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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왜 하루키는 책의 제목을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했을까.
왜 누군가는 책의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바꿔 이름지었을까.
끊이지 않는 이 의문 속에,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쪼개어 겨우 읽어낸 작품.
무난했던 처음.
주인공인 '나'가 겪는, 아니 겪었던 추억들이 실타래처럼 풀어지고.
죽은 단짝 '기즈키',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로부터 관계는 시작되는데.
불친절한건 여전하다.
기즈키가 왜 죽었는지,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어떤 관계인건지,
자세한 내용 없이 새로이 등장하는 '미도리'의 매력.
당황스러운 전개들. 독특한 인물들. 관능적인 묘사들은 여전하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왜 제목이 '상실의 시대'인지.
친구의 자살로부터 시작된, 죽음과의 조우. 하지만.
떼어놓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엮이게 된 나오코와의 섹스.
현실에 발을 걸칠 수 있게 하는 미도리와의 애정.
다른 삶을 완벽히 보여주는 나가사와의 인생.
자신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준 레이코와의 편지까지.
조금만 손을 내밀면 관계의 진정성이 보였을텐데.
그러나.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가슴 속 깊은 상처가 삶에 베어나와
마음을 슬프게 하고 나락으로 떨어질때.
어쩔수 없이 밀려오는 영겁의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견딜 수 밖에 없는.
이밤, 응원했던 누군가의 탈락으로 깊은 상실감을 뼈저리 느낀 오늘밤에.
더없이 듣고싶은 비틀즈의 노래.