성훈이, 엄마노릇하느라 힘들어하다 독서 신문 대회에 열정을 쏟아 대상을 탄 진희, 왕따였지만 멋진 공연을 선보인 승희, 외로워 둘만 붙어다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된 지현이와 유진이, 그리고 남다른 성 정체성으로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씩씩한 동영이 등이 머릿 속에 맴돈다. 참 각기 다른 아이들이 다양한 문제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본인이 학교를 다닐 때는 그렇게 심하게 왕따를 당하거나 비뚤어진 친구도 없었고,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안 나오거나 가출한 아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변한 것 같아 조금 씁쓸했고, 그럴수록 더욱 사회복지사가 해야할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3. 다 본 후에


  한편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이 '왜 저자는 대부분 스스로 아이들의 문제를 둘이서 해결해나갈수 밖에 없었나'하는 점이었다. 물론 문제가 크지 않거나 굳이 다른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합심해서 충분히 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민감하고 복잡한 아이들의 심리상태, 특히 그 문제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지역사회나 다른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에 접근하고 더 효율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본인의 의견이다.

  아마도 활용 안하려고 한게 아니라 활용할만한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그만큼 아동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기관이나 아동인권 보호 및 발달을 위한 전문적인 시설, 아동복지 전문서비스 등이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요즘 성행하는 아동 성폭력을 떠올리니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우선 학교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사회가 발벗고 나서야한다.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각 학교에 학교사회복지사(혹은 저자의 직업인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같은 유사한 인력)를 의무 배치하고, 전문가 육성에 힘써야 한다.

  학교사회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홍보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책 속의 사례들 같이 실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또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점차 확대하고, 아동학대 신고전화(129)뿐만 아니라 아동 심리상담, 아동 따돌림 문제, 아동 부적응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의식 향상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있으니 알아서 다 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전문화된 복지사나 상담가의 중요성을 깨닫고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 및 분위기 조성을 아끼지 않는게 필요하다.

  본인이 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생각도 못한 게 아닌가. 솔직히 그때 학교사회복지사만 있었어도 본인을 비롯한 많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좀 더 윤택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위험하고 개방된 환경에 아이들이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므로, 학교사회복지사의 역량 강화를 적극 뒷바라지하고 아이들 또한 학교사회복지사를 통해 어려움과 고통을 덜고 좀 더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맺으며


  무엇보다도 이론으로만 공부하던 아동복지의 세계, 특히 생소했던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이면을 조금이나마 실감나게 접할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학교에 입학할 나이면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이고, 주변 환경에 쉽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업무는 굉장히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라고만 여겼다.

  실제로 작품 속 아이들과 소통하고 하나하나 실타래를 푸는 과정이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만은 않았고, 몇몇 실패 사례들에서는 한계점도 보여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러한 아픔과 어려운 환경, 더군다나 때로는 아이들의 원망에도 불구하고 '아픈 상처를 꽁꽁 싸매고 있는 것보다 햇빛을 보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확신이 든다'는 저자의 다짐처럼, 나도 아이들이 원할때 곁에 있을수 있는,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데 디딤돌이 될수 있는, 그런 복지사가 되기를 다시 한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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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알면 성과가 보인다 - 직장인이 꼭 읽어야 할 회계 교과서
지정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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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때 경제학을 부전공한답시고 경제학개론을 들은적이 있다. 정말정말 힘들었다. 삼수강까지 하고나서야 겨우겨우 학점을 따낸 과목. 그만큼 나는 경제 관련된 모든게 싫었다.

 

회계는 오죽 하겠나. 그냥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왜 이런걸 해야하지 하는 생각밖에 안드는 것. 학문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필요없지는 않은, 그냥 누군가는 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한 것인데..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이 책은 나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한번에 깨버렸다. 회계가 이렇게나 쉽고 편리하며 유용할 줄이야. 그 동안 많은 회계책이 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이 책 덕분에 회계의 새로움에 눈뜨게 되었다. 무엇보다 왕초보도 알기 쉽도록 구성한 점이나, 재미있게 대화형식으로 이끌어 나간 점이 인상깊었다. 나중에 꼭 실제로 활용하고 싶을 정도다.

 

나중에 지 작가의 회계 2탄도 꼭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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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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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어디서, 어떤 신분으로, 어떻게 태어났냐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누구는 CEO 딸로 태어나 모자람 없이 마음대로 살고, 누구는 한쪽 팔이 기형이어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누구는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고, 누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운 전쟁터에서 숨막히며 살아간다.

 

이 땅의 대표적인 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는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전통 이슬람교에 폭력이라는 이름의 통제가 가해지니 그야말로 힘겨움의 연속일터.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3자, 그것도 언론을 통해서만 접한 '그럴 것이다' 라는 모습.

 

이런 점에서 작가의 강점이 빛을 발한다.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 중 가장 호소력 짙은 것이 바로 본인의 경험담일터.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고 자라 뼛속까지 아프가니스탄 사람인 호세이니의 소설은 그래서 그 어떤 픽션보다 더 사실로 그리고 실제로 다가온다.

 

「연을 쫓는 아이」가 남성 위주의 이야기였다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프간 여성의 삶의 여정이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여성의 한 맺힌 생애와, 순식간에 변해버린 나라만큼 급격히 바뀐 일상에서 발버둥치는 여성의 눈물 많은 인생이 만나, 아프간 여성으로 태어난 이들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무엇이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가. 집안? 가족? 친구? 돈? 사랑? 능력? 의지? 꿈?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번 뿐인, 그래서 참 기가 막힌게 바로 인생 아닌가. 그네들의 고통와 슬픔, 그러면서도 잃지 않는 희망과 변함 없는 의지가 마음에 박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지금도 그럴 테고.

 

기억하자.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것을. 만나고픈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픈 그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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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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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넘치는 도발적인 신선함.

 

말로만 듣던 김연수다. 아니, 그를 접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마운 잡지 에서 한동안 짤막하게 살풀이를 했었다. 독특한 제목을 지닌 작품의 소유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문장을 뒤에서부터 거꾸로 나열하여 실은 글을 봤을 때부터 알아보기는 했지만.

 

이건 뭐.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느낌.

 

거대하고 무정한 세상 속에서 한없이 작고 여린 인간 군상들의 발버둥치는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사람도 내가 되고, 저 사람도 내가 된다. 물론 글 속 '나'는 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거론돼도 마치 나인듯. 그래서 더 흥미롭고 몰입되는 쏠쏠한 재미.

 

무엇이 인간을 덧없고 우연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가. 방종의 단계에 다다른 자유 때문인가. 자유란 관념이 아니라 욕망이라는데. 인간의 욕망보다 강한 권력은 이 세상에 없다는데. 맞는 것인지도. 모든 문제와 전쟁은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니까. 자유로서의 발전이 아닌, 자유가 전부인 욕망의 폐해.

 

뿐만 아니다.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된단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그 때 네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 때 나는 왜 다른 선택을 하지 못했는지, 그 때 왜 꼭 그렇게 말해야만 했는지. 후회하기엔 이미 떠나버린 기차.

 

'통찰력'이란 것을 배웠다. 사회 속의 인간이 얼마나 추해지고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 존재인지 가늠하는 것.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인간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무엇이 먼저인지 깨닫는 것.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니라면서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것.

 

고맙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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